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지배구조 개선 요구 구체화...조 회장 일가·경영진 힘빼기"
"3월 주총 조 회장 퇴진은 어려워...국민연금·KCGI 표 결집력 변수"
"'인적 쇄신' 보다 '제도개선' 중점 둘 것"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공개제안을 내놓는 등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상대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일 발표한 공개제안에는 조양호 회장 퇴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와 한진그룹간 '공방'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스핌DB]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선 KCGI와 한진그룹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CGI는 전날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전략 노출을 자제했던 강성부 펀드가 한진칼과 한진 지분 취득이유와 요구사항을 종합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여기엔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담겼다.
KCGI는 한진그룹과 주총 표 대결도 시사했다. KCGI는 "대주주 조양호 회장 일가와 회사 경영진에 비공개로 한진그룹 기업가치 증대 방안을 전달했지만 조 회장 측과 회사 경영진의 소극적 태도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번 공개제안 뒤 한진칼, 한진 대주주와 경영진의 태도 변화가 없을 땐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전날 강성부 펀드의 공개제안으로 한진그룹과 KCGI 사이에 합의가 없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KCGI가 3월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가기 위한 전 단계에 들어갔다"고 해석했다.
앞으로 쟁점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다. KCGI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들었다.
사실상 조양호 회장 퇴진을 염두에 둔 항목도 있다. KCGI는 회사에 범죄행위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한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제안했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지난 2003년부터 올해 중순까지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납품 과정에 일가가 운영하는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중개 수수료'를 챙긴 혐의다.
기존 이사회를 견제할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경영추천위원회' 도입도 제안 내용에 포함했다.
지배구조위원회를 이사회 산하 상설 자문기구로 두고, 지배구조 및 경영 관련사항을 사전 검토, 심의하자는 의견이다. 위원회 구성에서 경영진 추천 사내이사는 1인으로 제한했다. 대신 일반주주 의견을 수렴한 KCGI 추천 사외이사 2인, 외부 전문가 3인을 포함하는 안을 제시했다.
경영추천위원회는 독립적 사외이사가 참여해 자질과 능력을 갖춘 경영진을 선임토록 했다.
다만 조 회장 퇴진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KCGI가 현재 가진 지분만으론 이사 해임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주주총회 참석 주주 3분의 2이상, 총 주식의 3분의 1 이상 우호 세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진칼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조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10.81%, 한진 지분 8.03%를 보유중이다.
변수는 한진칼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는 국민연금(한진칼 지분 7.34%)의 행보와 KCGI의 표 결집력이다. KCGI는 기관 투자자를 만나 일부 '흑기사'(우호 지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 동참도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주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밸류 한진'이라는 웹사이트도 열었다.
한진그룹도 '반격 카드'를 고심중이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한진그룹이 강성부 펀드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긴 어렵다"며 "전날 공개제안엔 주주를 위한 합리적 경영개선 정책이 담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성부 펀드가 '인적 쇄신'보다는 '제도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헤지펀드 매니저는 "KCGI는 한진그룹과 긴 싸움을 예견하고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며 "강성부 대표가 워낙 지배구조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에 당장 경영진을 바꾸는 것보다는 이사진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부터 정비한뒤 서서히 주주행동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