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히어로무비가 액션 장르의 대세로 떠오른 극장가에 요즘 보기드문 맨몸 쿵푸액션이 찾아온다.
22일 개봉하는 신동엽 감독의 '대결'은 형 강호(이정진)의 복수를 위해 무자비한 고수 한재희(오지호)에 도전하는 취업준비행 풍호(이주승)의 이야기다.
'대결'은 1980년대, 명절이면 어김없이 TV에서 틀어주던 홍콩 무술영화의 맥을 잇는 작품이다. 청룽(성룡)의 '취권'과 액션지존 리 샤오룽(이소룡)의 데뷔작 '당산대형' 등 명작들의 요소를 다수 차용한 점이 향수를 자극한다.
자신보다 강한 고수를 찾아헤매고, 잔인하게 짓밟힌 혈육의 복수를 위해 은둔고수를 찾아가는 이야기 흐름도 그 시절 쿵푸영화와 똑같다. 다만, 신동엽 감독은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현피'를 끼워넣어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고자 했다.
'대결'에 등장하는 현피란 온라인게임의 유행으로 한때 사회문제로 떠오른 현상이다. 게임에서 시비가 붙은 유저들이 실제로 만나 싸우는 현피는 '대결'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어린 시절 부모를 살해한 기업 CEO 한재희와 풍호 역시 현피를 통해 만나는 고수들이다.
가장 중요한 액션신은 무난한 수준. 액션스쿨에서 4개월간 갖은 고생을 하며 배웠다는 이주승의 취권이 가장 인상적이다. 이주승은 "청룽의 취권은 지금 봐도 따라갈 수 없다"며 몸을 낮췄지만 단기속성으로 배운 것 치고 그가 보여주는 취권도 대단하다. 참고로 이주승은 태권도를 9년간 배운 유단자(4단)다.
여기에 맞선 오지호는 주짓수와 필리핀 무술 칼리아르니스를 믹스했다. 느릿느릿하고 변수가 많은 이주승의 취권과 달리 빠르고 파괴적이며 살기등등하다. 신동엽 감독은 한재희와 풍호의 신분(?)차이를 관객이 절감하도록 두 배우의 키나 체급, 무술 스타일을 극적으로 대비해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나름의 메시지도 담았다.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요즘, 풍호는 고단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분명한 목표를 위해 내달린다. 좌절을 모르는 '충무로 불사조' 신동엽 감독과 어쩐지 닮은 그의 활약에 덩달아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청년들도 적잖을 듯하다.
배우들의 하모니도 괜찮다. 특별출연한 이정진의 무게감이나 액션도 괜찮고, 무엇보다 이주승과 신정근 조합이 기막히다. 두 배우가 보여주는 케미스트리와 웃음은 단언컨대 '대결'의 경쟁력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운동이 취미라는 신정근은 이 영화를 위해 이주승과 함께 액션스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주)스톰픽쳐스코리아, TCO(주)더콘텐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