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사실로 자리잡아"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 없을 것"
"유해 발굴 끝까지…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최선"
[뉴스핌=정경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통해 "민주주의의 승리가 진실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00년, 김대중정부는 4.3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고, 4.3위원회를 만들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나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고 선언했다.
그는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
이날 추념식은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제주 4.3이 제주도에 국한된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억이자 역사로 나아가기 위한 추념식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아울러 그 의미를 담은 다양한 추모공연도 열렸다.
특히, 이번 추념식에는 2006년 노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해 국가적 추념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봉안실에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행방불명인 표석에 동백꽃을 올리고, 위패봉안실에서는 술 한 잔을 올림으로써 유족을 위로하고 4.3 영령을 추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추념식 최초로 대통령과 대통령부인이 함께 헌화 및 분향을 진행, 김정숙 여사는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며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삶의 모든 곳에서 이념이 드리웠던 적대의 그늘을 걷어내고 인간의 존엄함을 꽃피울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자"면서 "그것이 오늘 제주의 오름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
끝으로 문 대통령은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다"며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이기도 하다"며 "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며 추념사를 맺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