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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IN] 박찬호·김병현·류현진·추신수… 한국을 빛낸 '코리안 메이저리거'

기사입력 : 2019년12월31일 06:31

최종수정 : 2019년12월31일 06:31

김광현, MLB 포스팅시스템으로 세인트루이스 입단
'탬파베이' 최지만, 추신수 이을 최고의 타자로 거듭날까?

[편집자주] '야구 세계 최강'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KBO)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반증입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부터 올해 MLB 진출을 이뤄낸 김광현 등을 알아봤습니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의 선두주자는 단연 박찬호(46)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찬호는 역대 최초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역대 두 번째 아시아인 메이저리거였습니다. 그는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로 '코리안 특급'이라는 별명으로 빅리그를 평정했습니다.

MLB 시절 박찬호. [사진= 박찬호 공식 홈페이지]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를 시작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8개 팀을 돌아다녔고, 2011년 오릭스 버팔로즈까지 14년 동안 MLB에서 활약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100승을 달성했으며,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124승)을 보유했습니다. 그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큰 이력을 남긴 최고의 투수라 할 수 있습니다.

박찬호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미국 땅을 밟기 시작합니다. 김선우(42)와 김병현(40), 서재응(42) 등 아마야구에서 뛰어난 성적을 남겼던 선수들이 MLB 스카우터들의 눈에 띈 것이죠.

먼저 김선우는 1995년 휘문고 시절 격이 다른 초 고교급 투수로 각광받았습니다. 그는 1996년 OB 베어스(현 두산)의 고졸우선지명을 받았으나, 고려대 진학을 선택했죠. 이후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부진한 김선우는 1997년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1997년 130만달러를 받고 뉴욕 메츠에 입단하게 됩니다. 특히 김선우의 계약금인 130만달러는 박찬호(120만달러) 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올라선 김선우는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며, 보스턴 레드삭스와 몬트리올 엑스포스, 워싱턴 내셔널스 등 2006년까지 5개 팀을 거쳐 6시즌 동안 활약했습니다.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118경기에 출전해 13승13패 평균자책점 5.31로 KBO리그에 복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를 거쳐 2014년 현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빼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투수는 김병현입니다. 김병현은 우완 언더스로라는 특이한 투구폼으로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변화무쌍한 슬라이더를 활용해 MLB 타자들을 제압했죠.

MLB 시절 김병현. [사진= MLB 공식 홈페이지]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2019.12.30 taehun02@newspim.com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김병현은 아시아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참가했고, 우승컵까지 들어올렸습니다. 또 동양인 최초로 양대리그(2001년 애리조나(NL),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AL)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입니다. 박찬호 다음으로 많은 승리(54승)를 작성했습니다.

김병현은 보스턴 시절이던 2003년 관중석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2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를 통해 KBO리그에 돌아와 2014년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지만,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한 채 현역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세 명의 선수 외에도 여러명의 투수가 미국을 오갔습니다. 봉중근(39)은 신일고 2학년 시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부름을 받고 역대 한국인 최연소로 MLB에 진출했으며, 구대성(50)과 임창용(43), 이상훈(48) 등 총 13명의 투수가 미국 땅을 밟았죠.

가장 최근에는 오승환(37)이 세인트루이스와 토론토, 콜로라도를 거치며 16승 13패 52세이브 평균자책점 3.31을 남기고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왔습니다.

올해 물오른 기량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류현진(32)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한국 투수 계보를 이어갔습니다. 류현진은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를 넘어 연 평균 수입 1위를 달성하는 등 '코리안 몬스터'의 위용을 뽐냈습니다.

