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등 여전히 사제총기 제작영상 게시
경찰, 해외 서버 단속 어려움 호소
전문가 "사전 적발 시스템과 국민 교육 강화해야"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개인이 스스로 만든 사제총기 총탄에 맞아 경찰관이 사망한 '오패산 터널 총격사건'이 발생한지 2년여가 됐지만 여전히 사제총기 제작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와 경찰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에 검색어를 집어 넣자 총기 제작 영상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연필, 펜, 고무줄, 나무, 플라스틱 등 주위 소품으로 만들 수 있는 총부터 권총, 소총 등 위력이 강한 총기류 제작 영상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준비물과 만드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설명된 영상은 초보자들도 쉽게 사제총기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
[사진=유튜브 사제총기 제작 영상 캡처] |
뿐만 아니라 '사제총 만드는 법', '사제총 만들기' 등 한글로 검색해도 관련 영상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이 '불법이다', '신고하겠다'는 댓글을 달며 경고하고 있지만 규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포털사이트 사정도 마찬가지다.
4일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방심위가 최근 5년간 포털에 총기제작 영상 등 불법무기류 정보 방치로 시정을 요구한 건수가 110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07건 △2015년 230건 △2016년 247건 △2017년 255건 △2018년(7월까지) 264건으로 매년 증가추세가 뚜렷했다.
2016년 10월 서울 강북 오패산 터널 총격사건 범인 성병대가 사용한 사제총기는 나무와 쇠파이프로 몸체를 구성하고 쇠구슬을 탄환으로 사용하는 조잡한 형태였다. 그럼에도 고(故) 김창호 경감이 관통상을 입고 순직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보였다. 범인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총기를 만들었다'고 진술했으며 무려 16정의 사제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신고 포상금을 올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인터넷 상에 버젓이 게시돼있는 사제총기 제작 영상 등 근본적인 원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포ㆍ화약류의 제조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게시ㆍ유포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모의총기(사제총기)가 범행도구로 사용된 횟수는 △2013년 105건 △2014년 98건 △2015년 93건 △2016년 158건 △2017년 78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해 건수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사제총기가 주요 범행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모의총기(사제총기) 범행도구 사용횟수. [그래픽=구윤모 기자] |
상황이 이렇지만 경찰은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유튜브 등 사이트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을뿐더러 우리나라와 달리 총기 소유가 적법화된 외국의 경우 이러한 영상이 불법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국인 들도 사제총기 제작 영상을 올리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에 영상을 차단·삭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해외 서버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 "국내 사이트에서는 상시 모니터링과 단속을 하고 있는 만큼 불법 제작영상을 올리지 않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최후의 방법"이라며 "우선 인터넷상에서 문제가 되는 영상을 사전에 모니터링 하고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곽 교수는 "또한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사제총기·폭탄 등이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일깨우는 교육과 홍보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