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한국당에 댓글조작 조사 보고키로 했다가 돌연 취소
네이버 방문도 CEO일정 안돼 취소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것"…의원들 분노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댓글공작 사건에 대해 특검을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드루킹 댓글공작에 민주당과 청와대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국회 사무처와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제출 및 보고를 요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다.
게다가 이날 예정됐던 네이버 본사 항의방문 역시 CEO일정이 조율되지 않아 무산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제1야당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며 분노하고 있다.
◆ 선관위, '느릅나무 출판사 선거불법행위' 보고 없이 그냥 돌아가
18일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중앙 선관위는 이날 한국당 '민주당원 댓글조작 진상조사단'을 방문해 지난해 대선 당시 느릅나무 출판사의 선거불법행위에 대한 선관위 조사 사항을 보고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는 한국당 조사단을 방문해 현 시점에서 어느 하나의 당에 보고하기는 어렵다며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철호 진상조사단 간사는 이날 오후 열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지난해 3월 23일 최모씨가 중앙선관위를 방문해 느릅나무 출판사와 관련한 선거불법행위가 있다는 제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면서 "선관위가 이를 현장조사 했지만 출판사가 내부 조사를 거부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것으로 종결을 지었다. 그리고 검찰은 이와 관련한 조사 없이 내사를 종결지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 진상조사단이 이 사건과 관련해 최모씨의 제보 내용은 무엇인지, 현장 조사 안하고 돌아온 배경이 무엇인지, 검찰 수사 내용은 뭐였는지 묻고자 했다"면서 "선관위도 오늘 보고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오늘 조사국장이 찾아와 '어느 한 당에 보고하기는 무리'라면서 다음기회에 하겠다고 하고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이 자리에서 소식을 전해들은 김영우 진상조사단 단장은 "기가막힐 노릇이다. 오늘 갑자기 부른 것도 아니고 어제 다 섭외해 의원들이 2시 30분에 중앙선관위 직원들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기까지 왔다가 아무런 얘기 없이 돌아간게 말이 되냐"면서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우리 당이 취할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교일 의원도 "이전에 제가 공무원 할 때도 그렇고 국회를 많이 출입했지만 어느 기관에서건 여야를 다 모아놓고 보고를 한 적이 없다"면서 "어느 한 당에만 보고하기가 어렵다는 선관위의 변명은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식이면 우리나라 어느 기관도 국회에 보고할 이유가 없다. 우리 당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항의방문도 CEO일정 조율안돼 돌연 취소
한국당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후 네이버를 항의방문할 예정이었다. 댓글공작 사건으로 인해 포털이 민심과 민의가 왜곡된 공간으로 전락했다고 보고 사후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또 피의자들이 구속된 상황에서 드루킹의 블로그가 수정되는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식 방문 일정을 한 시간여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어제 네이버와 일정을 조율해 오늘 방문하기로 했는데 CEO일정이 조정되지 않아 무산됐다"면서 "이왕 방문하는 김에 CEO가 직접 전면에 나와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kilroy023@ |
◆"국회 사무처는 드루킹 국회 출입기록 자료제출 안해…대한민국 민주주의 심각한 위기"
한국당은 댓글공작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청와대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18일 오전 진행된 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영우 단장은 "민주당이 지금 철저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드루킹과 연관된 피의자들이 국회 의원회관을 얼마나 자주 드나들었는지, 여당 어느 의원들을 만나러 왔는지 밝혀져야 한다"면서 "그런데 국회 사무처도 윗선의 압력을 받고 있는지 그걸 내놓기 꺼려한다"며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더미래연구소 후원금과 관련해 "연구소가 국회 인가 재단법인이기 떄문에 회계지출 신고를 국회 사무처에 한다. 많은 의원들이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회마저도 문 대통령의 눈치를 봐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암담한 현실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이날 선관위의 보고건과 관련해 지도부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조만간 이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당 진산조사단 한 의원은 "현재 조사단 차원에서 원내대표와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보고를 했고 대책을 논의 중"이라면서 "이번 건은 입법기관인 국회를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