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글로리오사 풍뎅이 외피와 동일한 구조 미세 캡슐에 탑재 기술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작은 크기와 높은 기계적 안정성을 가져 주사 및 이식이 가능하고 국부적인 영역에만 조사할 수 있어 치료용 레이저로 사용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캡슐형 레이저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3일 KAIST에 따르면 이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 김윤호 박사와의 공동 연구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글로리오사 풍뎅이의 외피 구조를 모방해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共振器)를 개발했다.
새롭게 개발한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는 크리슈나 글로리오사 풍뎅이(Chrysina gloriosa)의 외피와 동일한 구조를 미세 캡슐에 탑재한 기술로 치료용 레이저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이상석 박사과정, 김신현 교수, 김종빈 박사과정 [사진=KAIST] |
글로리오사 풍뎅이는 좌측으로 원편광된 빛을 비추면 나뭇잎과 비슷한 초록색을 띠고, 우측으로 원편광된 빛을 비추면 아무 색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독특한 광학 특성은 포식자들을 피해 글로리오사 풍뎅이 간의 통신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글로리오사 풍뎅이가 편광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보이는 이유는 외피에 왼쪽 방향으로 휘감아 도는 나선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선구조는 동일한 방향의 원편광 빛만을 선택적으로 반사해 반사색을 보인다.
좌원편광 빛과 우원편광 빛에 노출된 C. gloriosa 풍뎅이의 사진 [사진=KAIST] |
글로리오사 풍뎅이가 가진 나선구조를 활용하면 인공적으로 액정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액정 나선구조는 글로리오사 풍뎅이의 외피처럼 편광 방향에 따른 반사 특성을 보이며 특정 파장의 빛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의 레이저와 달리 거울 없이도 레이저 공진기를 구현할 수 있다.
이 같은 액정을 활용한 레이저 공진기는 필름 형태로 구현되곤 한다. 하지만 필름 형태의 공진기는 레이저의 발광 방향이 고정돼 있고 크기가 커 미세한 부분에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액정 레이저 공진기를 머리카락 크기 수준의 캡슐 내부에 제작해 목표 지점에 주사하거나 이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레이저 공진기를 개발했다.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는 삼중 구조로 구성된다. 코어의 액정 분자와 발광 분자의 혼합물을 액체 상태의 배향층과 고체 상태의 탄성층이 겹으로 감싸는 형태다.
배향층은 코어의 액정 분자가 높은 배향 수준을 갖게 하는 역할을 통해 레이저 공진기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탄성층은 캡슐의 기계적 안정성을 높인다. 연구팀은 미세유체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삼중 구조를 제어된 방식으로 설계했다.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의 구성 (좌) 및 광학 현미경 사진 (우) [자료=KAIST] |
캡슐형 레이저 공진기는 공기 중에서도 안정적으로 구형을 유지하며 레이저 발광이 캡슐 표면을 따라 수직 발생해 3차원의 전방향(omnidirectional) 레이저 발광이 가능하다.
또한 캡슐형 공진기를 기계적으로 변형시켜 발광 방향과 레이저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고 온도 조절을 통해 액정의 나선구조 간격을 변화시키면 레이저 발광의 파장도 조절이 가능하다.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X-project 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 Wavelength-tunable and shape-reconfigurable photonic capsule resonators containing cholesteric liquid crystals)는 사이언스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6월 22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