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7번 염색체의 결실로 인한 희귀 질병인 ‘윌리엄스증후군(William's Syndrome)’이 있다. 윌리엄스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매우 사교적으로 집안 금고까지 열어 보일 정도다. 그 만큼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없고 신뢰성이 짙은 경향을 띈다.
반대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로 지칭되는 소시오패스(sociopath)의 특징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도 거짓말과 기만행위 등을 일삼는다.
심리학자인 마사 스타우트 저서의 ‘당신 옆의 소시오패스’를 보면, 결국 인간의 삶에 있어 양심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얘기다.
예컨대 아이가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구해야한다는 심리가 강한 것은 애정과 사랑을 기초로 한 ‘양심’에 있다. 양심이 없는 ‘악심적인 유전자’는 거짓, 은폐, 포장, 작당 등 불순한 능력을 발휘한다.
우린 세월호 사태 이후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는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민낯을 봐왔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도 목적만 정당하다면 수단·방법 따윈 문제가 되겠냐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군림시대였다.
경제부 이규하 차장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은 더 큰 충격을 줬다.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은 ‘윗선의 지시’를 강조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새해 메시지로 관행안주·관망보신·관권남용 3관 척결을 선결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거짓말로 일관하는 해수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기치로 환골탈태 해수부를 뽐내는 듯했으나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검출 은폐가 또 다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노로바이러스’ 검출 은폐가 결국 비도덕적 지도자를 따랐던 세력의 불순함과 닮은꼴로 지적하고 있다.
통영·거제 굴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다는 제보를 접수받은 기자가 담당과인 해수부 어촌정책과장와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장에게 확인을 요청한 때는 지난 20일.
당시 해당 실무자인 최모 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굴 양식장을 매달 모니터링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 검출 얘기는 듣지 못했고 검출됐다는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통영바다 현장에서 노로바이러스 여부를 조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손모 과장도 “매달 2회씩 검사하고 있지만 굴에서 노로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알고 보니 통영·거제 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가 이미 검출되고도 닷새간 숨겨온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조용히 통영·거제 생굴의 제품수거에 나섰지만, 이미 시중에 상당 물량이 유통된 후였다.
더욱이 취재에 들어가자, 이구동성 ‘검출되지 않았다’는 거짓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풍조가 만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수부는 뒤늦게 소비위축과 굴 생산자의 피해도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국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극미량’일뿐, 노로바이러스가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은 뒷전이라는 얘기다.
‘국민의 안전과 안심을 지켜드리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라며 국민건강 확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던 이낙연 총리의 발언은 공염불이 됐다.
조직 내 엄격한 ‘필벌’ 잣대를 적용하겠다던 김영춘 장관의 새해 다짐도 ‘불신풍조’로 변질 우려가 커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출마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통에 조직기강이 흐트러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과 용기를 동반한 의무는 뒷전으로 둔 채 해수부가 ‘속이는 기술’만 능수능란해지고 있다는 질타를 받기 충분하다. 세월호 조사 방해와 은폐로 지탄을 받은 해수부의 거짓말은 애석하게도 여전히 반복중이다.
[뉴스핌 Newspim] 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