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어권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원스’가 오는 12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서 공연된다. 제작에는 존 티파니 연출, 마틴 로우 음악감독, 스티프 호겟 안무감독, 밥 크로울리 무대 디자이너 등 현지 크리에이티브 팀이 참여했고, 국내 연출진 김태훈 국내협력연출, 김문정 국내협력음악, 황현정 국내협력안무 등이 함께 한다.
지난 2012년 미국 공연은 그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을 포함한 주요 8개 부문을 수상했고, 그래미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다.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은 이듬해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에서도 이어져, 2014년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같은 흥행과 호평세례가 한국 공연에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BBC아트센터에서는 뮤지컬 ‘원스’의 제작발표회가 개최, 그 베일이 한 꺼풀 벗겨졌다. 이날 참석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등 연출진은 작품을 소개하고 한국 공연 캐스팅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오케스트라가 없다. 대신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만돌린, 아코디언, 베이스, 드럼 등의 악기가 무대를 채운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오디션을 볼 때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 춤을 할 수 있는 배우들에게 악기까지 다루는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배우들을 먼저 선별해 그들의 노래나 연기, 춤을 봤다. 또, 이 작품에서 요구하는 실력이 되기까지 연습을 꾸준히 할 것을 전제로 캐스팅을 했다”면서 악기 연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뮤지컬 ‘원스’의 이번 한국 초연 캐스팅은 지난해 10월과 2014년 2월 두 차례의 오디션을 통해 이뤄졌다. 1차 오디션에 지원한 500여명의 후보자 중 50여명이 악기 연주와 노래, 안무와 연기 테스트를 통과했고, 이어진 2차 시험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이렇게 선발된 배우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감성을 음악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무 역시 화려한 군무가 아니라 ‘별 거 아닌’ 동작들로 구성된다. 발을 구르거나 뛰어다니거나 어깨를 흔드는 정도. 화려하고 근사하기 보단 단순한 동작으로 보는 이들의 감성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안무와 음악이 어우러져 깊이 있고 진정성 있는 무대를 완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지난 2006년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인디 영화 ‘원스’는 거리의 기타리스트 가이(GUY)와 꽃을 파는 체코이민자 걸(GIRL)의 운명 같은 끌림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YB 보컬 윤도현이 영화를 재구성한 동명 뮤지컬에서 남자 주인공 가이 역을 맡는다. 뮤지컬 배우 이창희와 함께 더블캐스팅이다.
이창희는 “‘원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윤도현 형님이 ‘원스’를 하는 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하시더라”면서 “저는 형님 앞에서 기타 칠 때가 가장 떨린다. 윤도현 형님과 감독님이 같이 앉아있고 제가 그 앞에서 기타를 칠 때는 제가 ‘슈퍼스타K’를 찍는 줄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윤도현은 지난 1995년 솔로 앨범으로 데뷔, 1997년 YB를 결성하고 인지도를 쌓았다. YB 보컬로서 강렬하고 거친 록커의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돼 있지만, 어쿠스틱에 대해 갈망해 왔다. 다음달 발표하는 윤도현의 솔로 앨범 역시 어쿠스틱 장르 위주라고 한다. 실제로도 싱어송라이터로서 각종 악기를 섭렵한 윤도현이 이 작품에 합류한 것은 ‘신의 한 수’로 보인다.
현지 음악감독 마틴 로우는 윤도현에 대해 “그는 ‘가이’ 그 차체다. 그 스스로가 록스타이고, 뮤지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라며 “훌륭한 배우이자 뮤지션”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또 “진정한 뮤지션을 캐스트할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고 말하며 윤도현 캐스팅에 대한 만족을 드러냈다.
김태훈 연출은 “공연 전 ‘프리쇼’를 연다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라고 밝혔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관객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 배우들과 함께 어울리며 음료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김 연출은 “어쩌면 관객들이 언제 뮤지컬이 시작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관객이 자연스럽게 극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 것”이라며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눈으로 보는 공연이 아니라 가슴으로 봐야 하는 공연”이라 말했다.
이같은 시도는 관객과 배우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관객과 무대 사이의 벽을 완전히 없앴다. 이같은 시도가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 위 배우들에게 더 잘 이입되도록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을 만날 수 있는 뮤지컬 ‘원스’는 오는 12월14일부터 2015년 3월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