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배우 류준열이 '운빨로맨스'에서 첫 공중파 주연으로 활약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상대역인 황정음의 말처럼 류준열은 신선한 비주얼과 로코 연기로 브라운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류준열은 최근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 종영을 맞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또 하나의 소중한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을 말했다. 폭발적이던 '응답하라 1988' 이후 첫 TV 복귀작을 무사히 마친 그는 "아직 정신이 없지만 탈 없이, 다친 사람이 없이 마무리됐다"면서 시원하게 웃었다.
"전작과 달리 이번엔 보늬(황정음)랑 둘이만 끌어가는 메인 역할이었죠. '응답하라' 찍을 땐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서 친해질 시간이 많았다면 이번엔 여배우와 단둘이 커뮤니케이션하고 호흡하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둘만의 시간이 많다보니 감정 교류나 연기적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 신에서 감독님의 디렉션까지 다 달랐어요.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와글거리는 것보다 좀 더 심도 있게 뭔가 알아갈 수 있었죠. 어떤 목표나 의도도 없었지만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고, 작품과 뜨겁게 만나다 헤어진 느낌이라 아쉬운 감정이 들긴 하네요."
'응답하라'에서 주연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가족극이란 특성상 극중 김정환의 분량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운빨로맨스'는 달랐다. 공중파 황금 시간대 드라마인데다, 메인 남자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갔던 입장. 뭔가 다르게 느끼거나 부담이 되진 않았을까. 류준열이 '로맨스' 호흡에 있어 각별히 신경을 썼던 부분도 궁금했다.
"일단 물리적으로 촬영 시간이 기니까 더 많이 배웠죠. '응답하라'는 감정선이 가족이나 커플 별로 다르게 흘러갔지만 '운빨'에서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이 보늬와 제수호(류준열) 위주였어요. 둘을 중심으로 모든 감정과 사건이 뻗어나가거든요. 평소에 부담을 갖고 연기하는 편은 아니지만 수호와 보늬의 감정에 몰입해 있는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죠. 감정이 튄다거나 '갑자기 얘가 왜 이래?' 하고 느끼지 않게끔 노력을 많이 했어요."
특히나 류준열은 첫 로코인 '운빨로맨스'에서 '로코퀸'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 황정음과 호흡했다. 그는 황정음과 촬영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신선하단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신선하다고 얘기해줘서 감사했죠. 누구나 생각한 대로 계산된 연기보다, 의외성이 많아서 즐겁다더라고요. 저는 그게 고마웠어요. 상대방은 사실 힘들거나 어려울 수도 있거든요. 항상 좋게 받아들여주고 잘 마무리해줬어요. 극중 수호가 변하는 과정이 보늬보다는 사실 자세히 그려졌고, 겉으로나 속으로나 티가 나게 보였던 부분도 많았어요. 거기에 재미 포인트가 많았다고 봐요. 정음 선배가 먼저 로코의 클리셰를 깨고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주고, 많이 내려놓고 절 이끌어줬죠."
'운빨로맨스'를 마친 그에게 자꾸만 '응답하라'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전작의 여파가 워낙 컸고 그중 가장 임팩트가 셌던 캐릭터 김정환이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이었다. 으레 따라붙는 '응답하라'의 저주를 깼는지, 류준열은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응답하라'의 저주를 깼다기보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작품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이게 너무 소중하다보니 시간이 흘러 노년에 연기 생활을 오래 한 후에도 그럴 거예요. 류준열의 가장 베스트 작품은 '응답하라'였다라고 평가된다고 해도 행복할 거예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죠."
'응답하라'에서 짝사랑의 주인공으로 남은 김정환을 보내고 선택한 '운빨'의 제수호. 이번에야말로 마음껏 로맨스에 취해보겠다거나, 훈남 주인공으로 여심을 사로잡겠다는 포부가 있지 않았을까. 김정환과는 다르게 제수호가 여성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였는지, 류준열에게 직접 들어봤다.
