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주 기자 = 무협소설의 대가 김용(金庸·진융)이 30일 향년 9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각지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서점가에서는 그가 생전에 집필한 주옥같은 무협 소설도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14억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김용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무협소설 독서 붐을 일으킨 무협 판타지 거장으로 '영웅문' 시리즈와 '천룡팔부' '녹정기' 등 총 15편의 무협소설을 집필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4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영웅문 시리즈 등 명작들을 집필한 ‘홍콩 무협소설의 전설’ 김용이 30일 별세했다. [사진=바이두] |
◆ 영웅문 시리즈(1957년~1961년 작)
한국에서 영웅문 시리즈로 유명한 사조삼부곡(射雕三部曲)은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세 소설을 일컫는다.
사조삼부곡은 남송 말부터 원을 거쳐 명나라 건국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웅대한 영웅 서사시를 그려낸 작품이다. 1부 ‘사조영웅전’은 의형제 곽정과 양강의 이야기이며, 2부 ‘신조협려’는 사조영웅전으로부터 20년 뒤 양강의 아들 양과가 아버지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사회적 관습에 벗어나 그의 사부 소용녀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마지막 3부 '의천도룡기'는 신조협려로부터 100년 후를 그린 것으로 중국 역사 중 최고의 난세로 꼽히는 송나라 말기부터 원나라의 흥망성쇠를 배경으로 난세에 활동한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중 사조영웅전은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소설이자 김용이 무협소설의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신조협려는 무협지로선 드물게 사랑, 특히 스승과 제자의 금지된 사랑을 다뤄 김용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무협 소설로 언급되며, 의천도룡기는 사조삼부곡 중 최고로 평가 받는다.
◆ 천룡팔부(1963년~1966년 작)
천룡팔부는 김용이 1963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4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으로 중국 송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요와 금, 서하, 토번 등이 자신의 나라와 문파, 무공을 지키기 위해 펼치는 무협 이야기다.
천룡팔부는 무협소설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인민교육출판사가 2004년 11월에 펴낸 전국고등학교 2학년 필수 과목인 어문독본에 실리기도 했다.
◆ 소오강호(1967년~1969년 작)
소오강호는 1967년부터 1969년까지 김용이 홍콩 잡지 ‘명보’에 연재한 작품으로 화산파(華山派)의 수제자 영호충을 통해 무림의 권력 투쟁을 다룬 소설이다. 소오강호는 실존 인물이나 특정한 시대를 그린 것이 아닌 순수한 무협소설이지만, 당시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중국의 정치 권력 투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문단 내에서 평가받는다.
◆ 녹정기(1969~1972년 작)
녹정기는 명말 청초(1644~1689년)를 배경으로 기존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영웅이 아닌 소인배 위소보를 주인공으로 삼아 새로운 무협 세계를 개척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녹정기 집필을 마친 1972년 48세 김용은 이 작품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하고 만다. 그간 15종의 장편 소설을 집필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 온 그는 다시 펜을 잡아도 자신의 기존 소설 속 인물과 중복될 뿐이라며 절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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