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슬픔으로 빚어진 심연, 재즈

기사입력 : 2017년11월07일 11:32

최종수정 : 2017년11월07일 11:32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미국의 조지아에서 오클라호마까지의 눈물의 길에 <체로키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뿌려졌다면 그 중간쯤의 아래인 루이지애나 주에서도 음악적으로 중요한 일이 벌어진다.
그 지역은 미국 역사의 또다른 어둑한 대지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그곳에 많이 거주했다. 또한 그 지역은 프랑스 식민지였기도 해서 프랑스에서 이주한 사람들도 살았었다.

그러한 복잡성. 뿌리 뽑혀 온 노예의 후손들. 차가운 대지에 뿌리를 다시 내려야 하는 몸부림. 냉혹한 현실과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유럽에서 이주해온 백인들과의 갈등, 혼융 등등. 음악으로 빚어질만한 동기일 것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흥과 약동은 흑인 노예들의 후손들의 핏속에도 흐르고 있었다. 그것들은 그곳에 이주해 사는 유럽인들의 문화와 마찰과 어우러짐의 격류 속에 그때껏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음악을 빚어대기 시작했다.
재즈가 생기기 이전엔 블루스라고 해서 보다 단순하고 원초적인 음악이 만들어졌다. 찰리 파커나 쳇 베이커의 재즈보다 나는 이 노래들이 더 구성지고 그윽하다. 뿌리에 근접할수록 영혼을 당기는 근원성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블루스도 뿌리는 아니다. 뿌리로 말하자면 위에 언급된 바다 너머 아프리카든가 아니면 바다 너머의 또다른 대지인 유럽일 것이다. 고향 상실과 타향의 고향 삼기. 그런 사람들간의 반목과 이색적인 교류. 블루스나 랙타임, 재즈가 그 속에서 피어난다. 흑인들은 백인들과 혼혈하기도 하고 기독교로 개종하기도 했다. 개종한 흑인들에 의해 흑인 영가가 탄생되고 그것은 가스펠로도 발전되어 나아갔다.
이 지역에 그런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체로키 인디언들이 살던 조지아 주 근처에 스와니 강이 흐른다고 한다. 그 아름다울 강물 못지 않은 미려한 멜로디로 구성된 것이 포스터 작곡의 <스와니 강>이다.
포스터가 1826 년에서 1864 년 사이의 짧은 삶을 살았으니 <스와니 강>이 작곡된 해가 <체로키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불렸을 시기에서 멀지 않다. <스와니 강>은 민요라고 해서 대중가요에서의 가요와 다르다. 가요가 대중에 부합된다면 민요는 민중들 사이에 소박하게 움직여왔다.
아일랜드나 영국, 독일 등의 유럽, 아시아 전반 등등 전세계에 골고루 퍼졌을 각국의 민요들의 역사는 장구할 것이다. 그에 반해 미국의 민요는 미국의 역사가 짧기에 상대적으로 짧다. 물론 미국엔 그곳으로 이주해오기 이전의 유럽의 민요들도 이주민들과 더불어 따라와 불려졌다. 그런 민요들과 <스와니 강>이니 <콜로라도의 달밤>같은 미국 내에서 작곡된 민요들이 어우러졌을 것이다.
아메리카에 장구한 시간 동안 존재했을 인디언 음악들이 <체로키 어메이징 그레이스>로 비극적인 절정을 이룸과 동시에 소멸되었다고 친다면 그런 터전에 그처럼 유입되거나 작곡된 민요들이 불렸을 것이다. 체로키 어메이징 그레이스, 블루스, 랙타임, 재즈, 흑인 영가가 민요와 뒤섞여 빚어진 지역. 즉 대중가요의 산실. 그곳은 미국 안에서 가장 심한 진통으로 얼룩진 곳일 것이다.
눈물의 길이 조지아에서 서쪽으로 뻗어간 것은 미국의 서부 개척과 관계 깊고 루이지애나 주에 흑인 노예가 들어온 것은 그곳이 바다와 가까와서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음악인 아리랑이 역사적인 한과 결부된 것처럼 멜팅 폿(melting pot) 같은 그 지역에서 대중가요의 빅뱅이 비롯된 것은 극적인 비극을 재료로 삼아 꽃 피는 음악, 더 나아가 예술의 한 면을 보여준다.

그 음악들을 생각할 때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화덕이다. 온갖 것들을 태우며 불이 살라진다. 뜨겁게 타오른다. 그 불은 그에 그치지 않고 주변마저 뎁힌다.
서양의 클래식은 바흐로부터 친다면 삼백 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다. 블루스나 랙타임, 재즈 등은 대략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다. 그 시기를 거치는 동안 그 음악들은 점점 세련화되고 정교해지고 다양해진다. 클래식과도 주고 받는다. 서로가 서로의 화덕이 된다. 드비시, 거슈인, 루이 암스토롱, 찰리 파커, 쳇 베이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아바, 글렌 굴드, 엘튼 존 등등의 거목들에 의한 주옥 같은 음악들이 펼쳐진다.

