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공익위원 18명만 참석
박준식 "무한정 참여 지연은 곤란"
노동계 최초안 1만1100원 넘을 듯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또 다시 불참했다. 지난 회의에 이어 두번째 연속 불참하면서 다음 회의에선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만으로 내년 최저임금 심의·의결이 가능해졌다.
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는 사용자위원 9명을 제외한 근로자위원 9명과 공익위원 9명 등 총 18명이 참석했고, 중기부와 고용부 특벽위원 각 1명씩 배석했다.
당초 사용자위원들의 참석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회의시작까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일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불참했다. 2019.07.02 [사진=뉴스핌DB] |
사용자위원 9명은 지난 26일 열린 제5차 전원회의 직후 자리를 박차고 나간뒤 다음 회의 전원 불참을 선언했다. 당일 치러진 최저임금 결정단위, 사업종류별 구분적용 투표에서 사용자위원들의 의견이 묵인됐다는 불만이다.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단위를 시급으로만 표기하는 것을 원했고, 사업종류별 최저임금을 구분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시급과 월 환산액을 함께 병기하는 것으로, 사업종류별 최저임금도 동일하게 지급하는것으로 결론이 났다.
최저임금법상 위원 과반수 이상 참석하고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두번 이상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위원들만으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 즉, 내일 예정된 제8차 회의에서는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각 7명 이상 참석하면 심의·의결 조건이 된다는 의미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이날 사용자위원들의 불참에 대해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위원장이 결정만 내리면 내년 최저임금이 노동계와 정부의 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절차에 따라서 결정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적인 임무와 사명을 대표하는 분들이 무거운 책임의식을 볼때 무한정 참여를 지연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사용자 위원들이 조속히 복귀하길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쪽 당사자들인 사용자위원들 없이 심의를 시작하는게 부담스럽다"며 "난관이 있지만 위원장으로서 8월 5일 고시할 수 있도록 저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한 범위에서 최대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식·비공식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2일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9.07.02 [사진=뉴스핌DB] |
노동계는 즉각 경영계 옥죄기에 나섰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주말에 어렵게 어렵게 운영위원회까지 소집해서 일정 협의를 했는데 그것조차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참여를 촉구하고 말고를 떠나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과의 약속도 했고 500만이 넘는 노동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위원장에게 요청 드리는 것은 유감표명 수준의 표현이나 참여촉구가 아니라 좀 더 강한 표명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회의 원칙에 의하면 3번째 부터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이렇게 나오는 것에 분노가 난다. 가슴이 떨려 말이 안나온다. 무시를 당한 것 같다. 무례하다"고 경영계 행태를 꼬집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역시 모두발언에서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저임금 노동장에게 최저임금은 생명줄입니다. 본인들이 합의한 절차를 거친 심의에서 불참하고 또 불참했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결정을 미루고 유보할 문제가 아니다"며 "위원장께서 사용자위원들의 전원회의 참석 촉구 말씀 하셨는데 그 말씀을 넘어 정상적 회의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지난해 산입범위 확대 등을 감안했을때 올해는 지난해 최저임금 최초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지난해 1만750원을 제시했다. 올해는 이보다 최소 많은 1만1100원 이상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