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김세혁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충무로 대표 배우 마동석(45)이 안방과 스크린을 동시에 공략한다. OCN ‘38사기동대’에서 열혈 세무과 공무원을 연기 중인 그는 29일 개봉할 휴먼코미디 ‘굿바이 싱글’에서 엄마 같은 푸근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TV와 극장가를 통해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할 마동석을 얼마 전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평구. 배우 김혜수(46)와 난생처음 호흡을 맞춘 마동석이 영화에서 연기한 캐릭터다. 평구는 구수한(?) 이름과 달리 외국물을 먹은 감각적인 스타일리스트다. 사고뭉치 고주연(김혜수)을 20년간이나 챙긴 평구는 각종 사고 수습에 운전까지 도맡는 의리파다.
“일단 제목만 보고 김혜수 선배와 저의 로맨스를 상상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작품 속에서 평구는 주연에게 있어 엄마 그 자체죠. 주연뿐 아니라 임신한 중학생 단지(김현수)에게 도시락을 싸주고 옷 만들어주는 부분만 봐도 정말 엄마 같아요. 캐릭터의 그런 따뜻한 배려와 의리가 마음에 쏙 들었죠.”
지금까지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던 마동석은 단순히 작품을 많이 찍는 배우가 아니다. 매번 서로 다른 캐릭터로 관객의 깐깐한 눈높이를 맞춰온 그는 팔색조 연기 속에서도 한결같은 기준을 고집한다.
“마음에 와 닿아야 해요. 시나리오는 물론 캐릭터까지 그래야 하죠. 제가 작품을 전략적으로 찍고 그러질 못해요. 오직 마음에 와 닿느냐 하나만 따지죠. 오글거리는 건 워낙 못하는데 ‘굿바이 싱글’은 유쾌하고 따뜻해서 좋았어요. 평구 시선에서 보는 이야기에 진정성도 담겼고요. 그래서 참여했죠.”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20년지기 친구 평구와 고주연을 각각 연기한 마동석(왼쪽)과 김혜수 <사진=쇼박스> |
아무래도 시선이 쏠리는 건 선배 김혜수와 호흡이다. 평구와 고주연은 20년을 친구처럼 살았지만 부모자식처럼 보일 때가 더 많다. 온갖 사고를 저지르는 고주연을 묵묵하게 지킨 평구는 때론 잔소리도 하지만 늘 그림자처럼 챙겨주는 엄마에 가깝다.
“김혜수 선배와 호흡이요? 당연히 좋았죠. 배려도 끝내주고 정말 편하게 대해줬어요. 어떻게 선배는 그만큼 배우생활을 했는데도 계속 진화해요. 사람들이 롤모델로 삼는 덴 이유가 있다니까요. 아, 저희 연기에 몇 군데 포인트가 있어요. 영화 초반에 다리에서 설득하고 혼내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잘 보면 평구가 그냥 주연을 나무라는 게 아니에요.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둘의 관계를 잘 나타내는 신이라 기억에 남아요.”
사실 마동석이 이렇게 유명하게 된 데는 반전매력이 한 몫 단단히 했다.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에 인상도 센 편이지만 의외의 면모(마동석은 병아리를 무서워하고 고양이를 지극히 아낀다)로 반전매력을 선보였던 그다. 이런 점은 평구가 해외파 스타일리스트라는 설정으로 이어졌다.
“패션 이야기를 뺄 수 없죠. 전 작품 하면서 늘 단벌이었고, 많아야 2벌 정도 입어요. 평소에 옷 챙겨 입는 걸 아주 귀찮아해요. 집에 있을 때도 트레이닝복 위주죠. 어머니가 ‘제발 청바지라도 입어라’ 잔소리할 정도로요. 근데 ‘굿바이 싱글’에선 무려 50벌이나 준비했어요. 그 중 절반을 소화했죠. 아예 특수 분장 수준으로 옷을 많이 입었다니까요.”
평구가 스타일리스트다 보니 마동석의 고통(?)은 의상에서 끝나지 않았다. 마동석은 여성들이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명색이 스타일리스트인데 그 방면에 해박해야 하잖아요. 당연히 이것저것 많이 배워야 했어요. 프라이머가 뭔지도 몰랐는데 여자들이 매일 쓴다는 거예요. 잘 나가는 제품명까지 외웠죠. 스타일리스트 관련 글도 찾아보고 공부도 했어요. 뭣보다 실제로 그쪽 일하는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봤죠.”
남자다운 액션으로 유명한 마동석. 그런 그도 TV와 스크린에서 동시에 두 작품을 선보이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다. 무더운 여름철 체력관리는 어떨지, 더불어 두 작품 속 캐릭터의 차이점이 뭔지 들어봤다.
“우선 운동은 드라마 탓에 자주 빼먹고 있어요. 밤을 새면 다음날 푹 쉬어야 할 정도로 피곤하거든요. 주위에서 좋은 거 챙겨먹으라고 권할 정도죠. 체력관리도 해야 하는데 어렵네요. ‘38사기동대’ 속 백성일은 평구와 많이 다릅니다. 일단 액션이 많아요. 물론 얻어맞고 머리채 잡히는 장면이 대부분이지만요. ‘굿바이 싱글’에선 액션이 아예 없어서 편했는데 ‘38사기동대’는 많이 다르네요.”
15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온 마동석은 ‘마블리’ ‘마요미’에 이어 ‘마쁜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별명이 어이없다면서도 무척 감사하다는 마동석은 앞으로 또 다른 15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웃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어요. 배우는 산 올라가는 거랑은 다르거든요. 산은 정상을 밟으면 끝인데 배우는 그렇지가 않죠. 일단 목표를 가지면 단순하게 생각해요. 죽을 때까지 하는 거죠. 바빠도 좋아서 하는 거니 얼마나 좋아요. 몸은 힘들어도 짬 내서 시나리오도 준비 중이에요. 갈증이 계속되기에 제가 존재하는 거죠. 물론 점점 저 자체가 성숙해져야 하고요. 그렇게 15년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