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소유제, 고강도 구조조정 상하이자화 대표 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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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경제개혁의 핵심이자, 지속성장의 비전이 될 국유기업 개혁에서 '위기의 불씨'가 싹트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이 기득권층의 저항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공산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된 것.
중국 국유기업 개혁의 성패는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근 중국 경제의 미동에 전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볼때, 만약 국유기업 개혁이 실패로 끝나면 그 여파는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과 경제에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국유기업은 방만한 경영, 낮은 효율, 간부들의 부정부패 등 문제를 야기하며 중국 경제를 병들게 하는 '악성 종양'과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지도부가 국유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대대적 수술을 단행하기로 했고, 이 것이 바로 국유기업 개혁이다.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진 후 국유기업 개혁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침체 속 증시에서도 국유기업 테마주는 줄곧 유망주로 꼽히는 등 국유기업 개혁은 중국 경제의 '희망'이 되고 있다.
◆ 국유기업 개혁의 '모범' 상하이자화, 개혁파 대표 피습
그러나 안타깝게도 곳곳에서 국유기업 개혁 추진이 순탄치 않음을 알리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상하이자화(上海家化) 셰원젠(謝文堅) 이사장의 피습사건은 '쉬쉬'하던 국유기업 개혁 문제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22일 저녁 셰원젠 상하이자화 이사장은 회사 건물 앞에서 신원을 알수 없는 남성의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게됐다. 다행히 흉기가 빚나가 허벅지만 다치는 정도에 그쳤지만 기업개혁 및 구조조정이라는 민감한 사안과 맞물려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날 범인을 붙잡았지만,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 사회와 재계 관계자들은 국유기업 개혁을 둘러싼 개혁파와 기득권층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상하이자화의 이사장이 교체된 후 과감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기존 고위 임원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셰원젠 이상장은 존슨앤존슨 메디칼 중화지역 이사장 출신으로 2013년 11월 취임했다.
셰원젠은 취임 후 당시 대표였던 왕줘(王茁)를 파면하고, 관리와 기술 부문의 여러 고위 임원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동시에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해 상하이자화의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임원의 진두지휘 하에 추진됐던 각종 프로젝트가 폐기됐고, 주력 상품도 바뀌게 됐다.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된 후 상하이자화는 각종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 회사 앞 전신주에는 셰 이사장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날마다 붙었고, 파면된 전임 대표 왕줘는 부당해고를 이유로 소송을 냈다. 올해 6월 법원은 왕줘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지만, 상하이자화는 항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신임 이사장 취임부터 급진적인 구조조정과 내부 마찰 등 상하이자화의 최근 동태는 줄곧 중국 사회의 큰 이슈였다. 정부가 국유기업 개혁 추진에 사활을 건 가운데, 상하이자화가 국유기업 개혁의 우수 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이었던 상하이자화의 구조조정은 2010년 말 부터 진행됐다. 2011년 12월 평안신탁이 51억 9000만 위안에 상하이자화 지분을 인수하면서 상하이자화는 혼합소유제 체제를 갖추게 됐다. 상하이 국유기업으로는 최초의 혼합소유제 전환이었다.
그러나, 상하이자화의 혼합소유제 기반은 거원야오(葛文耀) 전 이사장, 왕줘 전 대표는 민간 주주인 평안신탁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2013년 5월 상하이자화의 비자금 조성 스캔들이 터졌고, 같은 해 9월 거원야오 전 이사장이 사임했다.
상하이자화는 주주총회를 거쳐 존슨앤존슨메디칼 중화지역 총책임자 셰원젠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셰원젠은 이미 탁월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가 총책임자로 취임한 후 존슨앤존슨메디칼은 연간 20%이상의 고속 성장을 이어갔고, 회사는 중국 최대의 의료기기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전임 이사장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떠난 후라 셰원젠의 친지와 지인은 모두 상하이자화 이사장 취임을 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전 정신이 투철한 셰원젠은 상하이자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득권과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피습 사태가 기득권층의 사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상하이자화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업이다. 후강퉁(상하이-홍콩 주식 교차매매) 시행 이후 우리나라 주식투자자 사이에서도 '중국판 아모레퍼시픽'으로 불리며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 개혁파와 기득권의 충돌, 국유개혁 최대 난제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국유기업 개혁 추진에서 기득권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득권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유기업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시진핑 정부는 2015년을 국유기업 개혁 심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고강도 국유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필두로, 정부 고위 관료들은 각종 석상에서 국유기업 개혁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상황. 시 주석 취임 후 강도를 더해 가는 부정부패 척결도 국유기업 개혁 추진 과정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9월 13일 국무원은 '국유기업 개혁 지도 의견'을 발표함으로서 본격적인 국유기업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설계'와 달리 이면에는 기득권층과 개혁파의 피 튀기는 '전쟁'이 예고된 상태.
2010년 일찌감치 혼합소유제를 완성한 상하이자화도 개혁 지속 과정에서 심각한 내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덩치가 더욱 크고 기득권층이 훨씬 견고한 중앙 국유기업 개혁이 순조로울리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반적 견해다.
최근 중국 국유기업 실사를 다녀온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에서는 개혁 추진의 어려움으로 개혁의 분위기가 옅어지는 경향이 감지됐다"면서 "중앙 국유기업 개혁은 개별 기업의 규모가 크고, 개혁 대상 기업의 수가 많아 단기간에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반적 견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구조조정의 효율을 추구하기 보다 일단 합병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 전문가들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국유기업 개혁은 실로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없다"면서 "정부가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유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개혁이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