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화마에 약한 대한민국…시민의식·소방관 처우 '수준 이하'

기사입력 : 2018년01월30일 15:55

최종수정 : 2018년01월30일 15:55

美日, 화재 경보장치 있어야 건축허가..관리도 '깐깐'
한국은 스프링클러 설치규정 등 느슨
시민들도 소화기 작동법 무지..소방관 처우 '열악'

[뉴스핌=김세혁 기자] “한국선 불나면 원래 많은 사람이 죽는가?”

지난주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기사로 접한 일본 네티즌의 댓글이다. 주거시설이나 병원, 백화점 등 대형시설은 물론 문화재에 이르기까지 첨단소방시설을 갖춘 일본인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 병원 응급실에서 시작된 불로 무려 4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왜일까.

◆갈길 먼 한국 방재시스템

스프링클러로 물을 보내는 설비를 점검하는 소방관 <사진=뉴시스>

일본이나 미국은 건물을 지을 때 적용되는 소방법이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불을 끄는 시설은 물론 화재를 알리는 경보장치가 기본적으로 설치돼야 허가가 난다.

평소 실시되는 소방점검 역시 깐깐하다. 일본 총무성 산하 소방청 또는 도쿄소방청 등 관련 기관이 대규모 정기점검을 실시한다. 규정을 어길 경우 벌금이 상상을 초월한다. 당연히 우리나라처럼 셀프점검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종로여관 방화처럼 비상벨이 울리지 않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 없다. 화재와 동시에 분수 같은 물길이 건물 전체를 감싸는 일본 문화재 방재시스템은 소방법 내 문화재보호법에 명기된 사안이다. 호주나 독일 등도 소방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국은 어떨까. 제천참사나 종로여관 방화, 밀양세종병원화재만 봐도 소방시설은 물론 관리가 취약하단 사실을 알게 된다. 소방법 역시 느슨하다. 노인이나 중증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규정에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소방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이나 정신의료기관, 노인요양시설 가운데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곳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다. 39명이 화재로 사망한 세종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대상이 아니었다.

참사를 겪고 부랴부랴 제도를 손보는 정치권도 문제다. 국회 법사위는 30일 전체회의를 갖고 소방기본법·도로교통법·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 등 소방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중에는 지난해 3월 발의, 10개월간 낮잠을 잔 법안도 포함됐다. 대형참사를 겪고서야 이뤄지는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시민 관심 절실...교육 참여는 필요 아닌 필수
화재에 대한 시민의식도 외국과 차이가 난다.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를 바라보는 해외 시각은 충격 자체였다. 지하철 화재로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난 사례를 본 적이 없어서다.

완강기 체험시설. 완강기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사진=뉴시스>

아쉽지만 이런 상황은 15년이 지난 현재도 변하지 않았다. 거주지 어디에 소화기가 설치돼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소화기 종류나 작동법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소화기 역시 규정에 따라 보관되는 경우가 드물다. 3층(근린시설) 및 4층(의료시설) 이상 건물에 적용되는 완강기는 반드시 눈에 띄는 장소에 설치하고 사용법도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완강기가 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흔히 일본 사람들은 걸을 때부터 안전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워낙 지진 등 재난이 많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난에 대한 시민의식이 앞서있다. 불이 나면 체계적인 ‘매뉴얼’에 따라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상황전파를 포함한 초동대처 역시 빠르고 단호하다. 평소 이런 교육은 재난이 벌어질 때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즘 화재가 많아 소화기나 화재경보기를 많이 구입, 품절상태더라. 아주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정작 사용법이나 설치위치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가 SNS를 활용,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9% 지방직 소방관에 장비도 열악
경찰 등 다른 공무원과 달리 소방관들은 99%가 지방직이다. 소방관에 대한 인사나 재정 등 권한이 정부가 아닌 지자체에 머물다 보니 처우나 장비 등에 한계가 따른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이 돼 정부에 속해야 신속하고 현실적인 지원 및 운용이 가능하다는 건 숱한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다.

소방청도 제 기능을 해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해 42년 만에 소방청을 독립시켰지만, 아직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30일 국무회의에 제출된 ‘2017년 정부업무평가 결과’에서 소방청은 행복청, 방사청, 해양경찰청과 함께 낙제점인 ‘미흡’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발휘하는 소방관들의 권리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화재현장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먼저 제거하는 소방선진국이다. 불법주차하거나 도로 위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소화전을 막은 차량 창문을 깨부수는 영화 ‘분노의 역류’(1991)만 봐도 우리와 차이가 와닿는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사진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