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말 그대로 파격 변신이다. 순정남 이미지에 가슴 아린 멜로를 주로 했던 배우 김재원이 연기 변신을 꾀했다. 데뷔 18년 차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재원이 OCN ‘신의 퀴즈: 리부트’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극 중에서 현상필로 선 굵은 악역을 소화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 지난 23일 뉴스핌이 마주한 김재원의 모습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배우 김재원 [사진=윌엔터테인먼트] |
“처음에는 헤어스타일도그렇고, 선한 이미지는 하나도 안 남기고 싶었어요. 정말 ‘악의 끝판왕’을 보여드리고 싶었죠(웃음). 감독님도 조커와 같은 캐릭터를 요구하셨거든요. 그런데 점점 극이 흘러갈수록 선한 쪽으로 흘러가더라고요. 끝까지 악인은 아니고, 결국 연민과 서사가 있는 인물이었어요. 그래도 변신에는 성공했다는 평을 들어서 기분 좋게 마무리했어요.”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비춰지는 악역들은 대게 엄청난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김재원이 악역을 하지 않았던 것은 그런 폭력성이 싫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현상필도 ‘신의 퀴즈’에서 폭력성을 띄고 있는 인물. 과연 무엇이 끌렸던 걸까.
“사실 제가 선한 역할만 계속 해서, 그 위주의 작품이 많이 들어왔어요. 영화나 다른 작품에서 비춰지는 너무 폭력적인 악역은 원치 않았거든요. 그러다 ‘신의 퀴즈’를 만났는데, 그냥 흐름이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다른 건 제가 선택했지만, 이 작품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제 마음 속에는 간디가 자리 잡고 있어서, 현상필을 연기하면서 힘들었어요. 하하. 그런데 현상필의 과거를 들으니까, 복수심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동안 느껴왔을 고통이 웬만한 폭력성으로는 안 끝날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 허구의 인물이지만, 복수를 꿈꾸며 해왔던 행동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얻길 바랐고요.”
배우 김재원 [사진=윌엔터테인먼트] |
연기 변신도 변신이지만, 가장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헤어스타일이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연기를 해오면서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스타일로 대중을 찾았다.
“그 머리 스타일을 하기 전에 정말 여러 헤어를 해봤어요. 그런데 어떤 모습을 해도 악해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정말 ‘어떻게 하면 날 것처럼 보일까’ 계속 고민했어요. 그런 와중에 나온 머리가 당시 헤어스타일이에요. 그 모습 때문에 평생 먹을 수 있는 욕은 다 먹은 것 같네요. 하하.”
김재원에게 ‘신의 퀴즈’는 도전이었다. 장르물 중 가장 긴 호흡을 가지고 온 드라마에 첫 합류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김재원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정말 도전만큼 재밌는 건 없어요. 도전했는데 실패하면 자괴감에도 빠지고 자존감도 낮아질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이번 작품에서 제 스스로에 대한 목표치가 높지 않았어요. 단순히 ‘욕만 먹지 말자’였거든요. 시청자 분들이 저는 선한 역할만 할 거라는 생각을 바꾸게 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거죠. 그리고 기존 ‘신의 퀴즈’ 배우들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배우 김재원 [사진=윌엔터테인먼트] |
작년에는 유독 바쁜 한 해를 보냈다. 1년에 한 작품만 하는 것을 기조로 둔 김재원이 두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났기 때문. 그는 “비록 체력은 바닥이 됐지만, 다양성을 보여준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의도치 않게 두 작품을 했어요. 두 작품 모두 평이 감사하게도 좋게 나와서 나름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었던 해였어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배우가 아닌 탤런트라는 생각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이미지를 만들어서 하나의 작품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한 두 작품으로 인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배우로서 다양성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좋아요. 올해는 일단 체력을 쌓아야 할 것 같아요. 정말 남아 있는 체력이 없습니다. 하하.”
당장의 목표는 일단 다시 작품에 들어갈 수 있는 체력을 쌓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와 배우로서 목표도 계획을 모두 세워놨다.
“배우로서 이제 캐릭터도 분석하려고요. 대중 분들에게 ‘저 배우는 저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라는 평을 받고 싶어요. 저는 서비스업을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올 한해도 소처럼 일해서 농사 잘 지은 한 해를 만들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