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3명 목숨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발생 한 달
현재까지 지자체 공무원 입건자 없어
시민단체 고발건은 남부지검에서 수사 착수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근로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서울시·양천구청 공무원 입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번 발생하는 ‘인재(人災)’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철저한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일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고 원인과 책임자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중부지방에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돼 119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하 40m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내려갔다가 올라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07.31 mironj19@newspim.com |
앞서 지난달 31일 목동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 구모(66)씨와 미얀마 국적 A(24)씨, 현대건설 직원 안모(30)씨 등 3명이 터널에 들어갔다가 기습 폭우로 수문이 개방되면서 빗물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4주가 흘렀지만 현재까지 입건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1명, 협력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4명 뿐이다. 정작 시설 관리 주체인 서울시와 양천구 공무원들은 단 1명도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혐의가 발견된 것은 없다”며 “기입건자 4명 외에는 특별한 변동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양천구청은 현대건설 측과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고가 발생한 빗물저류배수시설은 현재 공사가 완료돼 시험 운행 중으로 현대건설, 서울시, 양천구청이 합동 운영하게 돼있다.
그럼에도 사고 당일인 지난달 31일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천구 담당관의 전화를 받고 수문 제어실로 이동했을 때 이미 수문이 개방됐다”며 “수문 개방에 대해 우리는 권한이 없다.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천구청 측은 “현대건설에 수문 조작 권한이 없다는 말이 잘못 표현된 것 같아 수정하겠다”며 “시설물이 준공돼 매뉴얼이 모두 우리에게 넘어왔을 때 양천구에서 운영·관리하게 된다. 현재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양천구는 인수인계 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양 측의 안일한 태도에 당시 실종자 가족은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다 따로 놀았기 때문에 골든타임에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며 이들을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해당 공사의 발주처인 서울시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이에 경찰은 지난 6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양천구청, 현대건설 등 총 7개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를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수사가 시작된 지 4주가 흘렀음에도 지자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지난 2일 시민단체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0개 단체도 “지자체가 안전을 뒷전에 둔 탓에 참사가 반복된다”며 김수영 양천구청장을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 등 사고 관계자 6명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고발 건을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이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지난 9일 중앙지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송 받았다”며 “자세한 수사 상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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