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경전과 음악

기사입력 : 2017년11월20일 14:35

최종수정 : 2017년11월20일 14:35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중동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내전 중인 예멘을 둘러싸고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 충돌하고 있다. 그 파장은 여러 가지와 맞물려 중동과 그 너머 세계 각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중동, 아랍, 서아시아 등등 개념 정의부터 모호한 이 지역은 생각할수록 착잡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오리엔트라고 해서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고도 한다. 그보다 근원적인 문명의 존재가 거론되지만 서구 문명의 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틀림없다.

역사에서 우열을 따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유럽과 중동은 우열 관계가 오락가락했다. 십자군 전쟁 때도 유럽의 패배가 두드러졌다. 유럽이 르네상스를 통해 근대화에 접어든 것도 베네치아 등지에서 중동의 문물에 빚진 바가 크다. 사라센 제국은 우마미아 왕조에서부터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문명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이웃 유럽과 상호작용도 하고 과학이나 인문 등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유럽은 르네상스에 이어 종교 개혁, 프랑스 혁명, 산업 혁명 등을 거치면서 소위 세계의 헤게모니를 쥐게 되었다. 반면에 중동은 화려했던 시기를 접고 그 힘의 그늘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정교 분리 유무라고 생각된다. 유럽은 정교 분리를 하게 되었다. 중세의 암흑 시대 속에 왕권과 교권의 격심한 투쟁을 거쳐 왕권이 우위에 서게 되고 절대왕정화 되자 신흥 부르즈와의 출현에 의해 프랑스 혁명과 산업 혁명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발판이 된 것이다. 종교 개혁 및 종교 전쟁을 거치는 동안 유럽 전반이 세속화되는 경향이 짙다. 종교성이 약해진 반면 물질화, 인문화가 짙어지는 길을 가게 된다. 현재 유럽 문명과 그 영향을 받은 세계 문명의 다양한 과실들은 그 산물들이다.

이에 반해 중동은 정교 분리가 되지 않은 면이 크다. 정교 분리가 능사라는 말은 아니다. 상고시대의 동아시아에선 제천행사가 유행했고 좋은 면이 많은데 그것 역시 정교 일치이다. 고대의 샤먼 문화는 정교 일치이며 인류 문명의 한 시원을 이룬다.

그러한 정교 일치에서 정교 분리로 나아간 것이 발전이라고만 단정하는 것은 단견일 수 있다. 먼 미래의 지구의 살림살이는 어떤 형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교 일치든 정교 분리이든 불완전한 제도들이며 현재 상황에서 정교 분리가 보다 합리적이라는 패러다임이 지배적인 것뿐이다.

어쨌든 정교 분리로 나아가지 못한 바 그 길을 간 유럽에 밀리게 되고 유럽의 잣대에 의해 영토가 갈라지고 지배를 받는 수모마저 당한다. 중동의 비극은 이러함에서 비롯됨이 클 것이다.

유럽의 옆에 있으며 정치 시스템에서 열세에 있고 더욱이 석유가 풍부하다. 산업 혁명 이후로 석유는 중요한 에너지가 되어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 문제는 중동 지역에 앙금 하나를 박아놓은 꼴이다. 과거야 어쨌든 팔레스타인 땅에 자기중심적인 시오니스트들과 제국주의자들의 일방적 힘의 논리로 이스라엘이 세워졌으니 갈등이 지속될 것은 뻔한 일이다.

에너지 문제, 강대국과의 관계, 이슬람 종파들 간의 갈등 등등은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로 계속 커져왔다. 그런 판국에 미국의 부시는 이라크를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무력으로 붕괴시킨다. 그 후 이 지역에 아랍의 봄이 일어나 정교 분리의 움직임으로도 발전한다. 자유화를 환호하는 그룹과 무마시키려는 그룹 간의 지독한 전쟁이 빚어진다. 시리아 내전이 터져 난민이 발생하고, 정치 공백이 된 이라크 등지에 IS마저 탄생되게 된다. IS가 약해지는 현재에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이 맹주로서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해 전운을 불사하는 것이다.

