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보험 가입비, 지원자금보다 높아.."근로자도 꺼려"
요식업 대부분 외국인 일용직..4대보험 자격도 안돼
근로자-고용주 간 합의인상 등 보완책 나와야
[뉴스핌=민경하 기자] "4대 보험 가입하는 게 돈이 더 들어요. 감수하고 지원하려 해도 아르바이트생이 (보험) 들지 말고 차라리 돈으로 달라고 해요. 답답할 노릇입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당산역 인근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A씨는 "단기(1년) 정책이라 지원금을 올해까지만 받는다고 4대 보험도 올해까지만 들어줄 수는 없지 않냐"며 "다른 사람들도 편법이든 개선안이든 변화가 생길 때까지는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한 달 지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정부가 내놓은 후속 대책들이 외면받고 있다. 그 중 4대 보험 가입 근로자 당 최대 13만 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는 3조원에 달하는 예산 규모와 달리 출발이 조용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은 지난달 30일 기준 사업장 1만6077개소, 근로자 3만8683명으로 전체 대상의 1.5%가 채 안 된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과 후속 대책의 영향을 받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당산역 인근으로 나섰다. 현장에서 만난 10여명의 영세업자 중 절반 이상이 지원 제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2018년 1월31일 당산역 인근 거리.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작은 점포들이 줄지어 있다. <사진=뉴스핌 민경하 기자 204mkh@> |
처음으로 만난 B씨는 최근 장사하던 분식집과 죽집 중 하나를 정리할 생각이다. B씨는 "현장 얘기를 들었다면 이런 허무한 제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 이라며, "4대 보험 들고 지원제도 신청하려 해도 자격이 안 돼서 못한다"고 말했다.
'왜 지원자격이 안 되느냐'는 물음에 B씨는 "식당 쪽에서 월 190만원 밑으로 받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나마 겨우 금액을 맞춰도 대부분 중국·동남아 국적이라 신청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는 월 190만원 미만의 근로자만 자격을 가진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C씨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에 대해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아닌 4대 보험 유도 정책"이라며 "주휴 수당을 줄 수 없어 남편이랑 주말에도 나와 일하는 중"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미 4대 보험 가입자가 많은 제조업에 비해 우리 같은 편의점이나 식당 쪽은 일용직이 많다"며 "업종에 따라 기준을 달리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당상역 거리 맞은 편에서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D씨는 "공장에서도 190만원 밑으로 받는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나 몇몇 새로온 직원뿐"이라며 "외국인은 지원 자격도 안 되고 해서 임금만 올려줬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대책을 홍보하는 정당 현수막 <사진=뉴스핌 민경하 기자 204mkh@> |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에 대한 현장 반응은 1.5%의 낮은 신청률이 대변하듯 차가웠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오를 최저임금을 두고 벌써부터 걱정하는 눈치다. 현장에서 만난 영세업자들은 하나같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분식집에서 중국인 종업원을 고용하는 B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업종은 외국인에 대한 기준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D씨 역시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만큼 제도도 분명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종에 따라 기준을 달리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편의점 가맹점을 운영하는 C씨는 "업종별 협의를 통해 개별적인 기준을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영세업자라고 다 똑같은 영세업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임금 인상에 비해 지원 대책에는 4대 보험이나 월급 규모 제한 등 걸려있는 조건이 많아 신청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고용주와 근로자 간의 합의로 점진적인 임금 인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신청을 받은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고, 홍보를 늘리면서 점차 신청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늦게 신청하더라도 서류만 충족된다면 지원금을 1월분부터 소급적용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청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뉴스핌 Newspim]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