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배우 조여정(34)도 웃길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본 팬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대부분이 진지하게 떠올려본 적이 없을 거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조여정을 설명하는 이미지는 깜찍, 발랄 혹은 섹시로 고정돼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조여정은 주목 받을 근거가 충분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얼마 전부터 그가 관객을 웃기기 시작했다. 시작 시점을 정확히 짚어내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이다. 그리 많은 신을,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조여정은 등장할 때마다 매번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아마도 그 순간, 객석에 앉은 제법 많은 관객이 생각했을 거다. 조여정 표 코미디도 제법 재밌겠다고.
그리고 드디어 그 바람(?)이 이뤄졌다. 조여정이 코미디 영화 ‘워킹걸’을 들고 관객 앞에 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중독’은 의도치 않게 웃긴 작품이니 정식 코미디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된 커리어우면 백보희와 폐업 직전의 성인샵 CEO 오난희의 엉뚱하고 후끈한 동업스토리를 그렸다. 극중 조여정은 백보희를 연기, 내면의 코믹본능을 마음껏 발산했다.
“더 진지하고 절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봐서 알겠지만, 상황 자체가 만화적이고 재밌어요. 그래서 더 웃기려고 의도할 필요가 없었죠. 상황에만 충실하면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게 가능할 거라 봤어요. 근데 저도 아직 신기해요. 정범식 감독님이 어떻게 보희 역에 절 떠올렸는지, 그게 참 고맙죠. 저야 정범식 표 코미디를 원래 좋아했지만요.”
극중 조여정이 연기한 백보희는 이 시대의 대표 워킹맘이다. 일도 가정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토이 앤 조이 마케팅팀 과장으로서, 또 까사 아모르 공동 대표로서 열과 성을 다한다. 그 덕에 회사에서는 꽤 인정받는다. 물론 일 때문에 가정에 신경을 쓰지 못하면서 때때로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지만.
“워킹맘은 아니지만 일을 하는 여성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사실 제 일도 정적이기보다 굉장히 격렬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다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래, 당연히 힘들지’란 생각이 들었죠. 제가 보희처럼 워커홀릭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듯해요. 다만 나름대로 밸런스는 맞추려 하죠. 보희는 현재의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맞추려 하지 않잖아요. 전 일상의 나와 일하는 나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편이죠. 다행히 아직 미혼이니까 일상을 즐길 시간도 많고요.”
일상과 일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말에 구체적인 방법이 뭐냐고 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스스로에게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는 것. 유독 지난해부터 많은 작품을 선보인 탓에 강행군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신을 위한 시간은 어떻게든 내고자 한다.
“쉬면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지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요. 다른 여자들처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같이 수다 떨고 그런 게 코스죠. 아 그놈의 맛집(웃음). 근데 또 제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활동적이지 않아요. 은근히 낯도 가리고 혼자 있을 때도 잦죠. 대중은 활발하고 밝은 면만 기억하지만, 혼자 시간 보내는 거 되게 좋아하고요. 며칠 사람들 만나면 꼭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혼자 있어야 해요. 혼자 커피 마시고 운동하고 밀린 영화와 책도 보고요. 여행도 다녀오고 이러면 쉬는 시간이 금방 간다니까요.”
어느새 2015년. 을미년이 밝은만큼 새해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여느 배우들처럼, 그리고 여느 30대 여성처럼 새해 계획과 소망이 끊임없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정확히는 내놓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지금의 것들을 잘 유지하며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새해라고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하던 대로 하자는 거죠. 원래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여겨왔던 걸, 그리고 해왔던 것들만으로 충분하죠. 아니 그거 지키기도 힘들어 죽겠어요(웃음). 기본적인 걸 매일 해내기도 힘든데 여기에 어떻게 새로운 걸 더하겠어요. 그냥 체력관리, 운동, 나만의 방식으로 하는 공부 이런 것들이죠. 굳이 새로운 계획이라면 그게 작품이면 좋겠고 충분해요. 일상에서는 가족,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만족하자는 정도죠.”
“헌신적인 김태우, 에너지 넘치는 클라라…최고의 파트너들이죠”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