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이철환의 예술가 이야기] 세계 최고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기사입력 : 2017년11월22일 12:05

최종수정 : 2017년11월22일 12:05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25)

‘세계 최고의 성악가’,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성악가’, ‘최고의 벨칸토 오페라 가수’, ‘최고 음역에서도 맑은 음색을 내는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는 이 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니던 이 시대 최고의 성악가였다.
파바로티는 성악가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다. 파바로티 이전에 20세기 초 오페라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가 있지만, 그 당시는 파바로티처럼 대중매체를 활용할 수가 없었다. 파바로티의 최대 라이벌인 플라시도 도밍고 또한 파바로티의 대중적 성공에는 미치지 못했다. 사실 도밍고는 잘생긴 외모와 다양한 언어구사 능력 등 오페라가수로서 출중한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고음처리 능력과 대중을 압도하는 기량 면에서는 파바로티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바로티는 여러 오페라무대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발휘함으로써 수많은 클래식 음악 팬들을 확보하였다. 그의 오페라 가수로서의 전성기는 1970~1980년대였다. 당시 함께 했던 최고의 소프라노 조앤 서덜랜드와 그녀의 남편인 지휘자 리처드 보닝, 이 세 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드림팀은 오페라 음반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특히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La Fille du Régiment)》의 토니오역은 파바로티에게 ‘하이 C의 제왕(King of the high C's)’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을 안겨주었다. ‘하이 C’는 테너가 낼 수 있는 최고 음역으로 ‘가슴에서 나오는 가장 높은 도’ 음이라 불린다. 그것은 정상적으로는 특별한 능력이 없으면 도저히 낼 수 없는 음이었다.
그가 출연한 대표적인 오페라로는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과 《연대의 딸》, 베르디의 《리골레토》와 《가면무도회》, 푸치니의 《라 보엠》과 《투란도트》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의 묘약》의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라 보엠》의 ‘그대의 찬손’,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네순 도르마, Nessun dorma)’는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아리아이다. 그러나 그가 보다 폭넓게 대중들과 친숙해진 계기는 ‘쓰리 테너(Three Tenors) 콘서트’였다.

쓰리 테너 콘서트란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 등 소위 세계 3대 테너들이 함께 무대에 선 음악콘서트를 말한다. 이 콘서트가 개최된 배경이 상당히 흥미롭다. 1988년 도밍고의 도움으로 백혈병을 완치한 카레라스가 자신이 설립한 백혈병 재단 주최로 자선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후 도밍고와 파바로티는 카레라스의 재기를 축하하는 공연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함께 서기로 약속했고 마침내 약속은 현실이 되었다. 1990년 7월 7일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전야제 날, 로마의 고대유적지 카라칼라 대목욕탕 터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로 이들 쓰리 테너의 역사적 첫 공연이 이루어지게 된다.
세계 최정상의 테너 셋이 모인 이 공연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데카음반사에서 출시한 공연 음반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다. 이후 쓰리 테너 공연은 주빈 메타의 지휘로 월드컵 전야제마다 열리게 된다. 2002 한· 일 월드컵 때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를 기념하여 2001년 서울에서, 2002년 전야제 날 일본 요코하마에서 공연을 가졌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파바로티의 사망으로 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2005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의 공연이 마지막 ‘쓰리 테너 콘서트’로 기록된다.
이 쓰리 테너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후 쓰리 테너 콘서트를 모방한 공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클래식 음악이 일반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도밍고· 카레라스· 파바로티 ‘쓰리테너’의 공연 모습 <사진=이철환>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1935~ 2007)는 1935년 이탈리아 북부지방 모데나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빵을 굽는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시가 공장에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했지만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교육자와 가수의 길을 모두 걸을 수는 없다는 아버지의 충고로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마추어 테너로도 활동했던 아버지와 함께 고향 모데나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에 입문하였다. 이후 1961년 레조에밀리아 극장에서 《라 보엠》의 루돌프 역으로 오페라에 데뷔했다.
한편, 파바로티와 소프라노 가수 미렐라 프레니는 같은 모데나 출신이며, 둘은 소꿉친구 관계에,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젖 남매간이다. 어린 시절 같은 스승에게 성악을 입문한 둘은 훗날 세계적인 성악가로 거듭난 뒤에도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많았는데, 특히 《라 보엠》에서의 호흡은 역대 최고의 미미와 루돌포라는 찬사를 받는다. 《라 보엠》은 프레니와 파바로티가 가장 선호하는 레퍼토리인데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이였으니 환상의 조합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음악의 길로 들어선 파바로티에게는 여러 가지의 성공요인이 뒤따랐다. 우선 타고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름다운 음색과 폭발적인 성량, 뛰어난 고음처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파바로티는 ‘벨칸토 창법’을 구사했다. 파바로티 이전까지의 리릭 테너는 미성으로 그냥 듣기엔 좋으나 무엇인가 폭발력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반면에, 파바로티의 음성에는 아름다운 서정성뿐만 아니라 남성다운 우렁참과 웅장함이 공존하고 있다. 벨칸토(bel canto)란 ‘아름다운(bel) 노래(canto)’라는 뜻이다. 벨칸토 창법은 극적인 표현이나 낭만적인 서정보다도 자연스러움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소리, 부드러운 가락, 훌륭한 연주효과 등에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치밀한 성량 조절, 유연한 음 처리, 화려한 기교가 요구되었다.

