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라벨라오페라단 '돈 지오반니' 드레스리허설에서 돈 지오반니 역 바리톤 우경식이 체를리나 역 소프라노 한은혜를 유혹하는 장면 <사진=라벨라오페라단> |
[뉴스핌=최원진 기자] 한복을 입은 무리 중 빨간 가죽 재킷과 스키니진을 입은 돈 지오반니. 모차르트가 생전 가장 사랑한 작품이자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페라 '돈 지오반니'가 라벨라오페라단에 의해 재해석돼 색다른 감동을 안겼다.
라벨라오페라단의 창단 10주년 기념작 '돈 지오반니'의 드레스리허설이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됐다. 오페라 '돈 지오반니'는 이날 저녁 7시 30분 첫 공연을 시작으로 19일까지 3일간 총 4회 공연된다.
작곡가 모차르트와 극작가 다폰테 두 천재가 만나 탄생한 '돈 지오반니'는 사랑, 살인, 치정, 복수가 다 들어있는 이야기다. 정혼자 돈나 엘비라가 있음에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는 처음 만난 여자"라고 외치며 처녀들의 순결을 뺏는 돈 지오반니. 배신을 당해 밉고 복수심에 불타지만 돈 지오반니를 사랑하는 이중성의 돈나 엘비라. 자신의 순결과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은 돈 지오반니에 복수심을 품는 돈나 안나. 젊은 농부 마제토와 결혼한 체를리나는 돈 지오반니의 유혹에 흔들린다.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라벨라오페라단 '돈 지오반니' 드레스리허설에서 돈 지오반니가 지옥으로 끌려가는 장면 <사진=뉴스핌 DB> |
라벨라오페라단의 '돈 지오반니'가 다른 프로덕션과 다른 점은 스토리와 딱 떨어지는 섬세하고 세련된 정선영의 연출에 있다.
돈 지오반니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전부 갓을 쓰고 한복을 입었다. 돈 지오반니는 빨간 가죽 재킷에 스키니진을 입은 현대옷 차림이다. 이는 억압된 사회규제에서 본능대로 사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 약속된 사랑을 찾는 돈 엘비라와 본능과 욕망대로 사는 돈 지오반니. 사회가 허락하고 약속한 사랑을 지키려는 돈 옥타비오와 아버지 죽음 후 정혼자의 사랑을 안 믿는 돈나 안나. 남편 마제토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정열적이고 신분이 높은 돈 지오반니와 모험을 꿈꾸는 체를리나. 세트는 여러 장의 큰 기와들로 구성됐는데 가수들은 기와 위를 걷고, 기와를 열어 안으로 사라진다. 다음 동선을 예측할 수 없는 점이 관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 연출가는 여러 인물의 복잡한 내적갈등과 억압된 세계관을 하나의 세트로 담아냈다. 특히 놀라웠던 건 2막에서 돈나 안나 아버지의 유령이 나온 장면. 무대 뒤 커튼이 내려지더니 큰 LED 화면에 괴상한 얼굴 형태가 나타난다. 돈 지오반니가 지옥에 끌려가는 장면에서는 무대 뒤와 양옆에서 한자가 세로로 떨어져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니크한 무대를 기존 작품에서 동떨어지지 않게 훌륭한 실력으로 뒷받침한 성악가들. 이날 드레스리허설에 등장한 베이스 바리톤 우경식 (돈 지오반니 역)은 올해 데뷔한 신인답지 않은 훌륭한 성량과 캐릭터에 맞는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소프라노 김신혜(돈나 엘비라 역)는 돈 지오반니를 향한 복수심 섞인 사랑을 절절하게 연기했다. 베이스 양석진 (라포렐로 역)은 빠른 대사도 능숙하게 소화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극장을 빈틈없이 채운 음악도 귀를 즐겁게 했다. 양진모 오페라 전문지휘자가 경기필하모닉, 메트오페라합창단과 함께 풍성한 음향을 선사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