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채정안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두 작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용팔이’에서는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여념이 없는 재벌가 사모로, 청춘 성장기를 담은 ‘딴따라’에선 로망 속 여사친(여자사람친구) 여민주로 분해 걸크러쉬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SBS ‘딴따라’ 종영 후 마주한 채정안은 여민주보다 훨씬 소탈하고 밝았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즐겼고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간 연기한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닮은 구석이 많았다는 여민주. 채정안은 ‘딴따라’와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며 즐거웠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제 옷을 입은 것 같았어요. 여민주를 만나면서 저와 공통점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민주가 재벌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 부분만 빼고는 저와 닮은 점이 꽤 많았어요(웃음). 그래서 연기하기도 편했고 제가 보여주고 싶은 매력들이 잘 녹아 있어 좋았죠.”
여민주는 석호(지성)의 여사친이다. 물론 ‘딴따라’에서 석호와 그린(혜리)이 이어질 것이란 건 드라마가 시작될 때부터 누구나 예상한 시나리오다. 그렇지만 극중 10년 지기인 석호와 민주를 응원하는 시청자도 꽤 많았다. 처음에는 그저 여사친으로 등장한 민주였지만 석호와 그린의 사이가 깊어질수록 마음 아파하는 민주가 안타깝다는 시선이었다. 채정안 역시 “답답했다. 석호가 민주를 여자로 안 느꼈다는 게 참, 이게 다 그린이 때문이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민주는 석호와 우정을 강조하다보니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고, 석호도 친구로는 민주가 나쁘지 않았을 거예요. 둘의 관계가 유지가 될 수 있던 이유였겠죠. 댓글 중에 ‘석호, 민주 커플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는데 괜히 좋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작가님의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석호와는 연인이 되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연수(이태선)와 러브라인이 있었죠. 하지만 ‘딴따라’는 단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청춘의 성장기였어요. 그래서 멜로에 크게 욕심 내지 않았어요.”
석호를 지지하는 친구지만 결국 그에게 빠졌던 여민주. 채정안은 이를 어쩔 수 없이 공중파 드라마 속 서브 여주인공 캐릭터의 한계가 아니겠냐며 웃었다. 이와 함께 본인에게 굳어진 차도녀, 혹은 서브 여주인공 이미지가 싫지만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게 자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서브 여주라는 단어가 불편할 법도 하건만, “그건 네티즌들이 이미 지어준 것이다. 인정하면 기분나쁠 게 없다”며 쿨하게 받아들였다.
“극중에서 한 남자를 바라보고 사랑받지 못하는 서브 여주인공들은 연기지만 참 외로워요. 물론 ‘딴따라’에서는 전형적인 멜로는 아니었지만요. 저뿐만 아니라 사실 서브 여주인공을 주로 맡는 배우들의 이미지는 비주얼이나 연기톤으로 봤을 때 굳어진 게 있죠. 전 정말 그 친구들한테 술 한 잔 사주고 싶어요. 그 마음을 제가 아니까요. 하지만 그 상황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하나의 방법으로는 변화를 주는 거예요. ‘용팔이’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욕망 있는 여자로, 여민주는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였고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이에요.”
사실 채정안을 이야기하면서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빼놓을 순 없다. 벌써 9년이 흐른 드라마지만 여름만 되면 케이블 채널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인기작이다. 그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아주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예쁜척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여전히 저의 일부분이에요. 여름만 되면 TV에 재방이 계속 나와요. 재방비가 아주 쏠쏠하거든요(웃음). 그리고 여전히 ‘구 여친계 레전드’라는 말도 들리고요. 근데 당시에 연기할 때는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게 참 쑥스러웠어요. 컷 소리가 들리면 금세 제 모습으로 돌아왔죠. 하하. 여전히 한유주를 떠올리면 사랑받는 기분이 듭니다.”
청순여인의 대명사였던 채정안은 SBS ‘썸남썸녀’와 tvN ‘SNL 코리아’를 통해 숨겨왔던 끼를 대방출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냈고 동네 언니같은 친근함과 털털한 매력으로 한층 더 대중에 가깝게 다가갔다. 갑자기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있었냐는 물음에 채정안은 “한유주로만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답답했다”고 답했다.
“예전엔 숫기가 없었죠. ‘예쁘다’고 하면 ‘감사합니다’ 하면 될 것을, 괜히 부끄러워 숨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 게 반복되니 제 성격이 중성적으로 변하더라고요. 그때 예능이 저의 실상을 보여주는 물꼬가 됐죠. 저에겐 도전이었어요. ‘썸남썸녀’에서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지내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SNL 코리아’로는 본격적으로 보여주자 싶어 정말 의욕 넘치게 했죠. 그후부터는 저도 자유로워졌고 남의 눈치를 덜 보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그전보다 훨씬 가뿐해졌어요.”
채정안은 앞으로도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했다. 왕년의 노래 실력을 살려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고 싶다. 특히 대본이 없는 리얼버라이어티에도 욕심을 냈다. 드라마로는 완전히 망가지는 캐릭터가 탐이 난다고. 정말 여자 주인공이 이런 면까지 보여줘도 되나 할 정도도 자신 있다고 했다.
“‘복면가왕’에 나가고 싶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노래와 춤은 자신 있었거든요. 그래도 흥과 끼는 꽤 있는 아이었나 봐요. 그런데 이번에 ‘딴따라’를 하고 보니 제 노래 실력은 그리 보여줄만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대본이나 틀이 있는 것보다 좀 더 자유롭게 저를 보여줄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도 하고 싶어요. 가감 없이 다 보여드릴 수 있답니다. 드라마로는 정말 망가짐의 끝을 보여주고 싶네요. 언제든 준비돼 있어요. 그간 굳어진 제 이미지를 스스로 과감히 깨버리고 싶어요. 하하.”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더좋은 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