파바로티의 성공 뒤에는 훌륭한 스승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대중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실력 있는 음악선생인 아리고 폴라, 에토레 캄포갈리아니와의 만남은 최고의 행운이었다. 물론 이런 스승들과의 만남보다도 더 중요한 파바로티의 성공 비결은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항상 밝게 생활하는 낙천적인 성격과 꾸준한 노력이었다.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파바로티는 연주회에서도 밝고 경쾌한 곡들을 주로 선곡해 불렀다. 한번은 쓰리 테너 공연 중 실수가 있었는데, 이를 재치있게 만회하는 기교를 보여 청중들은 물론 같이 공연을 했던 나머지 두 사람의 테너들마저 즐겁게 만들었다.
그가 대중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스타일도 커다란 요인이 되었다. 그의 짙고 검은 수염과 눈썹과 머리카락, 목에 두르는 스카프, 그리고 검은 수염과 대비되는 흰 손수건은 대중들에게 그의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매력의 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나 오페라 가수로서의 난관 또한 없지 않았다. 우선 연기력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사실 파바로티의 뚱뚱한 체구와 그에 따른 몸짓에서 나오는 연기는 뭔가 어설픈 면이 있었다. 확실히 무대 위에서의 그의 모습은 그가 노래하는 멋진 오페라 속 남자 주인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극본을 잘 외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성악가로서 결정적 약점은 악보를 잘 읽을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음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악보보다 청각과 목소리가 더 정확했기에 그 약점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다.

파바로티는 일과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사랑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위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겼다. 여자관계도 복잡했다. 오페라 상대 배역 여가수들과의 염문은 물론이고 자신주변 여성들과의 스캔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가 음악에 입문하던 해인 1961년, 당시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었던 아두아 베로니(Adua Veroni)와 결혼하였다. 아두아는 파바로티와 40여년을 함께한 오랜 동반자였다. 부부 사이에는 세 딸이 생겼다. 그녀는 매우 현명하였다. 어차피 남편의 바람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적당히 눈감아주었다. 그러나 2003년 결국 이혼하게 된다. 이혼사유는 파바로티와 그의 비서 니콜레타와의 염문 때문이었다.
파비로티가 1993년 니콜레타 만토바니(Nicoletta Mantovani)를 처음 만났을 당시 그의 나이는 58세였다. 거장 파바로티의 개인비서로 일하게 된 니콜레타는 첫 만남에서 파바로티에게 공손히 인사했으나, 그는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사실은 수줍음 많은 니콜레타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지 못한 것이었으나 그녀는 분노했다. 이후 파바로티가 친절하게 다가올 때 분노는 사랑으로 바뀌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35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2003년 12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파바로티는 말년에 대중가수들과의 연합을 시도했다. 그는 전쟁고아들을 위한 자선 콘서트 ‘파바로티와 친구들(Pavarotti & Friends)’을 열었다. 일종의 자선사업의 성격인 이 행사는 1992년부터 시작되어 2003년까지 매년 고향 모데나에서 개최되었다. 엘톤 존, 머라이어 캐리, 셸린 디온, 스티비 원더, 안드레아 보첼리 등 세계적인 대중가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2006년 2월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 것이 그가 대중들 앞에 선 마지막 공연이었다. 2006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으나 건강이 악화되어 2007년 9월 6일 7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장례 미사는 그의 고향 모데나의 성당에서 집전되었다. 그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은 이러했다. “음악을 위한 삶은 환상적이었고, 그로인해 나는 인생을 음악에 바쳤다.”

이철환 객원 편집위원 mofelee@hanmail.net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문화와 경제의 행복한 만남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