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아시아방송, 北 내부 소식통 인용 보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앞두고 단속 강화"
"北 학생들, '마약왕'‧'1987'‧'범죄도시' 즐겨봐"
"단속반, 석방 조건으로 뇌물 요구…원성 고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 당국이 최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남한 영화를 시청하던 10대 청소년들을 기습 체포하는 등 주민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불법 영상물 시청과 해외 출판물 유포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평양=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8년 7월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개최된 남북통일농구경기에서 여자 ‘평화’팀과 ‘번영’팀의 혼합경기를 평양 주민들이 관람하며 응원하고 있다. |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 15일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 농장마을 자택에 모여 남조선 영화를 몰래 보던 10대 학생 7명이 불법영상물 시청을 전문으로 단속하는 109상무그루빠(그룹)의 급습에 현행범으로 걸렸다"며 "학생들이 노트텔을 이용해 시청하던 남조선 영화는 '마약왕'이었다"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며칠 전부터 삼수군 사법기관에서는 도, 시, 군 대의원선거를 앞두고 선거장주변과 대의원명단이 나붙은 게시판에 불순분자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특별경비를 강화했고 불법 통화와 불법영화시청을 적발하는 109상무조는 비상근무를 서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최신형 탐지기를 가지고 동네를 돌면서 촉각을 세우던 중 탐지기에 걸려든 집 위치를 추적해 현장을 덮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사법기관의 단속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들은 작은 SD카드를 노트텔에 끼워 '마약왕'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109그루빠가 불시에 급습하는 순간에 SD카드를 입안에 넣었다"면서 "그러나 단속 그루빠에 속해 있던 컴퓨터 기술자가 노트텔의 기록을 되살려 검열하는 바람에 학생들이 마약왕 외에도 '1987', '범죄도시' 등의 남한 영화를 본 것이 발각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결국 밤새껏 남조선 영화를 시청했다는 혐의로 7명의 학생들은 109상무그루빠 사무실로 끌려갔다"며 "지금까지 109상무그루빠는 보위부, 보안서 사람들로 조직돼 있었지만 지방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활동하는 109상무그루빠에는 군당에서 일하는 젊은 컴퓨터기술자와 군 불량청소년 지도원이 합류해 청년들의 비법 활동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삭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2018년 8월 북한 평안도 삭주군 압록강 인근에서 철조망 너머로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남조선 영화를 시청하다 109그루빠에 끌려간 아이들의 나이는 15~17세이며 이들은 남조선 영화파일을 어디서 받았는지 등에 관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학생들은 보안서에서 밥도 주지 않아 굶주린 채 취조를 받고 있다가 부모들이 가져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이으며 감방살이를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식들의 처지에 눈물을 흘리던 부모들은 109그루빠를 찾아가 '자식 교양을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사정하고 있지만 사법기관에서는 14살 이상은 교화소에 가야한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며 "이에 부모들은 109그루빠와 안면이 있는 인맥을 동원해 한 학생당 인민폐1000위안의 뇌물을 바쳤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러나 조사를 담당한 사법일꾼은 '우리 조가 5명이고 상부의 숙제도 있으니 2000위안 이상을 내면 봐주겠다'며 뇌물 액수를 올리고 있다"며 "할 수 없이 부모들은 돈주들을 찾아가 이잣돈을 얻어 뇌물로 바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사법기관에 대한 원한이 쌓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용어설명> 노트텔
중국제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CD와 DVD는 물론 USB를 이용한 영상 재생이 가능한 기기다. 노트텔의 장점은 DVD와 USB를 동시에 꽂아놓을 수 있다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은 USB에 남한 영상물을 담아놓고 보다가 갑자기 단속이 나오면 USB를 숨기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다고 알려져 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