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뫼비우스 단상] 실의 연금술

기사입력 : 2016년12월09일 17:18

최종수정 : 2016년12월09일 17:18

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열 손가락에 끼워 하는 실뜨기는 오락 기구가 별로 없던 시절의 즐거운 놀이였다. 이렇게 하면 쟁반이 되고 저렇게 하면 장구가 된다. 서로 마주 보며 하는 놀이이기에 앞사람의 가슴에서 별이 그려질 때 그의 마음마저 별 같았다. 나는 별의 마음을 받아 젓가락을 만든다. 그는 젓가락을 받아 베틀을 만든다.
무언의 침묵 속에 하는 것이기에 더욱 좋았다. 놀이 후엔 메아리가 번지듯 여운이 깊었다.
몇 십년의 공백을 두고 실뜨기가 떠올라 검색을 했더니 그 놀이가 퍼진 곳이 엄청났다. 알래스카,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파푸아 뉴 기니아 등등까지 퍼져 있었고 그 유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실로 만드는 모양도 가지각색으로 2000~ 3000 가지는 된다고 한다. 주술로 시작되어 놀이로 번졌다는 말도 있다. 어린 시절에 심심해서 하던 놀이가 범인류적이라는 사실이 반갑고 경이로왔다. 실뜨기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며 신비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곤 했다.
초에 들어간 심지도 실의 일종이다. 실의 용도는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심지 없는 초가 쓰이다가 로마 시대에 들어서 심지가 들어간 초로 변했다고 한다. 초의 원료도 동물의 지방에서 밀랍, 향유고래 기름을 거쳐 현재는 석유에서 추출한 파라핀을 쓴다 하니 초의 역사도 알록달록하다.
심지와 더불어 초가 녹아 줄어들기에 초는 어둠을 밝히는 실용성을 너머 희생의 상징으로서 인류 사회를 포근하게 해왔다. 초는 기도와도 통하며 감동적인 노래 <소녀의 기도>와도 어울린다. 아로마 양초는 향의 세계마저 안겨 준다.
실은 연을 따라 하늘을 날기도 한다. 실이 없다면 연은 불가능하다. 대나무를 썰어 나온 가지에 구멍 뚫린 종이를 바른다. 그것을 허공에 띄워 바람을 타고 날게 한 것이 연이다. 하늘의 연은 연실에 의해 지상과 연결된다. 땅 위에 서거나 들판을 달리면서 손에 쥔 얼레를 돌리면서 하늘의 연을 조종하는 것이다.
얼레는 일종의 리모콘이다. 땅에서 하늘을 조종한다는 부푼 꿈마저 주는 것이 연날리기이다. 새처럼 바람을 타고 날고 싶은 꿈을 연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룬다. 아이들이 잘 느낄 것이며 그런 아이들에게 연을 띄워주면서 어른들도 간접적으로 느낀다. 실은 하늘과 땅을 잇는 동시에 어른과 아이를 잇는다. 실뜨기를 통해 마음과 마음을 잇고 양초의 중심에 심겨 희생적인 경외감을 선사하는 한편 하늘과 땅, 이웃과 이웃을 잇는 대동의 마음도 주는 것이다.
그러한 실은 천과 어우러져 자수의 세계를 빚기도 한다. 색색의 실들이 부드러운 천 위에서 정성스런 손길에 의해 그림이 되어 간다. 자수가 빠지면 우리 나라의 전통 사회는 맹숭맹숭할 것이다. 한옥의 내부에 건조한 가구들만 차지할 뿐 공허할 것이다. 십장생이나 매난국죽을 자수로 뜬 천이나 병풍이 한옥의 내부를 드문드문 채워 우아함과 화사함을 짙게 한다.

