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적 리더십에 불만 의원들 많아"
선거 앞두고 내부 갈등 격화
[뉴스핌=이지현 기자] 자유한국당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7월 홍준표 대표가 취임한지 6개월여만에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의 '독단적' 리더십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 소속인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지난 8일 홍준표 대표에게 최고·중진회의 재개를 요청했다. 요청서에 이름을 올린 중진 의원은 심재철, 이주영, 정갑윤(이상 5선), 강길부, 나경원, 신상진, 유기준, 정우택, 정진석, 주호영, 한선교, 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 12명이다.
중진의원들은 "대한민국이 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실기와 실책으로 대한민국은 단 한발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조차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세간의 민심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국과 구당의 마음으로 홍 대표께 그동안 중단됐던 최고·중진 연석회의 개최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7일 개최된 자유한국당 의총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선엽 기자> |
사실 중진 의원들의 이 같은 요청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홍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매주 수요일마다 중진 의원들과 함께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개최해왔으나 지난해 8월 말 이후로 회의가 중단됐다. 이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홍 대표가 당의 중진의원들과 상의도 없이 최측근을 요직에 앉혀 입맛대로 당을 운영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중진의원은 "홍 대표가 당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대표의 말 한마디에 모든게 바뀌는 등 사당화되어가고 있다"면서 "보수의 장점은 법치다. 법에 따라 질서 있고 실력있게 해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당의 원칙과 질서가 무너졌다.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경우도 출당시키는게 맞다 할지라도 그 절차가 제대로 안 지켜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당과 MBN의 갈등,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불 뇌물 수수 의혹 제기 등을 두고 홍 대표가 강경한 태도로 대응, 이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은 "언론과의 갈등도 사실 당에 치명적인 손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당 내에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독단적인 리더십이 계속되는데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전략 강화를 위해 중진의원들이 회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요청은 반나절도 안돼 홍 대표가 거부하면서 일단락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정운영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이가 없다"면서 "최고·중진회의는 당헌·당규에도 없고 당대표가 필요할때 여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9일에도 "한국 보수 정당을 이렇게까지 망가지게 한 데는 과연 누구의 책임이 크냐. 친박 정권 하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역할을 했느냐"며 "당에 무엇을 요구하기보다 당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여러분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생각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내부에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문제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지속되면 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뿐 아니라 양측간 관계를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1년 홍 대표가 디도스 사태로 인해 대표직을 사퇴했지만, 이면에는 당시 공천을 가지고 의원들을 많이 흔들었던 홍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은 점도 작용했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한국당 후보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