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속보

더보기

"취향 바꿀 수 있어"…'치료법' 기도·금욕 처방받는 홍콩 LGBT

기사입력 : 2018년06월01일 11:20

최종수정 : 2018년06월04일 15:32

커밍아웃해도 정체성 바꿀 '치료' 처방받는 동성애자들
"동성·이성 취향 선택 가능" vs "사회적 낙인 '선택'으로 포장"

[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포르노 보지 말고, '마초'들만 보세요. 혼자서 다른 남성들과 어울리지 마세요."

홍콩에 사는 앨빈 청(Alvin Cheung)이 자신이 게이라는 걸 깨닫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받은 충고다.

청은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기도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게 됐다. 몸무게가 줄어들고 대학교 마지막 학기 생활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청은 "항상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원망스러웠다"며 "자살하고 싶은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 인권 운동가들은 홍콩에선 청과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른바 '개조 치료법(conversion therapy)'으로 불리는 차별적이고 유해한 프로그램이 법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부분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들이 운영하는 치료 단체는 이 같은 평가가 적절치 않다며, 단지 동성애자들에게 "선택권"을 줄 뿐이라고 해명한다.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프라이드 퍼레이드. 한 남성이 "예수는 당신을 보듬어 안는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한때 영국 식민지였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에선 지난 30년 가까이 동성애가 차별받아왔다.

홍콩에서는 매년 '프라이드 퍼레이드'도 열린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정착을 위한 성 소수자 LGBT들의 축제다.

하지만 사회 이면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 갖기를 강요하는 가족들의 억압 속에 살아가는 게이들이 있다. 홍콩에선 동성애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 LGBT 세뇌하는 사회

홍 콰이와(Hong Kwai-wah)는 2004년 기독교단체 새창조연합을 창설했다. 올바른 성적 취향을 갖고 싶은 이들을 비롯해 다수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고 콰이와는 설명한다. 그는 "성 정체성은 유동적이고 변화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새창조연합이 성 개조 치료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선 부인한다. 그는 "동성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반드시 동성애적 행동을 하거나 동성 연인관계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다"고 톰슨로이터재단에 설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덧붙여 "그들은 여전히 게이가 되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선택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성적 취향을 바꾼 동성애자를 100명도 넘게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성에서 벗어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걸 막는 것이야말로 비윤리적인 처사이자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LGBT 지지자들은 성적 취향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기 위해 그저 선택의 문제로 포장해 거론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지 차오(Gigi Chao)는 "성 소수자 개인의 정신 건강을 망치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재벌가 딸이자 레즈비언인 차오는 2012년 아버지가 그와 결혼할 수 있는 남성에게 6500만홍콩달러(약 700억원) 보상금 지급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차오는 동성애에 완강히 보수적인 사회 태도가 동성애자들이 홍콩을 떠나게 만든다고 비난했다. 그는 "게이나 트렌스젠더 등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많은 친구들이 홍콩을 떠나 돌아올 계획이 없다"며 "이런 호모포비아 사회 일원이 되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 "책임감 있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

일부 국가에서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치료를 받고있다. 정신 분석을 받는가 하면, 주사 치료, 전기 충격 요법을 받는 식이다.

홍콩이 이 같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접근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들은 종교적 교리에 바탕을 두고 성 정체성을 바꾸길 고집한다고 LGBT 신학아카데미 회원 노커스 융(Nocus Yung)은 설명한다.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기도와 냉수마찰, 금욕수련으로 정체성을 바꿀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이런 개조 치료법은 세계 곳곳에서 맹신되고 있다. 국제 LGBT 연합의 지적에 따라 법으로 금지한 곳은 브라질과 에콰도르, 몰타뿐이다.

