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영화 ‘순수의 시대’ 언론시사회가 진행된 지난달 24일, 포털사이트에 다소 낯선 이름 하나가 등장했다. 다음날까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되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이름 석 자는 바로 강한나(26). 신인 여배우가 첫 주연작에서 신하균, 장혁, 강하늘과 파격 베드신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이 들썩인 거다.
물론 강한나가 이렇게 주목받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뒤가 시원하게 파인 드레스로 영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당시 그에게는 ‘엉골녀’라는 다소 민망한(?) 수식어도 붙었다. 당연히 노출로 유명세를 따내려는 신인 여배우쯤으로 여기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라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강한나는 노출로 자신을 알릴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는 ‘순수의 시대’를 통해 그 억울함(?)을 토해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강한나가 113분 동안 스크린 속에서도 보여준 게 비단 아름다운 몸매뿐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강한나는 그간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소화, 대중에 배우 강한나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부산국제영화제 드레스는 물론이고 이번 영화의 홍보 방향도 노출에 포커스를 맞춘 건 절대 아니었어요. 저를 포함해서 (신)하균 선배나 감독님, 모든 만든 사람이 우리 영화에 불필요하거나 과한 베드신은 없다고 생각했고요. 오히려 베드신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놀랐죠. 개인적으로는 이번에는 작품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제 이름이 올라간 거니까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영화에 나오는 강한나가 누군지 궁금해 해주는,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했어요. 관심이 생겼으니 이왕이면 영화도 많이 봐주시길 바랐죠(웃음).”
영화는 조선 개국 7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이 벌어진 1398년 야망의 시대 한가운데 역사가 감추고자 했던 핏빛 기록을 그렸다. 극중 강한나는 매혹적인 기녀 가희를 연기했다. 온라인을 들썩였던 세 남자와 베드신도 만만치 않은 작업인데 그에게는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 감정 연기까지 요구됐다. 강한나는 구태여 왜 첫 영화에서 이런 어려운 도전을 택했을까.
“캐릭터 욕심이 가장 컸죠. 부차적인 인물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키를 쥐고 움직이고 다양한 색깔을 표현해내잖아요. 그 이유도 분명했고요. 물론 어려움도 있었죠.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온전하게 제 감정선으로 가지고 오는 게 힘들었어요. 비슷한 경험도 없거니와 가희를 생각하니 계속 눈물이 흘렀죠. 검칠이 지워져서 울면 안 되는데 나중엔 그것도 포기했어요(웃음). 정말 뚝뚝 눈물이 떨어지더라고요.”
당시를 회상하며 금세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 감정 이입을 잘해 눈물이 많겠다는 말을 건넸다. 뜻밖에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슬퍼서 울거나 그러지는 않은 편이에요. 초등학교 때는 어느 정도였냐면 남자 친구들이 강한나 누가 먼저 울리는지 내기할 정도였죠(웃음). 누가 놀려도 우는 성격이 아닐 정도로 눈물이 없는 편이었어요. 아주 어렸을 때도 잘 안 우는 무덤덤한 아기였다더라고요. 부모님 영향도 있고요. 그래서 지금도 항상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긍정적인 편이죠. 사실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잖아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 이야기인 가희와 민재(신하균)의 사랑에 대해서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스크린 밖으로 나온 가희는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랑을 어떻게 생각할지, 긍정적인 성격처럼 비극적인 사랑에 또 다른 해석을 내놓진 않을지 궁금해졌다. 극중 순수를 쫓는 김민재, 야망을 쫓는 이방원(장혁), 욕망을 쫓는 진(강하늘) 중 누가 가장 좋았냐는 장난스러운 질문도 함께 덧붙였다.
“당연히 민재죠(웃음). 야망은 좋은데 이방원의 경우 아예 눈이 멀었잖아요. 물론 민재도 사랑에 눈이 먼 거지만, 전 그 상황과 마음이 이해돼요. 자기 안의 순수한 감정이고 이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죠. 처음으로 자기의 것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가장 여리고 아름다운 마음이죠. 아름답게 눈이 먼 거라고 할까요. 물론 끝이 단순히 아름답고 예쁘기만 한 사랑은 아니니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어요(웃음). 다만 그 정도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했죠.”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대화를 나눠본 강한나에게서 기녀 가희나 ‘엉골녀’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되레 환하게 웃을 때면 살짝 아래로 내려가는 눈꼬리가 귀여운 인상. 밝은 표정과 상반되는 차분한 성격과 나이보다 훨씬 진중하고 반듯함은 배우 강한나의 앞으로의 행보에 신뢰감을 더했다.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어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해보지 않은 캐릭터와 장르가 훨씬 많아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또 제가 대중에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전하고 싶어요. 물론 좋은 작품이라면 노출도 개의치 않겠지만, 당장은 피하고 싶고요. 이번에 강인한 면을 보여줬으니까 이왕이면 다음엔 가볍고 밝은, 또 소소한 일상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이 분명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 친구, 연기에 뜻이 있구나’ ‘다음 모습이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