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재판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 교육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그 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제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재판장님. 외람되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기업인으로서의 꿈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선대회장이신 이병철 회장님이나 이건희 회장님과 같이 능력을 인정받아 우리나라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헌신하고 제가 받은 혜택을 나누는 참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 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제 자신에게 달려있는 일입니다. 제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제가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그런 어리석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이 것은 정말 억울합니다. 재판장님께서 잘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회와 임직원들에게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선대 못지 않은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입니다. 다른 기업과 달리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장님 와병 전후가 다르지 않습니다. 건방지게 들리시겠지만 저는 자신도 있었습니다
이런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습니까? 어느 누구의 힘을 빌릴 생각도 없었고 빌리지도 않았습니다.
최후진술을 준비하며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며 찬찬히 돌아봤습니다. 실타래가 꼬여도 너무 복잡하게 엉망으로 꼬였습니다.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엉망으로 꼬인 실타래 어떻게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간 풀리기나 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재판장님. 모든 게 다 제 불찰이란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저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시작됐습니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고 오라고 해서 간 것뿐 이지만 제가 할 일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모든 법적 책임과 도덕적 비난도 제가 다 지겠습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제가 모든 책임을 져야 엉클어진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분 들은 회사 일을 하셨을 뿐입니다. 준엄한 재판을 받는 제가 감히 부탁 드려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묶인 두 분 특히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께는 최대한 선처를 부탁 드립니다.
만약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두 분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 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