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최원진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강기영에게 2016년은 누구보다 뜻깊은 해가 아닐까 싶다. 이번 여름 '싸우자 귀신아'를 비롯해 'W(더블유)'로 월화수목 안방극장을 누비며 얼굴 도장 한 번 제대로 찍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강기영은 TV 속 쾌활하고 코믹한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실제로 강기영은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땐 '싸우자 귀신아' 최천상,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W(더블유)' 강석범"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기영은 2009년 연극 '나쁜 자석'으로 데뷔했다. 브라운관 입성은 2년 전 '고교처세왕'을 통해서다. 드라마 '리셋'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거쳐 '오 나의 귀신님'에서 시시때때로 욱하는 수셰프 허민수 역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에는 '퍽' '돌아와요 아저씨' '싸우자 귀신아' 'W(더블유)'까지 무려 네 작품을 소화했다.
'싸우자 귀신아' 최천상이나 'W(더블유)' 강석범 등 그가 최근 맡은 작품과 역할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장르가 모두 판타지물이었다. 드라마가 무거워질 때마다 등장해 웃음을 안겨주는 '괴짜라면 괴짜' 캐릭터라는 점 또한 그렇다. 대본을 받으면 대사보다 어떻게 웃길까 먼저 고민했다는 강기영. 이젠 슬슬 달달한 로맨스의 주인공도 돼보고 싶다.
"브로맨스 역할만 다섯 번 했어요. 초반엔 시켜주는 게 어딘가 싶어 감지덕지한 마음이었죠. 이제는 '브' 빼고 로맨스가 정말 하고 싶어요. 아직까지 러브라인이 있는 역할을 맡은 적이 없거든요.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요? '쇼핑왕 루이'의 남지현 씨요.(웃음) 좀 더 비중이 있는 'W' 강석범 역할도 좋아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롤도 맡고 싶네요."
강기영은 'W(더블유)'에서 한효주의 동네친구이자 의사 동기 강석범을 연기했다. 당시 무더운 여름 '싸우자 귀신아' 촬영을 병행한 강기영은 제일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싸우자 귀신아' 순대 국밥 동아리 첫 엠티 신 대사가 너무 많았어요. 최천상이 동아리 의미를 설명하는 대사만 대본 반 페이지를 차지했거든요. 이것저것 참견에 대화 끼어들기 등 쳐야할 대사가 산더미였죠. 무더운 날씨에 체력은 방전됐고 입에선 단내도 나고 정말 힘들었어요. 막판에는 감독님이 장난을 쳐도 웃음이 안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W(더블유)' 역시 힘은 들었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화기애애였다. 강기영은 대세 배우 한효주와 이종석이 첫 인상과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특히 한효주는 의외로 친근하고 털털한 배우라며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한효주 씨는 처음엔 여배우라는 선입견 탓인지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두 번째 만남부터는 친구 같았죠. 한 번은 함께 가위바위보를 해서 전기모기채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내기를 했는데 엄청 따가웠어요. 모기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측은지심도 생겼죠. 이종석 씨는 처음엔 좀 까칠한 줄 알았어요. 겹치는 장면이 한 두번 뿐이여서 많은 대화는 못 나눠봤지만 애교가 있더라고요. 만날 때마다 절 동생처럼 맞이해줬어요. 사실 제가 형인데 말이죠.(웃음)"
강기영의 좌우명은 '맨땅에 헤딩'이다. 자랑할 만한 백그라운드도, 인맥도 없이 오로지 연기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 그의 차기작은 오는 11월 방송하는 MBC 새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다. 이쯤돼면 양희승 작가와 인연이 남다르다. '고교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대체 연기자로서 그의 매력은 뭘까 궁금해졌다.
"양희승 작가는 제 은사죠. '고교처세왕'에선 오디션으로 캐스팅됐지만 이후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는 작가의 추천으로 발탁됐어요. 무거운 작품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코믹한 감초 역할을 잘한다고 느꼈나봐요. 이제는 저의 연기 성향부터 애드리브, 성격까지 파악했더라고요.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이요? 친화력 빼면 시체죠. 환한 미소에 젠틀한 매너가 몸에 배다 보니 스스로 착한 코스프레를 하는 듯해 고민이기도 해요. 때론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데 불편해요. 시크하고 털털한 사람을 보면 부럽죠. 할 말 다 못하고 살지만 저만의 데스노트에 다 적어놓고 있답니다.(웃음)"
2014년 만 서른에 늦깎이로 방송에 데뷔한 강기영은 늦은 만큼 폭 넓은 연기로 시청자들에 다가가고 싶다. 10년 뒤 연기자 강기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화려한 레드카펫 위 톱스타가 아닌 대중의 일상생활 속에 물드는 친근한 연기자가 꿈이라고 말했다.
"친근한 연기자였으면 해요. 차태현 선배같은 믿고 보는 배우라면 더 좋죠. 결혼을 해도 안 해도 대중이 찾는 배우잖아요.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제 사생활도 보여주며 시청자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싶어요. 그게 꿈이자 목표죠."
"학창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요즘 관심사는 전세자금대출" 강기영은 학창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다가 대학 전공을 고민한 끝에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각박한 연예계에서 신인이 설 자리는 없었다. CF 모델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때를 기다렸다.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왔어요. 아이스하키에 흥미를 잃고 그만둔 뒤 검정고시로 2년 늦게 대학에 진학했죠. 졸업한 뒤 부랴부랴 기획사, 영화사에 프로필을 넣었어요. 당시엔 뭘 몰라서 생뚱맞게 배급사에도 프로필을 보냈어요. 오디션에 발로 뛰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5년 째 광고만 찍었죠. 그러다보니 2009년 한 두 작품을 시작으로 연기자가 됐고요. 비록 지난 이야기지만 되돌아보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듯해요." 유쾌한 강기영은 현재 재정상태도 시원하게 공개했다. 최대 관심사가 전세자금이라는 그는 공개연애에 대해서도 "죄 지은 것도 아니고 숨기진 않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관심사가 전세자금대출이에요.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보금자리가 있으면 연기 공백이 와도 부담이 덜 될 듯해서요. 얼마 전 'W' 이시언 형이 주택청약에 당첨돼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부럽더라고요. 연애를 한다면 공개할 듯해요. 이상형은 긍정적이로 밝은 사람이 좋아요. 예전에는 외모를 많이 봤는데 요즘은 코드가 잘 맞는 사람이 끌리더라고요. 함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여성을 만나고 싶어요." |
[뉴스핌 Newspim] 글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