"훈남 역할을 일부러 고르거나 여심을 사로잡겠다고 노린 적은 없어요. 둘 다 공통적으로 매력은 넘친다고 봐요. 정환이가 어디에나 한명쯤 있을 법한 매력있는 고등학생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수호란 인물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면이 그래요. 정환이는 딱 츤데레답게 뒤에서만 챙겨주는데, 수호는 연애 시작 후에는 자기를 다 내려 놔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표현해요. 무미건조한 초반 인물과 정 반대로 바뀐 성격이 또 매력 포인트죠."
실제로 보늬에게 푹 빠진 수호는 류준열이 '응답하라'에서 어떻게 참았나 할 정도로 '사랑꾼' 그 자체였다. 스스럼없이 행동과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애교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런 수호와 정환이를 직접 연기한 류준열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또 전에 없던(?) 애교 연기를 어떻게 소화했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정환이와 수호는 둘 다 저예요. 어떨 땐 무뚝뚝하지만 이번엔 누나들, 상훈이형과 있으니 자연스레 애교가 늘었죠. 또 영화 촬영장에선 항상 막내거든요. 성공적이란 반응이 기분 좋기도 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해요.(웃음) 애교는 거의 제 몫이었죠. 행동이 대본에 써있어도 결국 표현은 배우가 하니까요.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애교였죠. 하하. 자연스럽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상대 배우가 즐거워하니까 확신을 갖고 만족스럽게 연기했어요. 입을 내미는 게 가장 효과가 있더군요. 발을 쿵쾅거리면서 걷거나 입을 내밀거나. 어릴 땐 이걸로 어머니께 많은 걸 얻어낼 수 있잖아요. 수호가 아이같아 보이길 바랐거든요."
TV에서는 '응답하라 1988' '운빨로맨스' 등 착한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역할을 연기한 류준열. 반면 스크린에선 다채롭다 말할 정도로 악역과 괴상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선보인 영화에서 그랬고, 개봉을 앞둔 '더 킹'도 마찬가지. '착한 드라마, 나쁜 영화'라는 원칙이라도 갖고 있는 건지, 항간에선 궁금증이 흘러나왔다.
"전략을 세울 정도로 제가 현명하지는 않아요. 회사 대표님도 딱히 의도를 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하하. 회사의 작품 선정 기준은 배우가 하고 싶은 게 최우선이에요. 배우 입장에서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지고요. 하다 보니 우연찮게 이런 작품들을 만났어요. 좋아하는 감독님, 배우들이 나오고 시나리오가 좋아 자연스레 골랐죠. '양치기들'이나 '계춘할망'에선 센 캐릭터로 나왔는데, 과거에 찍은 거지만 부담이나 압박, 창피함은 전혀 없어요. 다 소중한 작품들이고 행복하게 찍었죠. 가끔 저로 인해 영화가 조금 더 주목받고 기사 한 줄 더 나는게 감사하긴 했어요.(웃음)"
류준열은 촬영장에서 연기하는 것 만큼이나 열정적이었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운빨로맨스'의 마지막 메시지를 곱씹었다. 그는 운명이나 바꿀 수 없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을 즐겨라'는 교훈이 바로 삶과 연기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직접 만나본 류준열은 웬만한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걱정을 하지 않는 '긍정왕'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를 흔드는 것이 무엇이냐 묻자 "기자 분들?"이라며 현장을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항상 지금을 즐기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스케줄이 바쁜 와중이라 팬들도 걱정하고 쉼없이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인터뷰나 작품 고민하고, 새 대본을 읽는 매 순간이 즐겁고 즐기려고 해요. 터놓고 얘기하면 '이런 스케줄이 가능한가'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다 해내고 있고, 다른 분들도 하시니까요. 즐긴단 사실 자체가 모든 원동력이 돼요. 지금 절 흔드는 건, 기자분들의 질문? 하하. 결국은 자신과 싸움이죠. 연기를 하면서,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기도 하고 울음이 날 정도로 속상한 적도 있어요. 혼자 연기를 준비할 때나 집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가끔 힘들어요. 이 싸움은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일이고 끝이 없는 작업일 거예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