유럽을 상징하는 책이라고 한다면 성경을 비롯해서 종의 기원, 루소, 몽테스키외 등등의 책,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등등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다양성 자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반면에 중동을 상징하는 책이라고 한다면 내가 잘 몰라서 무식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코란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실로 코란은 중동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키 워드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코란의 탄생을 기준으로 이슬람 이전의 중동 역사와 이슬람 이후의 중동 역사가 변별된다. 이슬람 문화에도 다양한 책들이 나왔겠지만 코란을 능가하거나 압도할 책들은 아마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실은 곧 정교 일치 문화와도 밀접할 것이다.

일전에 나는 경전 일반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성경, 사서삼경, 불경 등등의 경전은 차축 시대의 산물들이다. 지금부터 대략 2500년 전후에 나온 책들이 현대까지 아우르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에 인간과 우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신 내지 본연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이다.

코란은 기원후 7 세기의 사건이다. 야스퍼스가 말하는 차축 시대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기존의 경전들과는 차이점이 일단 존재한다. 물론 종교들의 탄생이 기존의 권위적인 것들만 고려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그 기본이 되는 경전들 역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다양성을 띤다고 할 수도 있다. 코란은 그 두가지 면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코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독경 위주라는 것이다. 불경이나 밀교의 경전도 그와 같은 특색을 띤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코란은 이 점에서 압도적이다.

나는 코란의 이런 특성들을 짚으면서 코란을 다른 경전들보다 우위에 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열위에 놓으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전들 중에 마치 음악과도 같은 경전도 존재하고 있고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경전들 사이에 우열을 논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이처럼 특성 비교는 가능할 것이며 그것은 어느 것에 흠을 내거나 다른 것의 비중을 높이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어려움이 생긴다. 종교가 절대적이라는 것이 법칙인 듯 되어왔고 여전하기에 그에 대한 형용사마저 그 절대에 대항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에 형용사를 붙이는 자체가 거부 대상인 것이다.

인류가 지닌 풀기 어려운 숙제에 속할 것이다. 무수한 것들이 다양화되고 다원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그 흐름에 가장 역행하는 것이 종교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종교의 가치이며 매력일 수도 있다. 섣불리 다양화, 다원화되는 것도 꼭 옳은 것은 아니다. 무조건 다양화, 다원화의 광장으로 끌어내는 것도 하나의 폭력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화, 다원화, 상대화되는 것이 더 아름답고 진실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직된 절대주의만을 고집하는 것도 참된 길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절대라는 것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신의 영역과도 연결되는 것이기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인류의 숱한 문제들 특히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유럽, 미국의 패권주의와 비극의 땅 중동을 생각할 때 신의 문제까지도 소위 인문학을 벗어나서 사유해야 할 지점에 이른지 오래이다. 절대와 상대. 이 두 개의 가치를 어떻게 사유하는 것이 최선인가.

경전이 종교에 쓰이는 한 경전은 절대주의의 갑옷을 입곤 해왔다. 경전 자체는 그렇지 않고 상대적이며 보편적인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종교 자체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바다임에도 그 역시 그러한 길로 가곤 한 것이 사실이며 역사적인 비극이다.

음악은 악보로도 아름답고 악기에 담겨도 아름답다. 음악 자체의 본성은 책이든 제도든 그 어디에 담겨도 변치 않는다. 절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깊이와 넓이를 오묘함의 극치로 빚으며 여여히 흐른다.

경전은 음악과 같다고 해도 결례는 아닐 것이다. 경전 뿐 아니라 종교 역시 음악과 원천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종교가 제도에 담기면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제도의 양면성이 있다. 종교들마저 음악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독교와 이슬람만이 유럽과 중동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낭만적 소망을 현실에 대한 실망 속에 철학적으로 품어 본다.

이명훈(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사진
대법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곤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오는 14일 예정된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2일 기자단 공지를 통해 "재판에 관한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출석 요청을 받은 16명의 법관 모두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과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 등을 의결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으며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포함됐다.  shl22@newspim.com 2025-05-12 18:2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