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신인이 대작 드라마 두 편을 꿰찼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부터 ‘사임당, 빛의 일기’까지. 예사롭지 않은 눈빛과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에도 단번에 들었다. 연속해서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하다보니 주변에서는 금수저가 아니냐는 시선도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배우 양세종은 “절대 금수저가 아니다”라며 주변의 시선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악바리 같은 면모를 들여다보면 쉽게 드라마의 주연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 종영 후 양세종과 마주했다. 시기적으로는 ‘사임당’ 방송이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촬영 순서로 따지면 사전제작으로 진행된 ‘사임당’이 먼저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아버지에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금수저 의사로 분하더니 이번 ‘사임당’에서는 사임당의 첫사랑 이겸의 아역과, 인문학자 한상현으로 분했다. 연달아 큰 드라마에 들어서자 어김없이 금수저, 뇌섹남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우선, 이 같은 오해를 풀고 시작했다.
“드라마 배역 때문인지 저에 대해 ‘금수저’ 혹은 ‘뇌섹남’ 이미지로 연결하더군요. 금수저는 절대 아니에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 댓글을 봤더니 대부분 금수저일 거란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런 의견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아들이고 배우에요. 뇌섹남은? 글쎄요.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도인범을 연기하면서 최대한 그의 모습에 가깝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뇌섹남인 것도 전 잘 모르겠네요(웃음).”
양세종이 데뷔하게 된 건 학교 선배가 추천해준 기획사 오디션이 시작이었다. 합격하고 현재 소속사인 굳피플엔터테인먼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드라마 오디션을 준비했고, 그 작품이 ‘사임당’이다. 송승헌의 아역으로 오디션에 응한 양세종은 자신을 채찍질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어린 이겸 역할로 오디션을 봤어요. 윤상호 감독께서 저를 보자마자 ‘넌 겸이야’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 2차 오디션에서는 현대의 한상현으로 준비했죠. 제가 생각해도 그때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께서 저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하셨죠. 그 이틀 동안 정말 독하게 연습했어요. ‘세종아, 너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라고 여러분 물었죠. 잠도 자지 않고 연습한 결과 3차, 4차 오디션까지 오르게 됐어요. 그렇게 ‘사임당’에 합류하게 됐죠.”
양세종은 독종이다. 흔히들 주변에서 양세종에 ‘독하다’고들 한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주어진 것을 잘하자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중학교 때부터다. 그는 “사람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자는 마음이다. 늘 지금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한다. 한가지 일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길을 걷다 돌연사를 할 수도 있고, 자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출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매 순간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하자고 결심했어요. 물론,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죠. 중학생일 때 만화방에서 2년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일하면서 만화방에 있는 소설, 만화, 영화는 다 봤어요. 그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들은 저를 독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순간에 하나의 일만 전념하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양세종이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우연히 담임선생님께서 단체 연극을 보자고 한 게 계기였다. 연극을 보면서 웃고, 울먹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배우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도 아들의 꿈을 응원했다. ‘할 거면 이를 악물고 하라’며 꿋꿋하게 아들을 믿어줬다.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던 아이였어요. 연극이 저의 터닝포인트였죠. 여러 감정을 받는다는 느낌이 이상했어요. 아주 매력적이었죠. 그때부터 연기 공부를 시작했고 재수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항상 지켜봐주세요. 엄격할 땐 엄격하지만 저를 믿어주는 편이에요. 대신 늘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도 해주시죠. 그 덕에 제가 더욱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사임당’에서 양세종이 맡은 이겸은 사임당(이영애)의 첫사랑이다. 양세종에게도 첫사랑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양세종은 “그 분 때문에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보다 침착해지고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현재는 아주 편한 여자사람친구로 남아있다고 했다.
“제 첫사랑은 20대 때였고 그 사람으로 인해 보다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제게 ‘사람 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좋아하면 상대방을 닮게 되잖아요. 그 분이 저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줬던 게 저의 모습이 된거죠. 참 좋은 친구예요. 그래서 지금도 제가 유일하게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사친으로 남아있어요.”
이번 ‘사임당’을 하면서 대선배인 이영애에 의지햇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티가 나면 실례일까 감추느라 애썼다. 송승헌의 아역이라 부담감도 만만찮았다. 자신이 연기한 이겸이 송승헌에 폐가될까봐 남모르게 노력했다.
양세종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무사히 마쳤고 ‘사임당’을 통해서도 시청자에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했다. 덧붙여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전했다.
“슛이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이영애 선배께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선배님은 침착하고 말수도 적은 편이지만 주변 사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기운이 있어요. 겉으로 티는 못 냈지만 촬영 내내 힘이 됐어요. 괜히 티를 내면 선배님이 부담스러워하실까 늘 조심했죠. 또 송승헌 선배의 아역이라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겸의 캐릭터에 가까워지려고 했죠. 저도 ‘사임당’을 오래 기다린 사람 중 하나로서 드라마로 시청자에 큰 기운을 주고 싶습니다. 더불어 올 한해도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한 해였으면 해요.”
[뉴스핌 Newspim] 글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