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의 이른바 개미들이 주식시장에 컴백했다. 지난 2015년 초 이후 자금 유출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던 주식형 뮤추얼 펀드가 ‘사자’를 기록한 것.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우려된다는 표정이다. 1분기 기업 순이익 감소와 이익률 저하가 점쳐지면서 연초 주가 랠리가 꺾일 여지가 높은 만큼 최근 적극적인 매수로 방향을 전환한 개인 투자자들이 상투를 잡은 셈이라는 얘기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트림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1월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로 33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홍수를 이뤘다.
이에 따라 관련 펀드는 2015년 초 이후 처음으로 ‘사자’를 기록했다. 1월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7.9% 급등, 1987년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뛰면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긴 결과다.
지난달 개미들의 공격적인 베팅은 12월 대규모 매도와 정면으로 대조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주식형 뮤추얼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439억달러로,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가 지난해 말 베어마켓에 진입하는 등 4분기 폭락을 연출했던 뉴욕증시가 연초 강한 반전을 이룬 데다 시장 변동성 상승에 적극 대응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펀드 시장에 반전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향후 주가 전망이 흐리다는 데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 사이클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경제 지표와 올해 기업 이익 전망, 주요국 실물경기가 일제히 적신호를 보내는 상황이다.
데이터트렉의 니콜라스 콜라스 공동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시점이 상승장의 정점”이라며 “주가 상승 모멘텀이 꺾이는 한편 변동성이 뛸 경우 개미들의 자금이 다시 썰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월가 투자은행(IB)의 주가 전망은 흐리다. 중국과 독일 등 주요국의 경기 한파에 따른 기업 실적 충격과 올해 미국 성장률 둔화가 주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투자 보고서를 내고 1월 주가 랠리가 연말까지 마지막 강세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뉴욕증시가 12월 저점 대비 16% 폭등했고, 이 과정에 과매도가 해소됐다는 것. 골드만 삭스는 향후 증시는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며 감속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아울러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탄탄한 종목으로 철저한 옥석 가리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했다.
이 밖에 캐너코드는 보고서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며 투자자들에게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S&P500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0.8% 감소할 것으로 전망, 이른바 이익 침체가 가시화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