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내성 원인
‘지씨에이(Grancalcin)’ 유전자 발견
울산과기원·충남대 등 5년 연구 결실
30% 글리벡 내성환자 진단·치료제 개발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기적의 표적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의 약물 내성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았다.
가톨릭혈액병원 김동욱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가톨릭백혈병연구소),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김홍태·명경재 교수(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이주용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런 연구성과를 얻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은 글리벡 내성을 조절하는 ‘지씨에이(GCA· Grancalcin)’ 유전자를 발견하고 ‘TRAF6-ULK1’ 의존성 자가포식 작용을 활성화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찾아 백혈병 동물 모델을 통해 규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과 세포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오토파지 (Autophagy)’에 지난달 30일 게재됐다.
(그림) GCA 단백질의 자가포식 활성화에 의한 내성 발생 기전 2019.04.23. [자료=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
연구진에 따르면 2001년 국내에 도입된 글리벡은 혈액암 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을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인 최초의 표적항암제다.
글리벡 개발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에서 하루 한번 약을 복용하면 장기생존이나 완치도 가능하게 됐다.
문제는 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되는 약의 내성이 생기면 백혈병 암세포가 무한히 증식해 1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10%는 처음부터 글리벡 내성으로 치료되지 않는 1차 내성 환자이고, 20%는 치료에 잘 듣다가 내성이 생기는 2차 내성(재발) 환자다.
연구팀은 차세대시퀀싱과 마이크로어레이 방법으로 2017년 3월 만성백혈병이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하며 차세대 표적항암제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에 내성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코블 1(COBLL1)’ 단백질을 찾아 백혈병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 '루케미아(Leukemia)'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하지 않은 환자에서 발현이 증가하며 글리벡에 강한 내성을 보이는 데 관여하는 GCA 단백질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그 동안 표적항암제 내성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BCR-ABL1’ 유전자의 점돌연변이가 이 환자들에게는 아주 적게 발견되는 점에 주목했다. 또 다른 내성 기전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5년의 연구를 통해 주요 내성 원인을 추가로 규명한 것이다.
즉, GCA 단백질이 TRAF6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며 ULK1의 K63-연관 유비퀴틴화를 증가시켜 ULK1 단백질을 안정화시킴과 동시에 활성화시켜 세포의 자가포식과정을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지속적인 표적항암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백혈병 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기 때문에 내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김홍태 교수는 “이번 연구로 GCA 유전자가 지닌 저항성 유도에 관한 성질을 밝힐 수 있었다”며 “GCA 유전자가 만성 백혈병에 대한 치료제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혈액병원장 김동욱 교수는 “그 동안 환자들이 글리벡 덕분에 백혈병은 중병도 아니라고 인식될 만큼 표적치료 효과가 높았지만 환자 10명 중 3명은 약이 듣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로 글리벡 내성이 어떻게 발생하는지가 규명되어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연구의미를 밝혔다.
또한 “만성골수성백혈병을 가진 모든 환자에서의 ‘일차 치료법’은 글리벡 등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약물요법으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평가, 치료에 대한 조언을 환자가 스스로 성실하게 잘 따라 정확한 용량의 약물을 정확한 시간에 빠짐없이 복용하고 지속적인 반응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완치에 이르는 필수 요건을 설명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