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Q시리즈에서 플레이어가 다른 캐디와 어드바이스 주고받아 2벌타씩 받아
동반 플레이어 크리스티나 김, "규칙 위반을 목격하고 규칙대로 얘기했을 뿐인데…"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미국LPGA투어는 이번주 일본에서 '아시아 스윙'의 마지막 대회인 토토 재팬 클래식을 치른다. 그런데 미국 본토에서는 규칙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발단은 지난 10월26일부터 11월2일까지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넘버9코스에서 8라운드로 치러진 Q시리즈에서 비롯됐다. Q시리즈는 내년 투어 카드를 부여하는 대회로, 다른 투어의 Q스쿨과 같은 대회라고 보면 된다.
Q시리즈 6라운드가 벌어진 31일(현지시간)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은 듀이 웨버, 켄달 다이와 같은 조로 인코스에서 출발했다.
지난주 미국LPGA투어 Q시리즈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캐디에게 어드바이스를 구해 2벌타를 촉발한 켄달 다이. 프로 10년차인데도 그랬다. [사진=골프 월드] |
17번홀(파3)에서 웨버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을 때 다이가 웨버 캐디한테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8번 아이언 맞나?'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보냈다. 웨버의 캐디는 '맞다'는 사인을 다이한테 보냈다. 이 장면을 크리스티나 김이 옆에서 지켜봤다.
골프 규칙(10.2a)에는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디 이외의 누구에게도 어드바이스를 요청해서는 안되고, 어드바이스를 해서도 안된다'고 규정했다.
또 용어의 정의에서는 '어드바이스란 플레이어가 클럽 선택, 스트로크를 하는 방법, 플레이하는 방법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의도로 한 말이나 행동을 말한다'고 돼있다.
규칙대로라면 어드바이스를 구한 다이, 어드바이스를 해준 웨버(그의 캐디가 한 행동은 플레이어가 한 행동으로 간주됨) 모두에게 2벌타가 부과된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 규칙 위반을 즉각 지적하지 않고 그 라운드가 끝난 후 경기위원을 불러 얘기했다. 경기위원회에서는 약 한 시간동안 이 사안을 검토한 후 두 선수에게 2벌타씩을 부과했다. 그날 스코어는 웨버가 69타에서 71타, 다이는 71타에서 73타가 됐다.
두 선수, 특히 자신의 캐디 잘못으로 2벌타를 받은 웨버는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다이도 자신 때문에 벌타를 받은 웨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Q시리즈는 8라운드 후 상위 45명에게 내년 미국LPGA 투어카드를 부여한다. 이 대회에서 크리스타 김은 공동 24위를 차지하며 내년 투어에 복귀하게 됐다. 그 반면 다이는 공동 51위, 웨버는 공동 67위로 투어카드를 받지 못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행동했다. 그런데도 그의 행동을 두고 말이 많다.
더욱 규칙 20.1c(2)에는 '다른 플레이어가 규칙을 위반했거나 위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플레이어가 알거나 믿고 있는데, 그 다른 플레이어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경우, 플레이어는 그 사실을 그 다른 플레이어나 플레이어의 마커 또는 레프리나 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그 문제를 인식한 후 플레이어는 신속하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닌 한, 그 다른 플레이어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전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플레이어가 그것을 알리지 않은 경우, 위원회는 그것이 골프의 정신에 어긋나는 매우 부당한 행동이었다고 판단하면 그 플레이어를 실격시킬수 있다.'고 못박아놓았다.
크리스티나 김이 그 장면을 보고도 못본 체 넘어간 것이 알려지면 그 자신이 실격당할 수도 있었다. 다만, 웨버와 다이가 얘기했듯이 '왜 그 장면을 본 즉시 지적하지 않았느냐'는 뒷말은 나올 수 있다. 크리스티나 김으로서는 라운드 도중 얘기할 경우 당사자 두 명의 잔여홀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라운드 후 스코어카드 제출전에 얘기했을 수도 있으므로, 이 역시 크리스티나 김의 잘못은 아니다. 도둑이 죄값을 받아야지, 도둑을 신고한 사람이 받아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크리스티나 김은 이 사단이 일어난 후 논란이 확산되자 100회 이상 트윗을 날려 해명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김은 예전에도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유명했다. 이 사단이 날 즈음에도 "미국LPGA투어에서 규칙 위반 사례가 자주 있으나 그냥 넘어가곤 한다"고 말해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 말이 Q시리즈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프로 10년차인 웨버조차도 "다른 플레이어의 캐디한테 살짝 물어보는 것은 퍼져있는 사실인데 그것이 규칙위반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LPGA투어 Q시리즈에서는 도리스 첸이 불미스런 일로 실격당했다. 그가 친 티샷이 OB로 날아갔는데, 그의 어머니가 그 볼을 인바운드즈 옮겨놓았고, 도리스 첸은 그 볼을 그대로 쳐 실격처리됐다. ksmk7543@newspim.com
미국LPGA투어 Q시리즈에서 함께 플레이한 두 선수의 규칙 위반을 정당하게 신고하고도 화제의 중심에 선 크리스티나 김. [사진=USA투데이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