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업무부터... 중개업무는 점진적 추진
[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은행들이 투자은행 업무와 함께 증권사 일부 업무까지 포함하는 종합화 경영을 추진하고 나섰다. 중국 금융 당국도 금융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규제를 적극 푼다는 방침이어서 중국 (국유)상업은행들의 장벽을 넘는 업무 영역 확대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상업은행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흥업(興業 싱예)은행이 화복(華福 화푸)증권을, 교통은행이 화영(華英 화잉)증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국무원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증권감독 당국이 은행에 대한 증권영업 허가를 확대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 등 중국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은행의 '금융 종합화' 경영이 추세가 되고 있다며, 은행에 대한 증권업무 허용이 특별비준 시범 방식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10일 보도했다.
현재 중국, 농업, 공상, 건설, 교통은행 등 5대 은행을 비롯해, 초상(招商)은행과 국가개발은행 등 7개 은행이 직간접적으로 증권영업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개발은행은 2010년 8월 베이징에 국개(國開)증권을 설립했고, 나머지 6개 은행은 자회사를 통해 증권 영업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은행은 자회사 중은국제(中銀國際)가 중국 본토 증권 영업 자격을 획득하고 있고, 나머지 5개 은행은 홍콩 증권 영업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공사(中金公司 CICC)는 은행에 대한 증권업무 개방이 투자은행 업무부터 시작될 것이며, 올해내에 증권 중개업무가 은행에 개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그래픽: 송유미 기자. |
화복증권의 최대 주주는 푸젠성에너지그룹(福建省能源集團)으로 지분율이 36%에 이른다. 2대, 3대 주주는 각각 푸젠성투자개발그룹(福建省投資開發集團), 푸젠성교통운수그룹(福建省交通運輸集團)으로 각각 화복증권 지분 33.71%와 20%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화복증권의 1,2,3대 주주가 모두 푸젠성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산하 기업이고, 흥업은행의 최대 주주도 푸젠성 재정청이다.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흥업은행의 화복증권 인수 방안이 이미 국무원에 제출돼 특별비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상업은행의 증권 영업이 현행 중국 '상업은행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흥업은행과 같은 상업은행이 증권 영업을 하려면 상업은행법이 수정되거나 국무원의 특별비준을 받는 길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전문가는 "화복증권이 증권 업무와 관련한 모든 영업 자격을 가지고 있어, 화복증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기존에 신탁과 리스 업무 자격을 보유한 흥업은행이 자산관리업으로 전환하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업은행 외에도 교통은행이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Royal Bank of Scotland)이 보유한 화영증권 지분 33.3%를 매수할 의향이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교통은행도 화영증권 지분 매입 방안을 이미 국무원에 제출했다.
화영증권은 RBS와 국연(國聯 궈롄)증권의 합자 증권사로 2011년 설립됐다. 등록자본금은 8억 위안(약 1430억원)으로 궈롄증권이 66.7%를, RBS가 33.3%를 출자했다.
한편, 중국 증권감독 당국이 금융시장 개방 차원에서 은행에 증권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9일 전해지자 A증시 은행주가 일제히 폭등했다. 이날 은행 섹터는 6.87% 급등하며 A증시 업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녕파은행(寧波銀行 002142)과 남경은행(南京銀行 601009)이 상한가를 쳤고, 흥업은행(601166)이 8.72%, 중신은행(中信銀行 601998), 광대은행(光大銀行 601818), 초상은행(600036) 등 종목이 5% 넘게 올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증권 영업 자격을 획득하면 증권사에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이 재테크나 예금 고객을 증권 투자 고객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고객에 대한 영향력은 은행이 증권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