싸르트르의 소설 중에 <구토>가 있다. 사회와 문화, 삶 자체가 구토를 일으킬만큼 낯설고 부조리하다는 주제의식이 깔려 있다. 작품이 쓰여진 이차 세계 대전 전야의 유럽 역시 구토 즉 구역질이 느껴진다는 확장성도 지닌다.
유럽은 제국주의를 일으키기 전까진 세계에 그닥 폭력적이진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던 유럽이 제국주의에 이어 자체적인 우열의 극한 경쟁인 세계 대전까지 치닫는 상황이 구토라고 진단될만하다. 그런 시대 상황 속에 <구토>의 주인공 로캉탱이 구원을 느끼는 것이 재즈이다.
대학 때 그 부분을 읽을 때는 그저 좋기만 했는데 재즈의 역사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니 묘한 느낌이 든다. 재즈의 탄생은 알다시피 다양한 요인들과 얽혀있겠지만 유럽의 아메리카 정복 및 아프리카 흑인 노예화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말하자면 재즈는 그것을 작곡하거나 연주하는 주체들에겐 비극적인 면이 있다.
그런데 그들을 희생적이게 만든 장본인인 유럽이 스스로의 탐욕의 끝에 저지른 전쟁에 대한 환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 희생자들이 빚어낸 음악에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물론 음악엔 치유 효과가 있다. 더욱이 재즈엔 화덕 같은 면이 강해서 아픔이 큰 만큼 치유효과도 크다. 그러기에 고갈되고 황폐해진 유럽인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음악의 위대성이기도 하다.
싸르트르는 재즈로 상징되는 예술의 구현에서 삶의 부조리를 벗어나는 구원의 가능성을 엿본다. 희생된 자들에게 또한번의 위로를 얻는 이중의 부조리는 재즈의 음악성과는 상반되는 역사성이자 진실이다. 싸르트르가 구원을 느끼는 것에 만족한다면 싸르트르가 생각이 짧은 것일 수도 있다. 재즈는 화덕이면서도 그런 성격으로만 끝날 수 없는 바닥 모를 심연을 지닌다.

이명훈(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오광수 낙마로 본 정권 인사 수난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잘하면 지지율 상승과 함께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인사가 망사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조각에서 난맥상을 보이며 후보자들의 잇따른 낙마로 애를 먹었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대표적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 싸늘한 시선에 직면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수해 대비 현장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6.13 photo@newspim.com 이재명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에서 첫 낙마자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8일 임명된 지 닷새 만이다.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낙마한 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인사 검증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인선이 늦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조각에 52일 걸렸고, 문재인 정부는 195일 만에 조각을 완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조각에 181일이 소요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오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검찰 개혁'의 특명을 부여받았으나 대출 및 부동산 차명 관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결국 낙마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지만 인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인사 검증 기준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제안을 받는 인사 열에 일곱 정도는 스스로 "검증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 전 수석에 이어 추가 낙마자가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임기 초반 인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여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여당 의원의 일원으로서 집권 초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인사 수난사는 역대 정권에서 되풀이됐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발표한 1차 조각에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박은경 환경부 후보자,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에 휘말려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내각 인사도 이명박 정부의 닮은꼴이었다.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져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도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6월에는 사의를 밝힌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지명한 안대희(고액 수임 전관예우 논란), 문창극(역사관 논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문재인 정부 조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혼인신고 사건 등으로 사퇴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윤석열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낙마했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 등으로 사퇴했다. 역대 정부에서 낙마자가 속출한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이 원인이지만 대통령의 오기 인사도 한몫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고집하면 주변에서 누구도 강하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 결국 주요 보직에 임명되거나 지명된 뒤 논란이 불거져 낙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leejc@newspim.com 2025-06-14 06:00
사진
李대통령, 대북 전단 처벌대책 지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에 대한 대책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날 새벽 강화도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한 것이 확인되면서 내린 지시로 파악됐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일상과 안전을 위협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불법적인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정부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이를 위반한 데 대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오는 16일 통일부 주관으로 유관 부처 회의를 열어 대북 전단과 관련한 종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대북 전단을 살포한 민간 단체와 개인에 대해서는 법 위반 여부를 따져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통일부의 대북 전단 불법 살포 자제 요청에 '이를 어기고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ideopen@newspim.com 2025-06-14 19: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