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저장 발효 시스템으로 차별화된 맛과 향
밍냥 등 깔끔한 고량주 콘셉트로 한국시장 진출
[서울=뉴스핌] 정산호 기자 =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노주노교)는 중국 3대 명주 ‘마오우루(茅五瀘, 마오타이 우량예 루저우라오자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바이주(白酒, 백주) 이자 4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브랜드로 지금까지 많은 중국인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루저우 라오자오의 프리미엄 바이주 궈자오 1573 [사진=바이두] |
루저우지역 진·한 시대부터 양조문화 발달
쓰촨(四川)성 루저우(瀘州) 지역은 예로부터 농업이 번성해 곡식을 이용한 양조문화도 함께 발달했다. 문헌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는 진(秦)·한(漢) 시대부터 술을 빚어 왔다고 한다. 쌀을 원료로 하는 발효주를 주로 즐겼다고 한다. 도수도 그렇게 높지 않아 술 대부분이 3~6도의 낮은 도수였다.
우리가 ‘중국 술’ 하면 생각나는 투명하고 높은 도수의 증류주는 송(宋)나라 시기에 접어들어서야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다만, 초기에는 기술과 설비의 제약으로 백주 도수 또한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한다.
증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시기는 송나라 말기 원(元) 나라 초기로 알려졌다. 몽골인들이 유럽의 증류기를 중국에 들여오면서 중국의 바이주 생산에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통해 양조 기술과 더불어 바이주 도수 또한 크게 올라간다.
이러한 가운데 원 태정(泰定) 원년(1324년) 루저우 사람 궈화이위(郭懷玉)가 바이주 양조에 쓰이는 누룩인 간춘(甘醇)곡을 발명해 바이주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간춘곡이 바이주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궈화이위가 간춘곡을 다른 온도로 발효시켜 만든 세 가지 누룩(大曲, 대곡)이 거의 모든 바이주 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중·저온 대곡의 경우 청향형(清香型), 중·고온 대곡은 농향형(濃香型), 고온 대곡은 장향형(醬香型) 제조에 쓰인다.
이들 대곡은 바이주 원료인 수수의 발효 과정에 쓰이는 전분과 발효효소 배양에 필수 원료다.
맑고 순한 맛이 일품인 청향형으로 유명한 제품에는 펀주(汾酒)가 있다. 농향형은 깊고 맛과 향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향형으로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우량예(五糧液, 오량액), 수이징팡(水井坊, 수정방) 등이 대표적인 농향형 제품이다. 특유의 향으로 바이주 애호가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장향형 바이주에는 구이저우 마오타이(貴州茅台)가 있다.
루저우라오자오 바이주는 특수한 구조 덕분에 기타 양조장과는 다른 특유의 맛과 향을 가지게 됐다 [사진=바이주] |
루저우라오자오 양조기술 원형 1573년에 형성
지금의 루저우라오자오 양조기술 원형은 명나라 만력(萬曆) 원년인 1573년 구장양(古江陽, 현재의 쓰촨성 루저우시)에서 수청쭝(舒承宗)이라는 인물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루저우라오자오의 바이주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발효 구덩이가 한몫을 했다. 사명이기도 한 라오자오의 자오(窖, 움 교)는 ‘구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수청쭝이 만든 바이주 발효용 구덩이가 기타 양조장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구덩이 바닥과 벽면을 진흙과 황토를 이용해 4겹이나 발라 완성한 점이다. 이는 각종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이 미생물들이 발효 과정에서 바이주에 독특한 향과 맛을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발효 구덩이는 시간을 갈수록 발효 효과가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초창기에 조성된 발효 구덩이는 중국의 물질(유형)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루저우 라오자오의 대표 바이주 이름이 ‘궈자오(國窖) 1573’인 것을 보면 루저우 라오자오가 자신들의 발효기술과 역사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품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우량예가 술 이름에 다섯 가지 곡식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해 재료를 부각한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루저우 라오자오 소유권은 최초 수(舒)씨 가문에서 라오(饶), 두(杜)가문을 거쳐 1869년 광둥(廣東)출신 사업가 원쉬안위(温宣豫) 손에 넘어가게 된다.
루저우 라오자오는 독특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15년 당시 루저우 라오자오 주인이던 원샤오촨(溫筱泉)은 자신이 만든 바이주를 가지고 태평양을 건너 중국 전통주 최초로 파나마 만국박람회에 참가한다. 단지 서양인들에게 중국 술을 소개한 것뿐만 아니라 해당 박람회 금상을 받으며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1952년 신중국 수립 이후 처음 열린 전국 주류 품평회에서 루저우라오자오는 마오타이, 시펑(西鳳), 펀주와 함께 ‘중국 4대 명주’에 선정된다.
이후 높은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에는 발효 구덩이가 국가 중점 문화재에 선정됐고, 2006년에는 루저우라오자오의 양조 비법이 국가 비물질(무형)문화 유산에 등재됐다.
루저우 라오자오는 신제품 밍냥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사진=바이두] |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제품군
루저우라오자오의 대표 바이주 제품은 ‘궈자오 1573’이다. 모든 양조 과정을 전통에 따라 장인이 직접 만드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 또한 쓰촨 남부에서 재배된 유기농 수수만을 사용한다. 만들어진 바이주 원액은 풍미가 깊어지고 향이 더해질 때까지 저장고에서 최소 5년 이상 숙성과정을 거친다. 이후에도 엄격한 품질 기준 적용으로 유통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은 제품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프리미엄 제품인 ‘루저우라오자오터취(瀘州老窖特曲, 노주노교 특곡)’또한 23대째 내려오는 양조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수준 높은 농향형 바이주로 깊은 향과 맛을 낸다. 중국 상무부는 2006년 이 제품을 중화라오쯔하오(中華老字號)에 선정했다.
지난 4월 루저우라오자오는 신제품 밍냥(茗釀)을 한국시장에 선보이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찻잎에서 추출한 안토시아닌 등 식물 유래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한 밍냥은 부드러운 목 넘김과 기존 바이주 대비 숙취가 덜하다고 알려졌다.
루저우라오자오는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국제화’를 의식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바이주 특성상 40도 이상인 점을 고려해 저(低) 도수화 흐름이 강한 외국 시장에서 칵테일에 첨가하거나 얼음에 타 마셔도 루저우 라오자오 특유의 맛과 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썼다고 한다. 이를 위해 중국 비물질(무형)문화재이자 루저우라오자오 양조 총괄인 선차이훙(沈才洪)선생이 개발을 담당했다고 한다.
ch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