SK 와이번스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31)은 올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MLB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오고갔던 끝에 빅리그 무대에 남아있는 류현진과 김광현. 두 선수의 맞대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공식 입단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류현진. [사진= 토론토]
공식 기자회견장에 활짝 웃는 깅광현. [사진= 세인트루이스]

▲ '코리안 메이저리거 최고령' 추신수, 제2의 전성기 맞이하다… 최지만도 자리잡아

MLB에 진출한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추신수를 빼놓을 수 없죠. 추신수는 지난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9년 동안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교시절 투수로 주목을 받은 추신수는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 정근우와 동기로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좌완투수였습니다. 그는 캐나다 청소년 야구대회에서 18이닝 32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대회 MVP를 차지했고, 계약금 135만달러의 조건으로 시애틀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텍사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추신수. [사진= 로이터 뉴스핌]

추신수는 투수로 미국을 향했지만, 시애틀 코칭스태프는 추신수를 5툴 플레이어(컨택, 장타, 수비, 송구, 주력)로 평가했습니다. 이에 타자로 전향한 추신수는 고된 노력 끝에 2005년 드디어 빅리그 무대를 밟았죠. 주로 대수비 또는 대주자로 출전했지만 큰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시애틀에는 일본 최고의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있었습니다. 이치로는 추신수와 동일한 포지션인 우익수에서 정점에 올라있었고, 이로 인해 추신수는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 된 추신수는 타자로 급성장하게 됩니다.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는 2007년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6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치게 됩니다. 여기에 팔꿈치 부상까지 겹치며 시즌을 조기마감했죠. 그러나 추신수는 2008시즌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기대 받는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2009시즌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풀 타임을 소화한 추신수는 동양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으며, 20홈런을 쏘아올리며 최희섭이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15개)을 경신하게 됩니다.

이후 추신수는 2010년까지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선으로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2011년에는 음주운전 사건에 휘말렸고, 6월 데드볼에 맞아 왼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죠. 수술 후 복귀했지만, 옆구리 통증으로 인해 연이은 결장으로 시즌을 마칩니다.

2012년 복귀한 추신수는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습니다. 그는 선발 출전한 154경기에서 모두 1번 타자로 나서며 '테이블 세터'로 인정받았고, 그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간 1억3000만달러의 계약을 맺고 둥지를 옮겼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는 텍사스에서 맞이한 첫 번째 시즌인 2014년 초반에는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고질적인 팔꿈치와 발목 부상 때문에 6월부터 타격과 수비 모두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2015년 개인 시즌 최다 홈런인 22홈런을 기록하며, 7월22일에는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만들어냈죠.

2017년까지 무난한 기록을 보인 끝에 2018시즌 빅리그 통산 176홈런으로 종전 1위였던 마쓰이 히데키(일본)을 제치고 MLB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또 감독 추천으로 한국인 타자 최초로 올스타 무대에 출전했으며, 안타와 득점을 기록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2019년 텍사스 내 최고령이 된 추신수는 리빌딩을 진행하는 팀의 주축을 맡으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6월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첫 타석에 솔로포를 터뜨리며 MLB 통산 아시아선수 최초로 200홈런을 달성, 9월23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는 23호 홈런으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갈아치웠죠.

추신수는 2019시즌 타율 0.265 24홈런 61타점 OPS 0.826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내년은 텍사스와의 7년 계약의 마지막 해로 FA자격을 얻게 되는데, 추신수가 두 번째 FA 계약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무려 14시즌 동안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가 있지만, 한국인 타자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오른 선수는 최희섭(40)입니다. 신장 192cm에 123kg의 체중을 갖고 있던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마이너리그 시절인 2001년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유망주 순위 22위에 오른 최희섭은 2002년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플로리다 마린스와 LA 다저스에서 2006년까지 활약했습니다. 빅리그 4시즌 동안 타율 0.240 40홈런 120타점 등을 기록한 뒤 보스턴 레드삭스로 둥지를 옮긴 최희섭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7년 탬파베이 더블레이스로 이적, 부상 악화와 부진 등의 이유로 KBO리그에 돌아왔습니다.

최희섭은 2007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지만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결국 2015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피츠버그에서 방출당한 강정호. [사진= 로이터 뉴스핌]

2014년에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출신 '거포형 내야수' 강정호(32)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합니다. 강정호는 데뷔 첫해인 2015시즌에 메이저리그 7월의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9월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크리스 코글란과 충돌하여 왼쪽 무릎 내측 측부 인대 및 반월판 파열, 정강이뼈 골정이라는 중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재활을 마친 강정호는 2015년 5월6일에 복귀한 뒤 4번 타자로 활약하며 부활, 주전 입지를 굳혀나갔습니다. 그러나 강정호는 여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으며 경기에 출장했고, 성적 부진에 휩싸였습니다. 강정호는 그해 21홈런을 돌파하며 아시아 내야수 최초 메이저리그 20홈런을 달성했지만, 부적절한 사생활로 다시 한 번 위기를 겪게 되죠.

