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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새 지평 열었지만…포스트 김환기는 없다?

기사입력 : 2019년12월27일 08:01

최종수정 : 2019년12월27일 08:20

국제적 공감대 형성할 작가·작품 열악
민간·정부 힘모아 구체적 전략 세워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환기(1913~1974)의 '우주(Universe 5-Ⅳ-17 #200)'가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미술의 새 역사를 썼지만 이 열기가 계속되겠느냐는 목소리가 미술계 안팎에서 나온다. 한국 미술사상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른 김환기를 이어갈 후발 주자가 없어 답답하다는 탄식도 나온다.

김환기의 작품 '우주'는 그의 뉴욕시대(1960~1970년대)에 그린 작품 중 유일한 두폭 작품이자 254 x 254cm 대형화다. 지난달 23일 경매사 크리스티가 홍콩에서 개최한 '20세기&동시대미술 경매'에서 시작가 60억원에 올라 10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은 153억5000만원이다.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인 홍콩 경매에서 작성된 대기록은 미국 뉴욕 프리뷰를 통해 소개되면서 한국미술과 한국 작가에 대한 재평가 기회가 되리란 이야기가 무성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32억원에 낙찰되며 한국미술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의 1971년작 '우주(Universe 5-IV-71 #200)'. [사진=크리스티] 2019.12.24 89hklee@newspim.com

미술 작품이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작가의 인생 스토리, 작품 세계의 변화, 국적·문화에 국한되지 않은 공감대가 대표적이다. 옥션 관계자는 "김환기가 해외 시장에서 높이 평가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뭣보다 구상화에서 추상화로 작품 세계를 확장한 점이 흥미롭다. 달항아리, 매화, 산 등 한국적 요소가 묻어난 그림에서 무한대로 펼쳐지는 전면점화 형태의 추상화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작가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게 작가들은 안정적인 작업을 이어가는데 김환기는 그렇지 않았다. 작품의 완성도도 굉장히 높다. 특히 추상화는 국적에 관계 없이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해외 시장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환기는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유학갔고 마지막으로 뉴욕에서 작업을 마쳤다. 당시 도불한 작가는 많아도 뉴욕으로 간 작가는 굉장히 드물다. 현대미술에서 뉴욕이 가지는 상징이 있으니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작품의 크기도 영향을 미친다. 대형 작품은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작업 양이 많지 않으며 희소하다. 그래서 작품가가 높아지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김환기를 이어 해외 시장에서 한국 미술을 소개할 후계자는 아쉽지만 다시 김환기가 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환기 시대를 함께하고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작가로 박수근, 이중섭 등이 있지만 세계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은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거다. 민중 미술도 한국 시장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최근 국내 옥션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민중미술이 컬렉션에서는 크게 시선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한계"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김환기의 기록은 김환기가 갱신할 수밖에 없을 거다. 박수근의 작품도 좋지만 이런 작품들은 개인 컬렉터보다 미술관이 소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장이 나오긴 힘들다. 이를 제외하고 작가 남관도 언급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케이옥션 7월 경매서 김환기의 '항아리와 날으는 새' 낙찰 현장 [사진=케이옥션] 2019.12.24 89hklee@newspim.com

김달진 관장은 한국 미술이 해외 미술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술품 시장을 '문화산업'으로 보고, 미술품을 사는 행위를 사치로 단정짓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미술은 문화산업으로 보고 정부가 정책을 마련해야 그림 값이 올라간다. 과거 중국 작품이 국내에 왔을 때 '만화 같다' '형편 없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나서 작품을 사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니 국제시장에서 중국 미술에 대한 인지도와 평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환기의 '우주'에 매겨진 130억원이면 차 몇 대인가"라며 "정부가 미술을 보는 시각을 달리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 대국인데 그림값은 형편 없다. 일반인이 봤을 때는 높아보이지만 국제 시장에 내놓으면 그렇지 않다.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가는 몇 천억원대"라고 덧붙였다.

미술계 관계자들도 한국 미술이 국제시장에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화랑, 경매사, 학계 등 민간뿐 아니라 정부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론적으로 완벽하지만 현실의 변수에서 매번 무너진다는 거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관련 부처와 모여 중장기적으로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한국 작가를 대상으로 해외 전시·페어 지원(작품 운송료, 보험비), 한국 미술 출판 연구 및 배포, 한국작가 매개 영역 기획자 갤러리스트 감정 등을 후원한다. 원로 작가에 대한 아카이빙 연구와 영문화 작업도 진행중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환기미술관 내부 [사진=환기미술관] 2019.12.24 89hklee@newspim.com

심지언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 시각사업본부장은 "김환기의 기록이 세워진 것에 맞춰 정책과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기보다 기존에 하던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잘 된 사례를 추려 내년에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미술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 지원사업이 구조적으로 해외진출에 적합한 구조가 아니어서 장기적·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 본부장은 "예경이 미술 유통에 관여하다보니,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해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 2월 정도 현재까지 진행된 부분을 발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현장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외 미술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아쉽게도 이번 김환기의 '우주'가 세운 기록과 관련해 해외 시장 전략 정책 지원은 부족해 보인다. 심지언 본부장은 "김환기 작가 자료는 영문화된 출판물도 꽤 있고 기존에 진행한 것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조명받기 위한 작업 중 비어있는 부분들은 빠르게 찾을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 니즈가 있는 것은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앞서 단색화 열풍이 한 차례 불었을 때 관련 영문화 자료 부족하다해서 찾아 배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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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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