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셰프들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됐다. 요리전문 교양방송을 떠나 예능프로그램뿐 아니라 드라마 카메오 출연은 기본. 광고 섭외도 폭발적이고 내친 김에 화보까지 접수했다. 이제는 여느 한류스타 부럽지 않다.
그중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카리스마 넘치는 총괄 셰프 최현욱의 모티브가 됐던 인물이자 이탈리안 요리 전문 셰프 샘킴(37·본명 김희태)이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대세라고도 불리고 ‘스타 셰프’라는 수식어도 얻은 그는 카리스마의 표본일 거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허당기와 넘치는 인간미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샘킴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9년부터 꾸준히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러다 요리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은 판단이 들면서 잠시 브라운관을 떠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예능프로그램으로 방송에 복귀한 샘킴. 그야 말로 잭팟이 터졌다. 샘킴이 총괄 셰프로 몸담고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나세라에서 그와 마주했다. “자신의 예능감을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냐”고 물으니 “10점 만점에 5점?”이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그는 “예능감은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었는데 예능화된 인물로 비쳐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샘킴은 지난해 11월30일 방송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게스트로 출연해 호응을 얻은 데 이어 MBC ‘일밤-진짜사나이2’까지 접수했다. 많은 이들이 묻는다. 왜 셰프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느냐고. 이에 대해 샘킴은 요리사가 가져야하는 사회적 임무라고 답했다. 셰프의 단순한 외도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요리사는 요리의 즐거움과 건강한 음식 문화를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요리하는 기쁨을 전하고 싶어 방송을 시작하게 됐어요. 방송뿐 아니라 도서 발간, SNS 소통도 요리의 재미를 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고요. 흔히들 떠올리는 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주방에서 갖춰진 복장에 카리스마로 포장된 모습일 거예요. 그렇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요리사라고 해서 굳이 주방에만 있을 이유는 없죠. 요리사는 요리하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봐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즐겁거든요. 그리고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을 많은 사람들과 알아간다면 더 행복질 수 있겠죠.”
먼저 샘킴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방송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었다. 그는 ‘1박2일’에서 재료 선정에서 소금을 재료를 얻지 못하자 셰프의 자존심(?)을 살짝 내려놓고 조미료인 라면스프로 간을 맞추는 센스를 발휘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박2일’이 앞서 전파를 탔지만 사실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의 출연은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한동안 방송 활동을 쉬었어요. 방송 준비하느라 본업인 요리에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아 고민이었거든요. 그러다 ‘1박2일’ 팀에서 9월쯤 전화가 왔는데 예능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거절했어요. 그러다 11월에 다시 연락이 왔고 그냥 요리만 하면 된다기에 출연했죠. 제 영역이니까요. 방송 이후 기대 이상으로 화제가 됐고 ‘냉장고를 부탁해’가 방영되면서 감사하게도 계속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4일부터 샘킴은 MBC ‘진짜 사나이2’에도 출연하고 있다. 방송 전 샘킴의 ‘진짜 사나이2’ 출연 소식에 대중은 의아해했다. 일부에서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시동을 거는구나'란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샘킴은 취사병으로 입소한다는 명분으로 출연을 확정지었고, 군대 식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준비 중이다.
“요리사와 국방부의 콜라보레이션(공동작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군대의 식단을 바꿀 수 있는 게 한계가 있고 재료도 정해져 있어 저도 직접 해봐야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설 것 같아요. 메뉴는 양식, 한식, 혹은 퓨전도 될 수도 있겠죠. 제 바람 같아서는 군대에 텃밭을 하나 만들어 싱싱한 재료로 음식을 하고 싶기도 해요. 330㎡(100평)이나 660㎡(200평) 정도면 메인디시는 아니더라도 사이드디시 정도에 쓰일 양은 되거든요. 농사를 지으면 군인들에게 심리적으로도 도움이 되고요.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저도 궁금하고 또 기대도 되네요.”
요리로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샘킴. 올해도 유난히 콜라보레이션 기회가 많았다. 대림미술관과 함께한 크리에이터스 토크와 인텔이 선정한 트렌드 메신저 5인에 꼽혀 올해 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올해 가장 큰 목표로 그는 ‘샘킴’s 함께 쿠킹’의 성공을 꼽았다. 요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샘킴’s 함께 쿠킹’은 매주 일요일 낮 12시 라이프스타일러(lifestyler.co.kr)와 인사이트TV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된다.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제가 할 수 있는 쿠킹 캠페인 중 하나이고 지금 유튜브와 CJ와 함께 진행하는 ‘샘킴’s 함께 쿠킹’도 마찬가지예요. 이 작업은 제가 평생 해야할 미션이기도 하죠. 매주 요리를 하나 선정해 쉽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콘셉트인데요. 인터넷으로 쉽고 편하게 보고 따라하시면 됩니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샘킴’s 쿠킹’을 보신 분들이 직접 제 SNS에 들러 인증샷을 올려주시는데 그때마다 ‘요리하길 정말 잘했다’ 싶을 정도로 보람을 느끼죠. 요리의 즐거움을 계속해서 전하고 싶습니다.”
"저 한국 사람 맞고요, 전경 출신입니다." 대외적으로 본명 김희태 대신 영어 이름인 샘으로 불리는 탓에 아무래도 미국 국적으로 보는 시선이 주다. 하지만 샘킴은 그가 유학을 가면서 만든 영어식 이름이다. 즉 요리할 때만큼은 샘킴이 더 익숙하다. “스무 살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제 본명이 김희태인데 영어식으로 썼더니 친구들이 ‘희태’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희타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이름을 정하기로 했죠. 제가 크리스천이고 교회에서는 사무엘이란 이름을 씁니다. 그래서 사무엘로 영어이름을 정했고 사무엘을 줄인 이름이 샘으로 불렸어요. 12년 동안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샘으로 불리다보니까 이제는 제 본명이 어색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요리 공부하면서부터 쓴 이름을 사용하고 있죠.” 두 번째 오해는 바로 군필 여부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부쩍 샘의 국적에 관심이 쏠렸다. 출연자 중 외국인뿐 아니라 방위 출신도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현역 체험을 했기에 샘킴도 이와 같은 부류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샘킴은 1997년에 입대했다.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었고 영주권을 따기 위해 군대를 다녀와야 했죠. 당시 해병과 전경 지원이 가장 빨리 입대하는 길이었는데 저는 전경에 붙었어요. 1997년에 입대하고 18년 만에 다시 ‘진짜 사나이2’를 통해 입대했는데요. 군복이나 신발, 관물대도 예전보다는 다 세련되긴 했지만 군대 안에 있으니 그때와 느낌은 똑같더라고요. 이번에 취사병으로 가는 게 당시 밥에 대해 불만이 많아서가 아니예요. 군과 요리사의 콜라보레이션이죠. 군복무 당시에도 주는 대로 정말 잘 먹었어요(웃음). 특히 화생방 후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