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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문 대통령, 평창 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평화가 시작된 올림픽"

기사입력 : 2018년02월09일 19:23

최종수정 : 2018년02월09일 19:23

"모두가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평화의 한반도로 멋지게 보답하겠다"

[뉴스핌=장동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평화가 시작된 동계올림픽'이라고 특별하게 기록해 달라"며 한반도 평화 구축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9일 강원도 용평리조트 블리스힐스테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을 열고, "우리 미래세대가 오늘을 기억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제 몇 시간 뒤면 평창의 겨울이 눈부시게 깨어난다. 아름다운 개막식과 함께 우정과 평화가 시작된다"며 "여러분 모두가 공정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보게 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나와 우리 국민들은 평창으로 세계가 보내온 우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의 한반도로 멋지게 보답하겠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여러분,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제 곧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립니다.
세계인이 함께하는 평화의 제전이 시작됩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과 평창에 보내주신 따뜻한 성원과 우정에 국민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 강원도는 자랑거리가 참 많은 곳입니다.
천혜의 바다와 산, 지역공동체의 전통축제들, 자연이 내어준 건강한 먹거리들은 여러분과 함께 즐기고 싶은 강원도의 자랑입니다.

그 중에서도 겨울 추위는 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강원도가 준비한 특산품입니다.
다행히 요즘 강원도가 제대로 춥습니다.
얼음은 매끄럽고, 설원은 풍성합니다.
추위와 함께 훈련해온 선수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추위 덕분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강원도의 추위는 대한민국이 여러분에게 보낸 따뜻한 초대장인 셈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의 추위를 제대로 즐겨볼 준비가 되셨습니까?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했습니다.
오늘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우정이 강원도의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 지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여러분,

근대 올림픽은 위대한 한 사람의 열정에서 출발했습니다.
19세기 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은 스포츠라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육체적‧도덕적 능력은 물론 평화를 향한 의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지 12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인들은 다시 공정한 사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포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이념과 체제, 종교,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는 몸과 마음, 의지의 향연을 펼쳐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라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도전정신과 용기, 상대에 대한 존중, 공동체 정신과 자기절제의 미덕을 익혀왔습니다.

여러분께 30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의 한 장면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대회의 요트 경기가 제가 자란 부산의 바다에서 열렸습니다.
경기 중 갑자기 불어온 강풍으로 싱가포르 선수들이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때 선두에서 2위를 달리고 있던 캐나다의 로렌스 르뮤는 주저하지 않고 그 선수들로 향했습니다.
물에 빠진 선수들을 구한 그는 결국 22위로 시합을 마쳤습니다.
그의 목에 메달은 걸리지 않았지만, 세계는 그에게 스포츠맨십이라는 위대한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서는 공정한 경쟁에 대한 소중한 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탈리아 봅슬레이 팀의 주장 에우제니오 몬티는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영국팀에게 봅슬레이 썰매의 부품을 빌려주었습니다.
썰매를 고칠 수 있었던 영국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경기 후 영국팀의 우승에 대한 소감을 묻는 언론에게 에우제니오 몬티는 말했습니다.
“내가 부품을 빌려준 덕에 우승한 것이 아니다. 영국팀이 가장 빨리 달렸기 때문에 우승했을 뿐이다.”
그는 국제페어플레이 위원회가 수여하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페어플레이 트로피’를 받은 최초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세계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지금 공정한 사회를 꿈꿉니다.
우리는 지난겨울,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었고 이번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공정함에 대해 다시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창의 눈과 얼음 위에서 위험에 처한 선수를 도운 또 다른 로렌스 르뮤와 경쟁 팀이 자신과 같은 조건에서 시합할 수 있게 도운 또 다른 에우제니오 몬티를 만날 것이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도 우리의 딸과 아들, 손녀손자들은 놀이터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관에서 자신들만의 작은 올림픽을 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규칙과 공정함을 익힌다면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꿈꾸었던 우정과 평화의 세계는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미래 세대에게 스포츠를 통한 도전과 성취의 즐거움, 공정한 세계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일은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나와 우리 국민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아이들의 믿음에 답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이 다시 일상의 확고한 상식으로 스며들 수 있게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는 세게 각국의 정상과 지도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순간 갈등과 대립이 상존하는 지구촌에 이런 스포츠 대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고 다행스런 일인지 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만약 올림픽이라는 마당이 없었다면 어느 자리에서 지구촌의 많은 나라들이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은 서로 간에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한국도 몇몇 나라들과 사이에 해결해야 할 어려운 숙제가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 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함께 선수들을 응원하며, 우리의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세계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했습니다.
2.7g의 작은 공이 평화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곳 평창에서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7g의 탁구공이 27년 후 170g의 퍽으로 커졌습니다.

남북은 내일 관동하키센터에서 하나가 될 것입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서로를 돕는 모습은 세계인의 가슴에 평화의 큰 울림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선수들은 이미 생일 촛불을 밝혀주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스틱을 마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가슴에 휴전선은 없습니다.

여러분을 그 특별한 빙상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남북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작은 눈덩이를 손에 쥐었습니다.
한 시인은 “눈사람은 눈 한 뭉치로 시작한다”고 노래했습니다.
지금 두 손 안의 작은 눈뭉치를 우리는 함께 굴리고 조심스럽게 굴려가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뭉치는 점점 더 커져서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 몇 시간 뒤면 평창의 겨울이 눈부시게 깨어납니다.
아름다운 개막식과 함께 우정과 평화가 시작됩니다.

여러분 모두가 공정하고 아름다운 경쟁을 보게 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나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오늘을 기억하고 ‘평화가 시작된 동계올림픽’이라고 특별하게 기록해주길 바랍니다.

나와 우리 국민들은 평창으로 세계가 보내온 우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평화의 한반도로 멋지게 보답하겠습니다.

우리는 준비되어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2월 9일
대통령 문재인

 

[뉴스핌 Newspim] 장동진 기자 (jangd8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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