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윤원 기자] 시각과 청각을 완벽히 사로잡는다. 폭발적인 고음의 향연과 파격적인 내용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지저스(예수)의 마지막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록 뮤지컬이다. 무대에 등장하는 지저스(Jesus Christ)는 신의 아들과 인간의 삶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이다. 한편 지저스를 단순한 스승 이상으로 경배하고 사랑하는 유다(Judas Iscariot)는 고뇌 끝에 스승을 배반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 밖에도 이번 한국 공연에는 지저스를 이성으로서 마음에 품는 마리아(Mary Magdalene), 꿈을 꾼 뒤 지저스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결국 군중의 요구 때문에 극형을 선고하게 되는 빌라도(Pontius Pilate), 환락을 즐기며 지저스를 비웃는 냉소적인 왕 헤롯(King Herod)이 등장한다.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이 작품이 세상에 준 충격은 상당했다. 지저스를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리는 등 성경 속 내용을 도발적으로 해석한 스토리(신성모독이란 비난을 받았다), 재즈와 클래식이 주로 쓰였던 그 시대에 록과 오페라를 접목한 ‘록 오페라’를 선보인 점 등이 충격의 주된 이유였다.
초연 이후 4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꾸준히 리바이벌 공연과 투어가 이뤄지고 있는데, 각 나라마다 해석의 재해석, 끊임없는 각색이 이뤄졌다. 그 결과 록스타 버전, 현대 매스미디어 버전, 고대 아레나 버전, 첨단 메커니즘 버전 등 다양한 스타일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탄생했다. 지난 2013년 이후 2년 만에 한국서 막 오른 2015 한국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연출 이지나)는 보강된 캐스트와 시각적 청각적 완성도로 만족도 200%의 130분을 선사한다.
주옥 같은 명곡의 향연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고음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저스의 불후의 명곡 ‘Gethsemane(겟세마네)’의 감동은 배우의 시원한 고음을 통해 가슴을 직격한다. 자극적인 록 뮤지컬 사이에서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마리아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어떻게 사랑하나)’는 심장을 먹먹하게 하고, 유다와 코러스가 부른 대표곡 ‘Superstar(수퍼스타)’는 절로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한·미를 오가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를 400회 이상 경험한 뮤지컬 배우 마이클리, ‘노르트담 드 파리’ ‘프랑켄슈타인’ ‘지킬 앤 하이드’ 등으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톱 뮤지컬 배우로 떠오른 박은태가 지저스 역을 맡는다. 지난 공연에서 유다 역으로 호평 받은 한지상이 다시 한번 기량을 떨치며, ‘노트르담 드 파리’의 윤형렬, 이지나 연출의 ‘히든 카드’로 불리는 최재림이 유다 역에 새롭게 합류했다. 마리아 역에 이영미 장은아 함연지, 빌라도 역에 김태한 지현준, 헤롯 역에 김영주가 각각 캐스팅됐다.
이번 2015 한국 무대의 배경은 성경 속 유대의 땅이 아니다. 무대 배경은 굽이치는 화성의 협곡 같기도 하고, 노을이 지는 사막의 한복판 같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이지나 연출은 “(무대 배경은)어쩌면 다른 행성일 수도 있고, 인류가 멸망한 후에 나타난 새 인류의 시작이 되는 배경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무대 연출은 인간세계의 갈등, 신이라는 존재와 ‘메시아’의 문제 등이 인류 역사상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발상에서 만들어졌다.
2013년 공연에서 ‘비열한 인물’에 초점이 맞춰졌던 헤롯왕은 이번 무대에서는 ‘미스터리하고 알 수 없는 인물’에 중점을 둬 표현됐다. 이 같은 특징을 살리기 위해 해당 배역에 여자 배우가 캐스팅 됐다. 헤롯왕 역에 발탁된 이영주는 “남자가 아닌 여자가 이 역할을 맡은 것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색다른 해석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오는 9월 13일 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5만~14만 원. 만 7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yunwon@newspim.com)·사진 클립서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