나의 어머니가 놓은 자수이다. 시집오기 전인 19살 즈음에 한 거라는데 고향집의 장롱에 60 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색채가 다소 바란채 옛모양을 간직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그 자수에 대해 묻자 어머니는 꺼내 오더니 소녀처럼 즐거워하며 공작새, 바위, 장미 등을 한뜸 한뜸 놓아가던 얘기를 들려주고는 회상에 잠긴다. 쟁반과 장구, 별의 세계 등등으로 이끌어 주던 어머니는 자수를 통해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세계 즉 미지의 근원으로도 아련하게 이끌어간다. 어머니의 인생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여겨진다.
의복 뿐 아니라 이처럼 실뜨기, 초, 연, 자수 등등에 필수적인 근간이 되는 실은 그리이스 신화에서도 발견된다. 아리아드네의 실이 그것이다.
크레타의 공주인 그녀의 이름도 예쁘고 실이 주는 서정성도 깊어서 그 어휘만으로도 탄성을 잣게 하는데 그 정황을 알면 더욱 매혹적이다.
크레타의 전설적인 왕인 미노스에게 불행이 닥친다. 왕비가 황소와 통정을 해서 괴물을 낳은 것이다. 크레타를 이토록 험담하는 것을 보면 크레타와 적대 관계에 있는 아테네의 입장에서 쓴 것임이 분명하다. 즉 그리이스 신화의 상당 부분이 크레타 문명에서 미케네 문명으로 이전하여 미케네 시기에 쓰여졌다고 하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노스 왕은 화가 나 그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궁을 짓게 한다. 그때까지는 힘이 있었기에 아테네로부터 인신공양을 받는데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제물로 위장해 미궁으로 들어간다. 테세우스는 적국의 미궁에 들어와 괴물과 싸워야 하는 운명에 처하는 것이다. 여기서 졌다면 아테네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기에 그 사실이 신화로 뻥튀기 될 이유도 없다. 신화는 크레타 위주로 쓰여지거나 크레타와 아테네 둘 다 지리멸렬하다면 역사에서 기억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신화화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도처에 넘쳐 있고 정착 생활을 시작한지 몇 천년이나 지난 인간은 인지능력이나 상상력이 더욱 탁월해졌기 때문이다.
테세우스의 승리가 되도록 엮어질 것인데 그것에 결정적인 동기를 주는 것이 실이다. 즉 아리아드네 공주가 실을 테세우스에게 주는 것이다. 미궁에 들어가서 괴물을 퇴치하고 나올 때 그 실을 따라 나오라고.
바로 그 실에 의해 테세우스는 임무를 완성하고 살아나온다.
그 후 테세우스는 은인인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또다른 여정의 길을 간다. 그 이후로도 이야기는 실타래처럼 얽히고 풀어지길 반복하면서 그리이스 인들의 가슴을 물들임과 동시에 그후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물들여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아름다운 신화 역시 실이 없으면 애초 불가능하다. 실은 어느새 신화마저 짜는 구성 요소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실은 그후 철학가나 문학가 등등에 의해 수없이 변주되며 사유와 상상을 넓히고 감동을 불러일으켜 왔다. 로마의 세네카, 독일의 니체, 프랑스의 앙드레 지드 등등에 의해 새롭게 형상화된 것 외에도 누구나 그 황홀한 실뜨기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장황하게 썼는데 요약하자면 실은 의복의 기초가 됨으로써 우리의 몸을 따스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문화의 기초를 이루는 튼실한 요소라는 것이다. 신화, 철학, 문학 등등에서 실이 빠지면 허리띠가 없는 바지 같을 것이다.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은 지금 우리가 사는 문화의 중심 키워드 중의 하나를 이룬다.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의 SNS를 통해서 무수한 스토리텔링이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생성되고 있다.
그에 따른 긍정성과 부정성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뿌리 없는 스토리들의 창궐로 인해 마음의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자칫 그 홍수가 떠밀려갈 위험도 있다.
그 양쪽을 두루 보면서 나는 풍부해지는 스토리텔링의 하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 말고도 무수한 요소들이 스토리텔링의 하부를 이룬다. 실은 그 중의 하나의 예일 뿐이다. 그럼에도 실 역시 중요하여 실이 빠지면 우리 몸에서 옷이 사르르 벗겨지듯이 문화의 옷이 어느 정도 사르르 벗겨질 것이다.
그 하부 즉 골간에 마음의 눈길을 돌릴 때 필자가 쓰는 것 같은 이러한 글쓰기 즉 스토리 텔링도 가능할 것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색다른 글쓰기의 하나는 될 거라고 본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다. 떠돌거나 부유하는 스토리 내지 담론에 마냥 휩싸이진 말고 그것들의 아래 즉 뿌리 부분을 보자는 것이다. 공허할 수 있는 부분들을 날리고 뿌리 격에 해당하는 견실한 소재나 재료들을 찾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 자신만의 해석,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어가는 기쁨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역사와 사회는 범상치 않아서 지배력을 갖는 담론들이 있다. 그것들이 삶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중요한 가치들을 훼손시키며 강압적이든 은근하든 확산되는 경우가 있다. 부정성을 띤 지배적 담론이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삶과 문화를 잠식하고 있다면 그에 대항해 우리 고유의 미덕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아의 뿌리에서 올라오는 정체성의 글쓰기는 실존적 미학적 저항이며 윤리를 위한 무기이자 성채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실은 가늘고 약해서 별로 큰 의미를 받아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명주실을 얻기 위해선 누에가 애써 지은 집인 누에고치를 부수어야 한다. 명주실은 다른 생명체의 집을 파괴하며 구하는 전리품이다. 삼베실이나 무명실 역시 식물의 몸에서 얻는 것이기에 명주실처럼 심한 말을 쓰는 것이 과할 순 있겠지만 그 원료가 되는 삼이나 목화에 감사의 느낌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누에고치를 파괴하기 전에 제례를 지낸 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 하나에 붙는 의미들. 뭔가 다른 세계들과 잇는 특성 외에도 역사적이며 고고학적인 특성들을 따라가도 풍요로운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강도 멀리서 보면 실이듯 실도 보기에 따라 금강이든 섬진강이든 강이 될 수 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