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브렉시트(Brexit)를 두고 영국 보수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밤 열릴 의회 관세법 표결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에 대한 유로회의론자(유럽통합반대론자)들의 '분노'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정치 인생에서 최대 고비를 맞았다. 그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던 그가 최근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소프트 브렉시트'로 선회하면서다. 영국은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할 경우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 이탈하나, 소프트 브렉시트를 택할 경우 EU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한다.
메이 총리는 소프트 브렉시트로 전향하면서 EU 단일시장을 추구하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권과 이민·국경 통제권 등을 영국 정부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16일 진행될 의회 통상법 표결에서 정부 안 지지를 촉구해 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관세협정 체결권을 영국 정부로 다시 가져오는 통상법안을 추진하면서 메이 총리는 집권 보수당내 반대부터 꺾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하드 브렉시트파 보수당 의원들이 만든 유럽연구그룹(ERG)은 소프트 브렉시트안의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표결에서 정부의 관세법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개정안에 찬성하는 보수당 의원이 많을 경우 메이 총리가 밀어붙이는 브렉시트안에 힘이 빠지는 건 불가피하다.
피터 본 보수당 의원은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에서 개인적으로 대화해보면 (소프트 브렉시트안이 결정된) 체커스 합의에 찬성하는 이는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내각회의에서 소프트 브렉시트안이 합의됐으나 이에 반대하며 브렉시트부 장·차관과 외무장관이 사임했다.
일부 보수당 강경파는 지난주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추진을 논의하기도 했다. 보수당 의원 중 48명이 불신임안에 서명하면 투표가 진행되고, 159명이 찬성시 메이 총리를 총리직에서 몰아낼 수 있다.
다만 악화일로를 걷던 여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입하면서 주춤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를 공개 비판하면서 일각에선 메이 내각을 동정하는 여론도 일고 있다.
내부 반발이 격화되자 메이 총리는 정면돌파 승부수를 놨다. 그는 보수당이 자신을 총리직에서 몰아낼 경우 영국이 수십년간 꿈꿔 온 EU 탈퇴의 기회를 당원들이 망칠 수 있다고 15일 경고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의회는 오후 9시 투표로 종료된다.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며 사임한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도 투표에 앞서 연설을 할 수 있어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이들의 행보가 다른 의원들의 발언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을 발의한 보수당 의원 제이콥 리스-모그는 표결을 앞두고 "메이 총리가 보수당이 분열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메이는 보수당 통합을 위해 브렉시트 정책 수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이날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