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업종별 노사교섭,노조없는 기업도 적용
"1억 대기업 노조가 중기 끌어들여 세력화하는것"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속노조가 유력 대선후보들의 지지를 통해 산별교섭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현행 기업별로 하는 노사 교섭 대신에 현대차∙기아차∙한국GM∙쌍용차의 모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자동차산업 노조협상단을 구성해 사측과 교섭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교섭 자율주의를 침해하는 법률위반이고 대기업노조가 강한 우리나라 산업계 풍토상 기업의 교섭과 임금부담이 배로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지난 15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에 2017년 중앙교섭요구안을 전달했다. 해마다 나오는 임금은 기본급 월 15만4883원 인상안이지만, 핵심 내용은 산별교섭 법제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용자(기업)의 범위를 넓히고 산별단체교섭이 보장되도록 법적인 틀을 만드는데 노사가 합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이 요구안에 담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4월4일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첫 상견례로 논의를 본격화한다.
산별교섭 법제화가 실현되면 개별 기업 노사협상은 의미가 없다. 자동차와 조선업권별로 나눠 여기에 속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이 같은 노조로 묶인다. 산업단체협상에서 결정된 임금인상, 복지, 근로시간 등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산업차원에서 노사 협상이므로 노조가 없는 소기업에도 이 같은 합의가 적용된다. 법으로 강제되는 사안이므로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임금협상 상견례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유력 대선후보들은 ‘동일노동∙동일임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확대’ 등 공약 실현을 위해 산별교섭 법제화 지지 의사를 보였다. 금속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대선투쟁 의제로 전면화하겠다며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 공간 국민성장’에서 산별교섭이 가능토록 노동자 이익을 대변할 ‘법정 민간 노동단체’ 구성을 내놨다. 사용자의 이익 대변기구인 대한상공회의소와 비슷한 형태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민주당 의원이 아이디어를 내놨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사무금융노조가 산별교섭 법제화 요구에 대해 “노조가 정당에 참여하고 기업에서 주요한 정책과 미래를 두고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공약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우리나라 사정에 맞지 않고 특히 중소기업은 경영권 침해로도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별교섭 법제화가 활성화된 곳은 유럽으로 노동자의 95%가 적용 받는다. 그러나 노조 조직률이 7%에 불과해 환경적으로 기업과 노동자 모두 법에 따른 산별교섭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자동차업계의 노사관계를 연구한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별교섭 법제화는 유럽의 경우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노사협상을 하면서 중소노동자들이 참여하며 헤게모니를 확대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 임금이 평균 1억원씩 받는 개별사업장이 산별교섭 이점까지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은 산별노조와 개별 노조와 협상을 해야 해서 교섭 부담이 훨씬 늘어나는 부담이 크고 법적으로 교섭 자율주의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