2016시즌을 마친 강정호는 한국에 돌아왔지만, 부산에서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강정호는 2017시즌을 앞두고 미국에서 비자 발급 불가를 통보받았고, 구단 지원으로 도미니카 원터리그에 참가했지만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강정호는 2018년 4월 피츠버그 구단의 도움으로 취업비자 발급에 성공, 구단에 합류하여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올라섰지만, 손목 부상으로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혔습니다. 그는 결국 3경기에서 6타수 2안타를 남겼고 2019시즌을 기약했지만, 성적 부진에 따라 2019년 8월5일 방출을 통보받았죠. 강정호는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2016~2017년에는 무려 4명의 선수가 빅리그를 밟았습니다. 김현수(31·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비롯해 박병호(33·미네소타 트윈스), 이대호(37·시애틀 매리너스)는 2016년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박병호와 이대호는 1년 동안 인정받지 못하고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죠.

KBO리그에서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았던 박병호는 빅리그 투수들에게 적응을 하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고, 장점인 홈런에서도 12개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죠. 

이대호는 한계에 부딪혔죠. 빅리그의 경우 장타력과 컨택, 주루, 수비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가 대다수입니다. 장타력과 컨택 능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수비와 주루에서 부족한 모습을 남겼습니다. 이에 이대호는 스스로 빅리그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김현수는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하며 기대를 품었지만, 저조한 성적을 남긴채 LG 트윈스로 돌아왔습니다. 황재균(32) 역시 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지만, 빅리그에서 한 달도 버티지 못한채 KT 위즈로 컴백했습니다.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최지만. [사진= 로이터 뉴스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타자는 '단연' 최지만(28·탬파베이 레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2009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뒤 2014년 도핑 금지 약물 복용으로 50경기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받기도 했지만, 2016년부터 빅리그 무대를 밟기 시작하죠.

LA 에인절스로 팀을 옮긴 최지만은 2016년 4월5일 좌익수 대수비로 빅리그 첫 출전을 이뤄낸 뒤 4월23일에는 첫 안타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후 7월19일에는 텍사스의 그리핀을 상대로 첫 홈런까지 쏘아올렸죠.

2017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은 부상에 시달리며 6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2018년 밀워키 브루어스와 총액 150만달러 계약을 맺은 최지만은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다 6월10일 템파베이로 이적하게 됩니다.

최지만은 템파베이에서 빛을 보기 시작하죠. 팀을 옮긴 뒤 49경기에서 타율 0.269 8홈런 27타점을 올리며 잠재력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특유의 세리머니와 친화력을 높게 평가한 케빈 캐시 감독은 2019시즌 최지만을 주전으로 활용합니다.

결국 최지만은 2019시즌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 19홈런 63타점 OPS 0.822를 기록하게 됩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팀의 중심타선으로 나섰고, 빅리그 데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밟으며 2020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습니다.

특히 최근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 아메리칸리그에 합류하면서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맞대결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2019.12.30 taehun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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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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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주요 고객, 블랙웰 주문 연기"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최신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의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알파벳의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소위 하이퍼 스케일러 기업들은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랙의 일부 주문을 줄였다. 하이퍼 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 컴퓨팅 및 데이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인포메이션은 이들 기업이 100억 달러어치의 블랙웰 랙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블랙웰 [사진=블룸버그] 이들 기업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는 것은 출고 초기 발견된 과열과 작은 결함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포메이션은 일부 고객사들이 차후 버전을 기다리거나 엔비디아의 기존 AI 칩 구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시설에 최소 5만 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AI 가속기 GB200을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 지연이 발생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협력사인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기존 세대 칩인 '후퍼(Hooper)'를 탑재한 가속기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4분기 블랙웰 매출이 기존 목표치를 초과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동부 시간 오전 10시 54분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2.69% 내린 132.25달러를 가리켰다. mj72284@newspim.com 2025-01-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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