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정리해고로 시작된 노사분쟁
1달 명예복직·합의금 지급·사측 유감 표명 등 합의
해고노동자, 4464일의 투쟁..."우리가 마지막이길"
"2012년 대법원 제대로 판결했으면 7년전 끝났을 것"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국내 최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으로 기록된 콜텍이 13년 만에 노사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정리해고와 해고자 복직을 놓고 지난 2007년부터 이어진 노사 갈등은 종지부를 찍었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464일의 복직투쟁과 사측과의 합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년의 복직투쟁과 사측과의 합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2019.04.23. hwyoon@newspim.com |
이인근 콜텍 노조지회장은 “참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다. 지난 13년은 가정을 버려야 했고 내 꿈과 삶을 버려야 했던 세월”이라며 “이 세월을 있게끔 한 것은 법원이다. 2012년 법원이 제대로 판결했다면 우리의 문제는 7년 전 끝났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제2의, 제3의 콜텍 노동자가 길거리에서 헤매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한다”며 “우리의 자식들은 정리해고의 위험에 놓이지 않고 평생 맘 놓고 일해서 자신들의 꿈과 삶을 이뤄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13년 복직투쟁 끝에 올 연말 정년을 맞는 김경봉 조합원은 “많은 사람들이 13년 투쟁에서 무엇이 제일 어려웠냐고 물어본다. 13년 동안 어렵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13년 동안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식구들이 고통 받아야 했다”며 울먹였다.
최근 42일 동안 단식에 돌입했던 임재춘 조합원은 “목숨 살려주셔서 고맙다. 사실 저는 기타를 만드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할줄 모르고, 13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며 “내가 마지막 단식이길, 파인텍이 마지막 고공농성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콜텍 노사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전날 교섭을 통해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공식 서명했다. 이에 따라 13년간 복직투쟁을 벌인 이 지회장과 임씨, 김씨 등 3명은 다음 달 2일 명예복직 한다. 이들은 한달 동안 재직한 뒤 같은 달 30일 퇴직한다.
해고 노동자들의 한 달 명예복직은 현재 국내 공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노사는 국내 공장이 재가동되면 이들을 우선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인턴기자 = 박영호 콜텍사장(오른쪽 첫번째)과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왼쪽 첫번째),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콜텍 교섭 합의 조인식'에서 합의 서명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04.23 dlsgur9757@newspim.com |
25명의 콜텍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해고 기간에 대한 소정의 보상금을 받는다. 보상금의 구체적인 액수는 노사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사측은 2007년 정리해고로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노사는 서로에 제기한 민·형사, 행정소송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한 집회와 농성을 중단하고 콜텍 본사 앞에 설치된 관련 시설물을 자진 철거할 예정이다.
콜텍 노사 교섭은 지난해 말부터 9차례 진행됐다. 8, 9차 교섭에는 박영호 사장이 처음 교섭 자리에 참여했다. 노사는 명예복직과 해고기간 임금 지급, 정리해고에 대한 사측의 입장 표명 등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지난 22일 9차 교섭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콜텍 노사 갈등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콜트악기는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 90여명을 해고한 뒤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공장을 인도네시아와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다. 같은 해 12월 노조 대의원 이동호씨는 정리해고에 반발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2008년 해고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1심 재판부는 “긴박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한 정리해고가 인정된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서울고등법원은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던 2012년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회사에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해당 대법원 판결을 “국정운영 뒷받침을 위한 재판거래 사례”로 지목했던 바 있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