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박종인과 7분] 돌아온 금메달

기사입력 : 2018년04월25일 10:00

최종수정 : 2018년04월25일 10:10

시부모의 양육 거부권, 사돈에겐 서글픈 금메달

 [서울=뉴스핌] 박종인 상무= 강 너머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산이 이리 가깝나' 싶다.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강변. 환경 못지않게 심신도 양호하다.

 우선 10시 넘게까지 푹 잔 게 주효했다.

 몇 주째 숙취로 지끈대며 어깨 밑에서 덜렁대던 머리가 오랜만에 정상으로 돌아와 목 위에 잘 앉아있는 느낌이다.

 '그래, 이 기분이야, 이 맛에 술을 참는 거야'

 평생 찌질하게 살아 도저히 접근이 힘들었던 궁극의 맑음에 잠시나마 다가서 보는 것이다. 숙면도 숙면이지만 속을 비운 덕이 컸다. 엊저녁 7시부터 근 15시간 곡기를 끊었더니 몸이 놀랍게 가볍다.

 깨끗한 대기에 상쾌한 강바람, 맑은 머리에 깨끗한 뱃속. 좀 더 노력하면 새처럼 강 위를 날 수도 있으련만. 날지는 못해도 두서너 시간 너끈히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강변을 걷고 있었다.

 

 ◆ '아는 형님' 부부와의 조우

 그러다 그 형님 부부를 만난 것이다. 그들은 걷는 대신 자전거를 타는 중이다. 이미 저 멀리까지 다녀왔다며 벤치에 앉아 있다.

 그 형은 우리 시대 드문 선각자다. 일치감치 40대에 잘나가던 은행생활 정리하고 벤처제조업에 뛰어들어 한 두 차례 실패는 맛봤지만 끝내 IPO로 큰 자산을 축적하고 이제는 돌아와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시국점검이 뒤따랐다. 동시대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일종의 싱크로 작업.

 먼저 최대현안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가장 큰 리스크로 언론의 과민반응에 격하게 공감했다.

 두 번째는 '집단지성'과 '댓글', 이 때부터 공감보다 논쟁이 잦아진다.

 공무원이 하면 조작이고 민간인이 하면 장난인가?  집단지성을 길어 올리는 지식의 바다인가?  집단이 배설한 오욕의 쓰레기장인가?  지식인의 지적 산책을 위한 회랑인가?  여론 장사꾼의 더러운 복마전인가?

 우리는 '갑질과 미투가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은 손도 못 댄 채 시간에 쫓겨 헤어져야 했다.

 

◆'딸-딸'이 동메달로 전락한 이유

 우리 부부는 흙이 깔린 도보로, 형님네는 아스팔트가 깔린 자전거 도로로. 몇 걸음 걷던 중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근데 여성 두 분은 무슨 대화를 나눴나?"

 알쏭달쏭한 답이 돌아왔다.

 "돌아온 금메달이라고 들어봤어?"

 아니 갑자기 웬 금메달, 그것도 돌아온 금메달이라니. 평창올림픽 끝난 게 언제라고 철지난 동계 스포츠 얘기를 한 걸까?

 그러나 올림픽이 아니었다. 이 시대 어머니들의 슬픈 이야기였다.

 그 형수님은 요즘 무릎 관절에 물이 차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틈틈이 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무릎 근육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고.

 원인은 함께 사는 큰 딸의 아이. 그러니까 외손녀 돌보느라 무릎에 고장 난 것이다.

 슬하에 '딸-딸-아들'을 둔 덕에 한 때 막강 금메달로 불렸으나 이제는 은메달도 아닌 동메달로 전락했다는 하소연이었다.

 

◆ 딸 부모의 서글픈 금메달

 그 바람에 우리가 졸지에 '돌아온 금메달'이 됐다는 것인데. 그게 무슨 사연일까.

 그러고 보니 우리도 한때 금메달로 불렸던 기억이 있다. 1997년 어느 봄날 첫째에 이어 두 번째 아들을 낳았을 무렵. 태아 성감별이 이슈였던 시절. 산모와 그 시부모 성화에 못 이겨 삼신할미의 영역을 침범한 부인과 의사가 구속되기도 했던 엄혹한 시절.

 그러나 그도 잠시. 21세기가 열리자 세상은 여성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아들-아들' 부모는 '딸-아들' 또는 '아들-딸' 부모에 자리를 내주고, 곧이어 '딸-딸'이 금메달로 등극한 것이다.


 "돌아온 금메달? 일견 맞기는 한데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니 큰 기대는 말고"

 며칠 뒤 의기양양해서 연신 침을 튀어가며 새로운 트렌드를 신나게 읊어대는 나에게 역시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금메달로 돌아온 한 친구가 이런 충고를 남겼다.

 "우리에겐 딱 한 번의 선택권이 있어, 뭐냐면 아들 부부가 애를 맡아 키워줄 수 있냐고 물어볼 때 못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말이야"

 시부모가 양육을 거부할 경우 딸 부모가 어쩔 수 없이 양육을 떠맡게 되는데 그 결정적 거부권으로 서글픈 금메달의 향방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는 옛말이 너무 잘 들어맞아 등에서 땀이 나는 요즘이다.

i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