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완 기자] 지난해 잠시 주춤했던 기업들의 분할 시도가 올해 들어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로 경제민주화관련 법안들의 입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자 기업들이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올해 들어 인적분할을 완료했거나 확정된 기업은 총 10여 곳이다. 지난 2016년 5건에 머물렀던 기업분할 시도가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또 다수의 기업들이 '기업분할 결정' 또는 '검토' 공시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다만 최근 1년 남짓 기업분할 후 주가흐름은 부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015년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기업분할한 24개 종목의 절대수익률 분석결과, 플러스를 기록한 종목은 4개에 불과했다. 지난달 20일 기준, 이들 종목의 기업분할 후 평균수익률은 -11.03%에 그쳤다.
◆ '경제민주화 추진 전망'..."인적분할 통한 기업승계·자금조달·지배력 확대 서둘러야"
전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선 기존 방식의 기업분할이 쉽지 않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알파전략팀장은 "롯데나 한화가 기업분할을 통해 재벌 2·3세로의 기업승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자사주 활용 금지와 같은 지주회사 전환 인센티브 축소 등이 발의돼 당분간 기업분할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15년 이후 기업분할 종목의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면서 "사실상 기업분할 후 신설법인 주가가 급등하는 공식이 붕괴됐음에도 기업분할이 증가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입법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 금지 관련 경제민주화 법안발의는 더불어민주당의 3건, 바른정당 1건 등 총 4건이다. 탄핵정국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기업분할 관련 규제강화에 적극성을 보였다.
인적분할에 대한 요건도 앞으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지주회사 요건 강화를 위한 자회사 최소 지분율을 상향조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이렇게 되면 자회사 지분율 20%, 비상장사 40% 이상의 의무 보유를 강제하고 있는 것을 향후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으로 높여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낮은 지주사 요건과 통과가 쉬운 재상장 심사는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인적분할을 유도해왔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상장부장은 "지금까지 상장사가 인적분할로 만들어진 신설법인들이 상장 재심사에서 탈락한 경우는 없었다"면서 "보호예수 면제를 비롯해 심사를 할 때 경영능력, 업력, 감사위원 선임 등에 대해선 신규상장과 비교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상장사들이 우회상장 위한 수단으로 인적분할을 활용해왔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상장사가 인적분할할 경우 신규상장에 비해 보다 쉬운 방법으로 상장사 지위를 획득했다.
10일 재상장된 현대중공업 및 3사는 한달간 지주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분스왑·현물출자 과정을 거치더라도 지주사인 현대로보스틱스의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의 보유지분율은 각각 23.6%에 그친다. 관련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지주사 요건이 충족이 어려워 지금과 같은 인적분할이 어렵다.
법안 통과시 인적분할을 통한 재무개선도 어려워진다. 송 부장은 "인적분할시 '자율배정'의 원칙에 따라 부채나 자본 등을 분할기업중 한군대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별도의 규정이나 원칙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