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혁 논의 '차관급 실무그룹' 설립키로
中, 美 2000억달러 관세 위협에 WTO 제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중국과 유럽연합(EU) 지도부가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통해 다자 무역체제를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로이터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중국 리커창 국무원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제20차 중국-EU 정상회담을 열고 이런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상회담에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EU 지도부는 이날 저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회담했다.
(왼쪽부터)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리 총리는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보호하는 메시지를 보내야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주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며 WTO 등 국제적인 거버넌스(통치) 체재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WTO 개혁을 논의하는 '차관급 실무그룹'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 EU "WTO, 보조금 및 기술 강제이전 새 규칙 필요"
WTO 개혁은 EU가 강력하게 주장해 온 주제다. 투스크 의장은 WTO에 기술 강제 이전과 산업 보조금에 대한 새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보다 효과적인 분쟁 해결뿐 아니라 산업 보조금, 지식 재산권 및 기술 강제 이전, 무역 비용 절감의 분야에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유럽 모두 WTO를 통해 무역 분쟁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왔으나,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정책이 WTO가 다루기엔 너무 시급하고 규모가 크다고 지적해왔다고 설명했다. EU의 WTO 개혁 요청은 이러한 것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EU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EU 외교관들은 작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설 뜻이 있는 국가를 찾는 중국의 긴박감을 감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EU 측은 미국에 맞서 연합 전선을 구축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역시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 中, 美 2000억달러 관세 위협에 WTO 제소
한편, 이날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추가 고율 관세를 준비 중인 것과 관련 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연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알린 바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 조사에서 중국의 불공적 무역으로 미국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WTO는 미국이 만들었고 세계무역의 주요 결제통화는 달러다. 중국은 국제무역의 후발주자로, WTO 규칙을 수용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WTO에 가입했을 때 중국을 위해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은 특정 국가나 특정 미국인이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