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올 여름 지인이 캐나다 밴쿠버로 꽤 긴 시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주부인 이 지인은 두 딸과 함께 현지 숙소로 에어비앤비(공유 숙박) 두 곳을 이용했다. 흥미로운 것은 임의로 얻은 공유 숙소였음에도 두 집 모두 주인이 중국인이었다는 점이다.
용산에 사는 중국인 친구는 한 달에 열흘 정도 해외 출장을 다니는데 이때 마다 꼭 자기 집을 에어비앤비 회사에 내놓는다. 이렇게 해서 얻는 수입으로 집세의 절반 정도를 충당할 정도다. 공유경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인들 스스로 공유경제를 전자상거래 고속철 알리페이와 함께 중국의 ‘신 4대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고급 향수, 명품백, 10억이 넘는 고급차 등 모두가 공유 대상이다. 부인만 빼놓고 모두 공유한다는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중국 공유경제 시장은 2017년 기준 4조5000억위안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중국에서 공유경제가 발전한 것은 사회주의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공유의 개념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왕서방들의 상업 기질에다, 실리에 밝고 혁신과 실험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특성 역시 대륙에 공유경제가 유행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 한 대 없이도 세계적인 렌터카 회사 사장이 될 수 있고, 호텔방 하나 없이도 세계적인 호텔 체인 사업 총수가 될 수 있는 것. 이게 공유경제의 매력 아닌가”. 잘 아는 베이징의 이공계 대학교수는 “공유경제가 미래 경제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 공유경제 열기를 반영하듯 공유경제(공유차량)의 대표주자인 디디추싱(滴塔出行)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인터넷 기술기업들을 제치고 중국 대학생들이 제일 입사하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평가하는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0조원 이상에 달하며 곧 상장도 할 예정이다.
이렇듯 잘 나가던 디디추싱 공유차량 서비스에 연거푸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강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디디추싱 순펑차(順風車, 개인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던 여성 승객이 지난 5월에 이어 최근 또다시 성폭행 살해된 것. 중국 사회는 디디추싱이 승객안전을 내팽개치고 끔찍한 사고를 두 번씩이나 방조했다며 공분을 터뜨리고 있다.
디디추싱 순펑차 사건 때문에 졸지에 중국 전체 공유경제 시스템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에어비앤비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안전한지 부터 주문 음식의 위생 안전, O2O 택배에서 빈발하는 강도사건 등 공유경제 전반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신경제의 견인차로, 모두의 선망이었던 공유경제가 하루아침에 ‘인민의 공적’으로 몰리는 꼴이다.
디디추싱은 결국 순펑차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고 사람들은 일반 차량 호출 서비스 이용까지도 꺼림칙해 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디디 타는 건 목숨을 내놓는 것. 웬만하면 대중교통 이용하자”며 은근히 서비스 보이콧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특히 주 고객층인 여성들의 서비스 이용이 줄어들면서 영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조기 IPO를 추진하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록 디디추싱이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태로 회사가 당장 문을 닫거나 공유경제가 갑자기 몰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침없이 달려온 중국 공유경제가 시험대에 놓였고, 공유경제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진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당국과 업계가 제도상의 허점을 어떻게 보완해 공유경제를 계속 신경제 신성장의 기대주로 육성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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