운동가들은 LGBT에 낙인 찍는 태도가 인권 유린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은 30대인 사회 운동가 앨빈 청은 아직도 10여 년 전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한 교회 단체가 운영하는 모임에서 겪은 18개월간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동성애 치료' 상담회에서 받은 서적들을 보여주며 "정상인이자 부모님에게 책임감있는 아들이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본명을 밝히길 꺼리는 또 다른 남성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신을 써니(Sunny)라고 소개한 그는 2015년부터 일년간 청과 비슷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 역시 자신의 섹슈얼리티는 죄악이라고 주입받았다. 당시 22살이었던 그는 동성연인 관계를 가지지 않기 위해 기도와 금욕 생활을 했다.

같은 모임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가 만약 정상인으로 살 수 없다면, 게이가 될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써니는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홍콩 기회균등위원회(EOC)는 동성애자 차별 금지 법안 제정을 촉구해왔다. 위원회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성적 성향이나 성 정체성 때문에 존엄한 삶을 살 권리를 부정당해선 안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라고 모두가 같은 시선인 건 아니다. 성적 개조 치료는 홍콩 기독교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홍콩 성공회 수장 피터 쿤(Peter Koon)을 비롯한 교인 대부분은 개조 치료법에 반대한다. 기독교는 홍콩 주요 종교 중 하나다. 홍콩의 700만 인구 중 개신교 신자는 48만명, 가톨릭 신자는 37만9000명이다.

쿤은 "종교에서 신이 우리 모두를 차별없이 사랑한다는 건 상식이다. 동성애 문제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chojw@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서부지법 난동' 4명 오늘 선고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당시 언론사 취재진을 폭행하거나, 법원에 난입하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16일 내려진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우현)는 이날 오전 10시 우 모 씨 등 4명의 선고기일을 연다. 지난 1월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청사 유리창과 벽면이 파손되어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훼손하는 등 난동을 부려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섰다. [사진=뉴스핌 DB] 우 씨는 지난 1월18일 서부지법에서 취재 중이던 MBC 취재진에게 가방을 휘둘러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남 모 씨와 이 모 씨는 시위대를 법원 밖으로 이동시키려던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는다. 안 모 씨는 서부지법 경내에 들어간 혐의(건조물침입)다. 지난 3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우 씨, 남 씨, 이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안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피고인들은 모두 죄를 반성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서부지법 난동' 첫 판결이 나온 지난 14일, 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를 받는 김 모 씨와 소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chogiza@newspim.com 2025-05-16 07:26
사진
사직 전공의 복귀 수요조사 마무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정부에 전공의 복귀를 위한 '5월 추가 모집'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병원 단체인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복귀 희망 여부를 조사한 설문 결과를 마무리했다.  복지부는 지난 7일 이달 중 복귀를 원하는 사진전공의를 대상으로 복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 수련은 3월과 9월에 각각 상·하반기 일정을 게시한다. 만일 사직전공의가 하반기 모집에 맞춰 복귀하면 다음 해 2월에 실시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이에 일부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할 방안을 요구했고, 복지부가 추가 모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복귀 의사가 확인돼야 추가 모집을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정부가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추가 모집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의 의료진 모습. 2025.02.06 yooksa@newspim.com 이에 따라 수련병원협의회는 사직 전공의 복귀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중 절반가량은 '조건부 복귀'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재논의, 제대 후 복귀 보장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아직까지 실제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는 미미한 수준이다. 앞서 대한의학회가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는 300명에 불과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 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올해 3월 기준 1672명으로 지난해 전공의 집단 사직 이전 1만3531명 대비 12.4% 수준이다. 전공의 사직 이전의 50%(6765명)까지 돌아오려면 최소 5093명이 돌아와야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직 전공의는 "바뀐 게 없는데 복귀하겠느냐"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전공의가 대부분"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 단체들의 설문 조사 결과를 받은 후 추가 모집 결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복귀 마지노선이 5월인 점을 감안해 조속히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오후 기준 전달 받은 설문 결과는 없다"며 "설문 조사 결과를 받게 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5-05-14 17:18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