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화물선 바꾸며 교묘하게 감시 피해 러시아까지 이동
北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운송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용하는 최고급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의 복잡한 반입 경로를 추적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열렸던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당시 최신의 방탄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을 애용해 눈길을 끌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의해 이같은 사치품의 북한 수출은 금지돼 있어서 그동안 이 고급 리무진 승용차들의 반입 과정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었다.
NYT는 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자료와 자체 취재 결과 문제의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은 네덜란드,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를 차례로 거치는 복잡한 운송 과정과 감시를 회피하는 수법을 통해 평양으로 반입됐다고 보도했다.
NYT의 ‘북한 지도자는 어떻게 자신의 럭셔리 자동차를 갖게 되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20일 최고급 방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리무진 두 대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2개의 컨테이너에 실려 화물선에 적재됐다.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르세데스 벤츠 전용 리무진을 에워싼 북한의 경호요원들. 2019.4.24.[사진=로이터 뉴스핌] |
당시 구매자는 밝혀지지 않았고 이 화물의 운송은 ‘차이나 코스코시핑' 그룹이 맡았다.
리무진 승용차를 실은 컨테이너선은 41일간의 항해를 거쳐 7월 1일 중국 다롄 항에 도착했다. 8월 16일까지 다롄 항에 보관됐던 이 컨테이너는 다시 화물선으로 옮겨져 일본 오사카항으로 이동했다. 또 다른 화물선으로 옮겨진 문제의 컨테이너는 9월 30일 부산항에 들어왔다.
이 컨테이너는 부산항에서 다시 토고 국적의 화물선 ‘DN5505'호에 적재돼 러시아의 나훗카 항으로 출발했다. 이 화물선은 토고 국적이지만 마샬 군도에 적을 둔 ‘도 영 시핑’의 소유로 등록돼 있으며 이 회사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리무진에 대한 연대 보증인으로도 이름을 올린다.
NYT는 ‘도 영 시핑’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러시아 사업가 다닐 카자추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DN5505호는 10월 1일 부산항을 출항한 뒤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껐다. AIS를 끄는 것은 대북 제재 감시를 피하려는 선박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DN5505호가 AIS를 다시 켰을 때는 한국 영해 내에 다시 들어온 뒤였고 세관 자료에 따르면 그 사이 나홋카 항에서 2588t의 석탄을 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나홋카 항에서 하역된 메르세데스 리무진은 이후 북한의 특별 화물기를 통해 평양으로 공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문은 이 차량들이 나홋카에서 인근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겨졌고 이후 10월 7일에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 소속 3대의 화물기에 실려 평양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는 김 위원장의 해외 순방시 전용 리무진 등을 운송해왔다. 지난 4월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 당시에도 회담 개최에 앞서 고려 항공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로도 방탄 메르세데스 리무진 등을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