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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강훈식 "아이 안전만은 신경 쓴 20대 국회 됐으면"

기사입력 : 2019년11월23일 08:52

최종수정 : 2019년11월23일 08:52

'민식이법' 대표 발의한 충남 아산 강훈식 의원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아이들 안전 방치했다"
"이제라도 아이들 이름 붙은 법안 모두 통과돼야"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2019년에는 꼭 이뤄지길 부탁드린다." 지난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김민식군 어머니, 박초희 씨는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쿨존 전체에서 아이들 안전이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이 메인 채 답했다.

그 시각, '민식이법'을 대표발의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보좌진으로부터 민식이 부모님이 TV에 출연했다는 귀띔을 듣고 나서야 휴대전화를 봤다.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민식이랑 같이 간다. 꼭 발언권 얻어 대통령에게 말하고 오겠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11.22 pangbin@newspim.com

◆ "정치인도 행정기관도 아이들 안전 방치했다"

강 의원은 22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민식이 부모님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질의자로 등장할 줄 몰랐다"며 "순간 민식이 부모님과 이야기하던 기억이 떠올랐다"라고 전했다.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 군은 4살 동생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었다. 김 군은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어머니 가게로 향하던 길이었다. 김 군은 결국 숨졌고 동생도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다.

스쿨존 내에서 모든 자동차는 주차나 정차를 할 수 없고 시속 30km이하로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날 민식이를 친 SUV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횡단보도를 통과했다. 과속방지턱과 스쿨존임을 알리는 표지판도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강 의원은 "부모님 품 안에서 아이들이 죽어갔다"라며 "민식이 부모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강 의원은 민식군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바로 법안 발의를 준비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횡단보도에 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스쿨존에서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에게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두 가지를 함께 묶은 법이다.

강 의원은 사고가 난지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1일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당 정책위원회와 논의해 중점 법안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예결위에서의 현안 질의를 통해 "의원님들께서 최대한 많이 (예산에) 반영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이낙연 국무총리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강 의원은 "지금까지 어른들은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했다고 알리고 말았지, 운전자 인식이나 실제 안전 장치·제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라며 "정치인과 행정기관 모두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아이들 안전을 방치해 온 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9.11.22 pangbin@newspim.com

◆ "민식이법 통과 청신호라지만 마음 무겁다. 아이들 이름 붙은 법안 모두 통과돼야"

민식이법은 발의부터 행안위 법안심사까지 40여일이 걸렸다. 다른 법안과 달리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 편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강 의원은 "민식이법을 처음 냈을 때,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1조원이 든다고 했다"며 "한해 예산의 1/500이나 드는 만큼 추진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집요하게 따져 들었다. 전국에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 1만6789개를 전수 조사해 단속카메라가 필요한 지역을 구분해냈다. 강훈식 의원실이 조사한 결과 예정처가 처음 추산한 1조원에서 절반가량인 5100억원이면 가능했다. 여기서 국비와 지방비를 나누면 예산으로는 2550억원, 3년간 나눠서 내면 한 해에 국비 800억원 가량으로 해결이 됐다.

강 의원은 "행정기관은 단속카메라 가격에 어린이보호구역 수를 곱해 계산만 했다"며 "실제 필요한 곳만 따져보는 꼼꼼함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액수가 줄어들자 논의 속도도 빨라졌다. 강 의원에 따르면 예결위에서 성일종·송언석 한국당 의원도 예산 편성에 동의했다.

민주당도 오는 26일 관계부처와 당정협의를 통해 어린이 교통안전강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처벌을 강화한 특가법은 법사위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도로교통법은 변수가 없다면 입법이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강 의원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아이 이름을 딴 어린이 안전 법안은 해인이법,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이 있다. 이들 법안은 아직도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강 의원은 "아이들 사고가 나면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고 관심이 많아지다 어느 순간 관심이 꺼진다"며 "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우선순위를 따지다보면 자연스럽게 '계류' 상태에 머문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이어 "'아이 법안'을 만든 부모님중 한 분이 입법 되지 않는다면 국회에 관심을 끊겠다고 했다"며 "통과가 되지 않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민식이법을 계기로 아이의 이름을 붙인 모든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20대 국회가 한 것은 별로 없지만 아이들 안전법안 만큼은 이전보다 노력했다는 평가를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국민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2019.11.19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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